▲ 은행 경영에 새 바람을 불러왔던 김정태 국민은 행장이 스톡옵션 행사와 관련한 구설수에 휘말렸 다. | ||
특히 김 행장의 스톡옵션은 당시 벤처업계에 불던 스톡옵션 바람을 타고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다른 시중은행 CEO들에게도 스톡옵션 붐을 일으켰다. 현행법상 스톡옵션은 취득후 2년 이상 보유해야 하며, 그 이후에는 시기에 상관없이 권리행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0월23일 자사주 취득결과 조회 공시를 통해 “김 행장은 지난 8월6일 자신이 갖고 있던 스톡옵션 40만주 중 30만주에 대한 권리를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행장은 세전 1백65억6천여만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 8월6일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3개월 평균 주가에서 스톡옵션 행사가격인 주당 5천원을 제외하고 30만주를 곱한 금액.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금융계 일각에서는 김 행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시점이 국민은행의 자사주 매입기간임을 들어 모럴 해저드가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주가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틈을 타 CEO가 자기가 보유중이던 주식을 털어낸 것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판마저 일고 있는 것.
이같은 사실은 지난 10월23일 국민은행이 증권거래소에 보고한 자사주 취득결과 보고서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이 보고서를 통해 지난 7월30일부터 10월23일까지 자사주 3백만주를, 1천4백75억5천8백71만원을 들여 매입완료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국민은행이 지난 7월26일 자사주 3백만주를 취득하겠다고 공시한 것에 대한 거래결과를 공개적으로 외부에 밝힌 것.
논란이 되고 있는 김 행장의 스톡옵션 행사문제는 국민은행의 최고의사결정권자인 김 행장이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의 자사주 매입을 결의해 놓고 바로 자신이 그 결의의 수혜자가 됐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7월30일 10만주를 사들이는 것으로 자사주 매입을 시작했지만 국민은행의 자사주 매입에 따른 효과는 사실상 7월 초부터 시작됐다는 게 증권가의 해석이다.
특히 지난 6월 말~7월 초부터 증권가에서는 국민은행의 자사주 매입설이 퍼져 주가가 올랐고, 급기야 증권거래소는 지난 7월2일 오전 자사주 매입설에 대해 국민은행측에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결국 국민은행은 지난 7월2일 오후 2시가 넘은 시각에 “직원들의 복지후생을 위해 주식 매입 프로그램 등의 도입을 검토 중이며, 검토결과에 따라 자사주 취득이 수반될 수 있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그리고 20여일 만인 지난 7월26일 이사회를 열어 1천6백여억원의 예산으로 ‘직원에 대한 주식공여를 위한 필요 자기주식 사전 확보’라는 명분으로 자사주 3백만주를 사들이기로 결의하는 공시를 냈다. 이 기간에 김 행장이 스톡옵션을 처리한 것이다. 물론 김 행장이 국민은행의 자사주 매입기간 중 스톡옵션을 처분한 것은 엄격히 말하면 현행법상 불법행위는 아니다.
하지만 은행 경영을 책임진 최고경영자가 통상적으로 주가부양의 효과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기간 중에 자신의 스톡옵션을 처분한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여지가 적지 않다. 게다가 국민은행 주가는 자사주 매입설이 나돈 기간부터 실제 자사주 매입에 나선 기간까지 주가가 부양되는 효과가 있었다. 김 행장의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권리행사 시점의 3개월 평균 주가이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설이 나돌고 조회 공시가 나간 뒤 근 한달만에 자사주 매입결의를 한 점도 석연치 않다.
지난 5월28일 6만6천4백원으로 상반기 최고점을 기록한 국민은행 주가는 지난 6월26일 5만7천1백원으로 단기저점을 찍었다. 하지만 국민은행 주가는 자사주 매입설이 시장에 나돌면서 크게 오르기 시작, 증권거래소가 지난 7월2일 조회공시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국민은행의 주가는 지난 7월10일 6만2천원대까지 오르는 등 자사주 매입설로 급등했다.
김 행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지난 8월6일 기준으로 한 국민은행의 3개월 평균가격은 6만1백98원. 자사주 취득설이 나돌면서 한달여간 주가가 버텨준 것을 감안하면 김 행장의 스톡옵션 행사는 절묘한 시점이라는 ‘감탄’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 스톡옵션 행사기간이 자기은행의 자금 1천5백억원을 들여 주가를 떠받치는 기간 중이었다는 점은 아무래도 석연찮은 뒷맛을 남기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김 행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시점을 전후해 국민은행의 주가가 폭락해 투자자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증시 일각에선 김 행장의 스톡옵션 행사가 외국인의 집중적인 매도를 불렀다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다.
김 행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뒤인 지난 9월13일 이후 주가가 5만원선을 깨고 내려와 지난 10월10일에는 주당 3만7천원대까지 곤두박질쳤다. 물론 김 행장의 스톡옵션 행사가 외국인 등 큰손들의 투매를 불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 자회사인 국민카드의 실적 악화에 따른 투자자들의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주주의 이익과 수익성 우선을 내세우는 시장주의자임을 자임하던 김 행장의 스톡옵션 행사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가 스톡옵션을 행사할 무렵에는 5만원대를 버텨주던 주가가 하필이면 그의 스톡옵션 행사 시점 뒤에 5만원대 이하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자체 보고서에 의하면 국민은행은 김 행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던 지난 8월6일까지 총 3백만주 가운데 6분의1인 50만주를 사들였다. 그리고 5만원대 밑으로 무너진 지난 9월13일 이후 1백50만주를 사들였다. 국민은행의 자사주 취득 마감기한은 10월29일이다.
국민은행이 자사주 취득을 지난 9월 이후로 미뤘을 경우 국민은행은 더 적은 돈으로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이루면서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김정태 행장의 스톡옵션 행사결심이 먼저였는지, 국민은행 이사회의 자사주 취득 결의가 먼저였는지는 김 행장만이 알 일이다.
그래서 법적 논란보다는 도덕성 시비가 일고 있는 것이다.김정태 행장쪽에선 “당시 스톡옵션에 대한 이득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여론이 비등해 권리행사에 들어갔다”며 주변의 따가운 비판에 반박하고 있다.
김 행장이 이번 스톡옵션 행사로 실제 손에 쥐게 되는 돈은 세금을 빼고나서 약 1백억원 정도. 그는 이중 66억원은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