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은 전명규는 애증의 관계일까
23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전명규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전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한 건 안민석 의원이었다. 안 의원은 3월 13일 빙상계 혁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 이제껏 빙상적폐청산에 앞장 서 왔다고 이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허나 “한 꺼풀 벗겨 보면 안민석 의원은 되레 전명규 교수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정치권 관계자의 의견이 나왔다. 오랜 시간 안 의원의 행보를 지켜봐 온 한 정치권 관계자는 9월 6일 경북의 한 도시에서 있었던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 특유의 특정인 옹호 프레임은 ‘물타기’, ‘만물최순실설’을 이용한 ‘살 주고 뼈 보호하기’ 방식”이라고 말했다.
# 프레임 1. 물타기
“반대 세력 내세운 뒤 국민 ‘감성’ 자극해 ‘우리 모두의 책임’으로 돌리기”
이 관계자에 따르면 안민석 의원은 일단 특정 사안이 발생했을 때 자신의 편이 다칠 것 같으면 반대편을 끌어들인다. 반대편 잘못이 과거든 현재든 일단 꺼내 들고 ‘모두의 잘못’이라는 프레임을 짜 자신의 편 잘못을 절반으로 희석시킨다. 그런 뒤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모두에게 책임을 돌린다.
전명규 교수는 2월 19일 평창 동계올림픽 팀 추월 따돌림 주행 사태가 전국민적인 공분을 산 뒤 곧장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전 교수는 지난해부터 특정 선수가 메달을 딸 수 있게 특별관리해 왔다는 의혹에 빠져있던 상태였다. (관련 기사: 팀워크 없는 팀추월…논란의 시작과 끝엔 ‘빙상 대부’ 그가 있다)
안민석 의원은 사건 발생 3일 뒤인 2월 22일과 2월 28일 두 차례에 걸쳐 CSB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 쇼에 나와 전명규 교수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허나 전 교수를 향한 비판의 칼끝은 인터뷰 뒤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김현정 앵커가 “국민 여론은 청와대 청원에 55만 명이 넘게 서명할 정도로 전명규 교수로 상징되는 빙상연맹 주류에 대한 비판이 우세하다. 안현수 선수 귀화 때부터 지적돼 온 인물이 전명규 교수다 보니 그쪽으로 여론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했다.
안민석 의원은 전 교수를 향한 화살을 3분의 1토막 냈다. 안 의원은 “세 가지 다른 시각이 있다. 첫째는 전명규 교수를 적폐로 보는 시각이다. 한체대 출신 위주의 독선적인 리더십을 운영하기 때문에 비한체대 출신들이 많은 핍박과 피해를 받는다. 그래서 전명규를 적폐로 규정하는 그런 시각”이라고 했다.
이에 김현정 앵커가 “이 시각이 사실은 국민 여론의 주류를 이루는 시각이 그 시각”이라고 콕 집자 안 의원은 “그건 좀 더 따져봐야 한다. 두 번째 시각은 장명희 전 회장을 적폐로 보는 시각이다. 이 분은 지금 빙상 관련 사업을 하니까 이권에 개입한다는 것으로 오해 받을 수가 있다. 그래서 전명규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장명희 전 회장을 중심으로 뭉친다. 그래서 전명규 세력 대 장명희 세력 그렇게 두 세력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장명희 전 회장은 빙상 관련 아무런 활동도 하고 있지 않다. 전명규 교수 문제를 제기하는 건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가 대다수다. 더군다나 한체대 졸업생 지도자와 현재 한체대 소속 선수도 전 교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문체부의 빙상연맹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빙상계 문제는 ‘파벌’이 아니라 무소불위 권력을 쥔 1인의 ‘전횡’ 문제다. (관련 기사: ‘빙상 대부’ 전명규, 삼성이 쥐어준 칼 마음껏 휘둘렀다)
안민석 의원은 아예 ‘파벌’의 문제로 본질을 돌렸다. 전명규 교수와 장명희 전 회장 모두의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첫 번째, 두 번째 시각은 각각을 적폐로 보는 시각이다. 세 번째 시각은 양쪽 모두 적폐로 보는 시각이다. 장명희 전 회장을 구악으로 보고 전명규 회장을 신악으로 보는, 구악 대 신악의 이런 파벌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라며 “단순하게 일면만 봐서는 이게 잘 해석이 안 된다. 내가 볼 때는 양쪽 모두의 문제고 모두의 책임이다. 일방적으로 한쪽의 책임으로만 몰아가면 전체적으로 보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2월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 쇼에 또 한 번 나온 안민석 의원은 앞선 인터뷰에서 3분의 1토막 낸 전명규 교수 비판 여론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불특정기관으로 돌렸다. 안 의원은 “빙상적폐를 방치하고 오로지 메달만을 위해서 달려온 빙상연맹, 대한체육회, 문체부 모두의 책임이다. 또 저희 국회 또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고 했다.
