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수 사물놀이패 모든 권리 ‘난장컬처스’에” vs “경영난 허덕일 때 나몰라라 해놓고…”
난장컬처스 측은 “김덕수, 주재연 전 대표의 ‘사물놀이 한울림’이 난장컬처스만이 가진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상표권, 초상권을 무시하고 백수십 차례의 불법 유료 공연을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김덕수 씨 측은 “‘김덕수’라는 자연인의 이름과 ‘사물놀이패’라는 보통명사의 소유권을 타인이 주장할 수도 없고 애초에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모든 전속적 권리를 난장컬처스에 양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이처럼 전통 공연 예술 분야 사상 최초로 불거진 ‘상표권’과 ‘퍼블리시티권’ 소송의 전말을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했다.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2016년 5월 열린 ‘굿 컴퍼니 컨퍼런스’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고성준 기자
소송전이 시작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의 일이다. 2017년 1월 주식회사 난장컬처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A 씨는 법인 장부를 확인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난장컬처스가 상표권, 초상권 등 공연과 관련 사업권을 독점 소유하고 있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공연을 2004년 이후부터 난장컬처스가 아니라 대부분 ‘사단법인 사물놀이 한울림’에서 진행해 왔다는 것. 사물놀이 한울림은 사물놀이 창시자인 김덕수 씨가 공연을 위해 1993년 3월 설립한 사단법인이다.
난장컬처스는 2001년 사물놀이를 중심으로 한 국내외 복합문화사업을 펼쳐나갈 목적으로 김덕수 씨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전통문화 벤처기업’이었다. 사물놀이 상설공연장 설립, 캐릭터 개발, 체험프로그램 마련 등 국내 사업은 물론, 해외 법인을 창설해 한국전통문화를 체계적으로 수출해 나가겠다는 청사진을 내걸었다. 이 계약을 체결할 당시 A 씨는 설립자본금으로 5억 원을 투자해 회장으로 재직했으며 이후 난장컬처스의 실질적인 운영은 김 씨와 주재연 씨의 공동대표 체제로 이뤄졌다.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난장컬처스 계약서에 따르면 ‘주식회사 난장컬처스’에는 김덕수 사물놀이패, 사물놀이 한울림 등 “김덕수를 지칭하는 모든 용어”에 대한 영업 표지를 독점적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됐다. 즉, 계약만 놓고 본다면 김덕수 씨가 ‘김덕수 사물놀이 공연’이나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자 할 경우 ‘난장컬처스’를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A 씨는 이러한 계약 조항을 어기고 김덕수 씨가 ‘난장컬처스’의 이름이 아닌 ‘사물놀이 한울림’의 이름으로 수익 공연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A 씨가 지적한 ‘사물놀이 한울림’의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연은 2004년 이후부터 약 160회에 이른다.
그는 “한울림 측이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연을 함으로써 대중들이 볼 때 난장컬처스가 아니라 한울림에게 ‘김덕수 사물놀이패’에 대한 모든 권한이 부여됐다고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난장컬처스 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한 이유가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공연 및 관련 사업을 독점해 운용하기 위함이었는데 ‘사물놀이 한울림’ 측이 이러한 권한을 침해하고 난장컬처스 측에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이다.
사물놀이 명인 김덕수 씨가 예술감독으로 재임 중인 사단법인 사물놀이 한울림 예술단의 홈페이지. 사진=사물놀이 한울림 제공
그렇다면 김덕수 씨와 주재연 전 대표의 입장은 어떨까. ‘일요신문’과 만난 김 씨는 “‘김덕수’라는 이름은 개인의 것으로 고유명사에 불과하고 ‘사물놀이패’도 단순한 일반 명사에 불과한 것이므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이에 대한 모든 사용 권한을 타인에게 부여하거나 그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난장컬처스가 ‘김덕수 사물놀이패’에 대한 투자와 경영컨설팅을 위해 설립된 법인은 맞지만 개인 ‘김덕수’가 사물놀이 공연을 하는 것까지 제한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김덕수 씨는 A 씨가 소송을 한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귀띔했다. 그는 “난장컬처스 계약 체결 후 당시 부천 영상단지에 ‘난장극장’을 설립해 사물놀이 공연을 해 왔는데 2004년께 부지 사용 연장 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이 이후로 ‘난장컬처스’는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렸으며 한 순간에 빚더미에 올랐다”라며 “그런데 이 시기부터 A 씨가 종적을 감췄다. 빚도 저와 주재연 전 대표 둘이서 지금까지 갚아왔다. 그러다가 2017년이 돼서야 갑자기 나타나 다시 법인 대표를 맡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4년 부천 영상단지에서 난장극장이 폐쇄된 후 난장컬처스는 10억 원 상당의 채무를 지게 됐다. 이 시기 소속 단원들한테 월급을 줄 수도 없을 정도로 경영이 악화되면서 난장컬처스의 이름으로 공연을 기획하거나 진행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김덕수 씨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이 시기를 기점으로 ‘난장컬처스’가 아니라 김 씨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사물놀이 한울림’의 이름으로 다수의 공연이 진행됐을 뿐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에 해당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2017년이 돼서야 다시 대표이사직을 맡겠다는 A 씨를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서는 “당초 계약 체결 목적이 그렇듯 우리 사물놀이를 더욱 발전시키고 힘을 합쳐 회사를 다시 한 번 잘 키워보겠다는 말을 믿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후 김덕수 사물놀이 운영권 계약의 세부 조항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갈등이 불거졌다. 이런 가운데 A 씨가 2004년 이후 사물놀이 한울림 예술단의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연을 뒤늦게 문제 삼았고 이를 토대로 결국 민형사 고소에 이르게 됐다는 게 사건의 전말이다.
A 씨는 “앞서 있었던 ‘김덕수 사물놀이패’ 상호 사용 금지 가처분 재판에서 신청 기각되긴 했으나,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에 대한 영업표지의 독점적 사용권한과 영업 권한은 ‘주식회사 난장컬처스’에 있다고 인정했고 본안에서도 우리가 한울림 측을 상대로 ‘김덕수 사물놀이패’ 사용 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처분 재판을 진행한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은 “사물놀이 한울림이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사용해 공연을 하는 행위는 난장컬처스에 대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사 소송에서도 가처분과 같은 판결을 내릴 경우 난장컬처스를 통하지 않은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연이 금지될 가능성이 있어 재판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덕수 씨는 “저희 쪽에서도 이 사건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예인으로서 이 길을 걷는 동안 부끄러운 일을 행한 바가 없다. 부정을 저지른 게 아니라는 사실은 앞으로의 조사와 재판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