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시민차단” vs “서비스 강화 위한 조치”…의회 승인 없이 일단 예비비로 급하게 도입
의정부시가 시청사 출입통제시스템을 도입해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제공=의정부시)
[의정부=일요신문] 김장수 기자 = 의정부시(시장 안병용)가 1억 2000여 만 원의 예산을 들여 시청사 출입통제시스템을 도입한다.
의정부시에 따르면, 스피드게이트를 본관 중앙현관에 5개, 신관 중앙현관에 4개를 설치하고, 전자기식 게이트를 본관 13개소, 별관 4개소, 신관 1개소 등에 설치해 운영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의정부시는 “최근 경기도 내에서 발생한 공무원 폭행, 가평군 민원실 화재 사건 및 봉화군 민원인 공무원 살해사건 등으로 청사보안 및 민원인의 안전이 강조되고 있어 중앙정부 및 광역자치단체에서 이미 시행중인 출입통제시스템을 도입해 11월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계획이 발표되자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에서는 “불통, 시민차단”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의당 의정부위원회는 관련 논평을 내고 “(출입통제시스템 도입은) 시민의 의견을 ‘듣고 싶지 않다’를 넘어 ‘보고 싶지도 않다’ 라고 밖에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시민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자유이다. 시민의 공간인 시청을 집회 결사의 자유를 막는 초헌법적 시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소속의 임호석 의정부시의회 부의장은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저와 자유한국당은 (출입통제시스템 도입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야당을 중심으로 반발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법률 위반 의혹까지 불거지며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번 출입통제시스템 도입에 소요되는 예산이 예비비에서 지출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방재정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지방재정법 제43조(예비비) 제1항에서는 “지방자치단체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또는 예산 초과 지출에 충당하기 위하여 일반회계 예산 총액의 100분의 1 범위 내의 금액을 예비비로 예산에 계상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회계(교육비특별회계는 제외한다)의 경우에는 예비비를 계상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어 제2항에서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재해·재난 관련 목적 예비비는 별도로 예산에 계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지난 여름 폭우로 인한 백석천 보수공사도 아직 끝나지 않았고, 백석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지점의 다리는 안전 펜스조차 복구하지 않은 의정부시가 재난 복구는 뒷전으로 미룬 채 출입통제시스템 구축에 예비비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의정부시는 출입통제시스템 도입을 강행할 뜻임을 분명히 하고 있어 지역사회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의정부시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불통이라는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요즘 세상이 그런다고(출입통제시스템을 설치한다고) 해서 민원이 안 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저희가 하려고 하는 것은 내방 민원인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뜻이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집중력 있게 일반 민원실 등은 다 오픈한다. 60~70%는 변함없이 오픈한다”며 “나머지 내방민원인에 대한 것은 오시게 되면 사무실 찾기도 힘든데 찾기 힘든 것을 저희가 직접적으로 안내를 강화하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다고(출입통제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서 불통이 되는 그런 세상이 아니다. 언제든지 오시는 민원인들은 어디든지 방문 하실 수 있다”며 “다만 오셔서 점거를 한다던지 하는 이런 부분들은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로 인해 저희 공무원들이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침해당하는 경우가 많고, 민원인들도 그것 때문에 피해를 많이 본다”고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한편, 시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청사 출입통제시스템 도입’이 예비비를 사용할 만큼 긴급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