전명규 교수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식의 발언도 계속했다. 안 의원은 빙상연맹 개혁의 방향을 크게 둘로 나눴다. 그는 “첫째는 전명규 부회장을 사퇴를 한 상태에서 수습을 하는 방법이 있다. 둘째는 전명규 체제 안에서 개혁하는 방법”이라며 “삼성과의 관계 때문에 전명규를 사퇴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전명규 체제 내에서 개혁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을 국민에게 돌렸다. 안 의원은 “지금은 전명규 부회장 없는 한국 빙상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국민들이 ‘메달보다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을 우린 빙상 선수들에게 원한다’는 결단을 해야 한다. 전 교수는 굉장히 억울할 거다. ‘국가와 국민이 메달 색깔을 노란색으로 원했기 때문에 선수들과 함께 이 모든 업적을 이룬 것이다’라고 주장할 거다. 실제 대단한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으니까 금메달보다도 동메달을 더 소중히 여기는 그러한 우리 자세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프레임 2. 만물최순실설
“최순실 국정농단 피해자는 다 착한 사람”
정치권 관계자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안민석 의원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자신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가장 큰 사건이었다”며 “또 다른 선물도 받았다. 책임을 돌릴 절대악을 찾아낸 거다. 잘못을 저지른 자기 사람을 보호할 때 반대 세력을 최순실 세력으로 몰면 대부분 사건은 간단하게 풀렸다”고 말했다.
2017년 7월 26일 JTBC에 출연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자금 규모가 당시 돈으로 8조9000억 원, 지금 돈으로 300조가 넘는 돈, 그리고 그 돈으로부터 최순실 일가 재산의 시작점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고 말하는 안민석 의원. 사진=JTBC 캡처
실제 안민석 의원은 2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 쇼에 나와 전명규 교수 관련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국정농단 사태 이야기를 꺼냈다. 안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 의해서 전명규 교수가 쫓겨나게 되고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 다시 복귀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도 상당히 정치적인 그런 측면도 있다. 이것이 좀 팩트 체크가 돼야 되는 것”이라며 “핵심은 왜 박근혜 정부가 전명규를 제거했을까. 이 퍼즐을 한번 맞춰봐야 된다. 기회가 있으면 전명규 교수가 이 퍼즐을 맞출 수 있도록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 왜 자기가 그렇게 찍힘을 당했는지 진실을 이야기해야 된다”고 했다.
처음이 아니었다. 안민석 의원은 국회에서도 박근혜 정부 때 전명규 교수가 정부의 압박 때문에 고초를 겪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안 의원은 2018년 2월 27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제356회 회의 때 “체육 적폐청산의 성과가 굉장히 미진했다고 본다. 지금 힘들게 적폐청산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성과 점수를 물으라고 하면 나는 자신 있게 ‘낙제’라고 본다. 적폐청산위원회는 지난 정부 시절 김종 차관에게 핍박 당하고 찍혀 내린 주원홍 전 테니스협회장을 안 불렀다. 전명규 교수가 빙상연맹 부회장을 관둔 게 안현수 귀화 문제의 책임으로 알려져 있다. 틀리다. 적폐청산위원회가 조사를 하나도 안 했다”고 밝혔다.
전명규 교수와 측근은 이제껏 박근혜 정부 시절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강도 높은 감사’를 운운하며 “늘 핍박을 받아 왔다”고 말해 왔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문체부는 안현수 귀화 사태가 터졌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뒤 감사 예고만 했다. 실제 감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소치 동계올림픽 뒤 문체부 감사는 없었다. ‘감사’보다 낮은 ‘조사’였다. 그것도 신고된 사항 위주로만 보는 조사였다. 스포츠4대악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사항만 살펴 봤다”고 전했다.
이어 “언론에서 스포츠4대악신고센터가 감사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내용이다. 스포츠4대악신고센터는 신고만 받는 곳이다. 감사를 하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대한스키협회와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신고가 많이 접수됐다. 빙상연맹도 일부 했는데 당시에는 장명희 전 회장 내용 뿐이었다. 전명규 교수 관련 내용은 조사 결과에도 전혀 나오지도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관련 기사: 전명규의 국정농단 피해자 코스프레... “사실 아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주에는 국감에 나설 초선 의원에게 이런 사실을 친절히 설명하기도 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한 의원에 따르면 안민석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 도중 초선의원 위주로 모여있는 휴게실에서 “빙상계 적폐청산을 위해서 전명규 교수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아느냐”며 전명규가 최순실 세력과 맞서 싸운 사람”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도 “그런 식으로 말한 적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 살 주고 뼈 보호하기
“내가 하니까 너희들은 가만히 있어봐”
정치권 관계자는 “4선 의원이다 보니 국회 안에서 안민석 의원을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안 의원이 큰 액션을 보이면 ‘저 사람이 알아서 하겠거니’ 한다. 이걸 가장 잘 이용하는 사람이 안 의원”이라며 “잘 살펴 보면 안 의원은 자기 사람 비판 자리를 스스로 나서서 만든다. 그런 뒤에 되레 물타기로 본질을 흐리거나 별 문제 없는 다른 사건 들춰서 시간을 보내는 등 방식을 사용한다. 이번 국감 때도 그런 이유로 자신이 나서서 전명규 교수를 부른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실제 전명규 관련 사건이 터지면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전 교수 비판대를 스스로 마련했다. 그런 뒤 오히려 전 교수에 쏠린 화살을 완화시켰다는 세간의 평을 들었다. 2월 19일 팀 추월 따돌림 주행 사태 뒤 같은 달 22일과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 쇼에 나왔을 때 그랬다. 3월 13일 자신이 개최한 ‘빙상계 혁신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안 의원은 인사만 한 뒤 자리를 떠났다. 사회자는 전 교수 이름이 거론되면 “특정인의 이름을 거론하지 말라”고 토론 흐름을 끊었다.
이번 국감 증인으로 전명규 교수를 부른 건 안민석 의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빙상계 관련 토론회도 개최하고 전 교수 관련 인터뷰도 자진해서 나서며 전 교수를 국감 증인까지 불러 세운 안 의원을 빙상계 적폐청산 선봉장으로 받아들인다. 허나 이를 두고 의심의 시선을 가득 보내는 사람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안민석 의원의 프레임을 잘 보면 이번 국감에서 안 의원이 실제 전 교수를 보호하려는 건지 아닌지 명쾌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안 의원은 국정농단 사태 때 ‘숨는 자가 곧 범인’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자. 제 발 저린 사람이 먼저 나서서 변명을 하는 장면도 인생 살다 보면 자주 볼 수 있다. 난 ‘발끈하면 범인’이란 말을 자주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안민석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님께 직접 연락하시면 되겠습니다“라고 했다. 안 의원은 전화와 문자에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