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중·고등학교 집회
[대전=일요신문] 육군영 기자 = 대전시의 시립평생교육시설 설립이 진행없이 제자리상태에 머문 상태에서 해결책은 나타나지 않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23일 교육행정협의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공공형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 소식을 접한 대전 예지중·고등학교 학생회는 지난달 17~23일까지 한달여 간 진행했던 무기한 농성을 중지하고 해당 내용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교육행정협의회 당일까지도 대전시청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던 만학도들은 아직도 긴장이 풀리지 않은 분위기다. 이미 한번 들었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은 평생교육법 제31조에 명시된 내용으로 학교교육의 기회를 놓친 성인, 교육 포기 학생 등을 대상으로 초중고 등의 제2의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해당 학사의 과정을 마치고 나면 검정고시에 따로 응시하지 않아도 정규학교의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게 되며,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에도 불구하고 대전시에 하나밖에 없는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인 대전예지중고는 21년째 사용중인 임대건물의 열악한 시설과 정규 학교보다도 높은 등록금 등으로 운영에 난항을 겪어왔다.
이에 충청지역 만학도들은 공공형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 일명 시립평생교육시설 건립을 촉구하며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무기한 집회를 벌였다.
결국 지난 5월 2일부터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은 공동으로 ‘공공형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설립 TF’를 구성해 논의에 들어가며 논란은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당시 6·13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시립 평생 교육 시설의 협의는 계속 지연됐으며, 참다못한 설립추진위원회는 당시 시장 후보들을 찾아다니며 평생교육시설 건립을 공약에 추가해 줄 것을 건의했고 당시 대전시장 후보였던 허태정 후보의 공약 중 하나가 됐다.
이후 허태정 대전시장은 56.41%의 지지율로 당선, 7월 19일부터 대전지역 학력인정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11월까지 수요조사 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여전히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은 설립 주체와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전혀 협의가 되지 않았다.
이상현 설립추진위원장의 말에 의하면 대전시 관계자는 “교육은 교육청 소관이기 때문에 교육청과 협의 없이는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며 교육청 관계자는 “평생교육시설은 관련 법규상 대전시에서 운영하는 것이 맞으며 교육청 소관이 아니다”라며 합의는커녕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는 것이다.
이후 대전 예지중고의 학생회와 설립추진위원회 등 100여 명은 수차례에 걸쳐 교육청과 시청, 그리고 의회를 오가며 설립을 촉구하는 무기한 집회를 이어나갔으며 이 과정에서 집회에 참석했던 일부 만학도가 대전시장실을 무단 점거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좌)과 허태정 대전시장(우)
이후 허태정 시장이 시립 평생교육시설의 합의 내용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달 6일, 교육청과의 협의내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의 질문에 “현 자리에서 말할 만한 내용은 없으며 최종적으로 23일 교육행정협의회에서 발표하겠다”고 짧게 말했을 뿐이었다.
결국 허 시장은 이번 교육행정협의회에서 기존 내용과 별개로 시립 평생교육시설 설립 내용을 발표하고 “당초 공약이었던 시립평생교육시설에 대해 최종적으로 대전시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대전시교육청에서 리모델링 비용 등을 지불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앞으로 관련 부서를 통해 세부내용에 대해 합의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결론적으로 150일이 넘는 시간 동안 허태정 시장과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이 합의한 내용은 공공형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을 시에서 출연기관을 설립해 운영하고 교육청은 이에 리모델링과 운영비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운영방안이나 설립 위치, 설립 규모와 예산 등, 시립평생교육시설의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전무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우선 평생교육시설의 설립 위치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자양동 산업정보고등학교의 위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해당 용지는 대전시교육청의 소유이며 결과적으로 대전시에서 매수하는 형태도 고려하며 진행할 것으로 보이더라도 이 또한 아직 합의해나가야 하는 문제다.
앞으로 대전시는 재단법인 대전평생학습진흥원 등을 통해 평생교육시설을 설립, 운영한다는 계획이지만 별도의 법인 설립 또한 검토 중이며 여전히 교육청에는 평생교육시설을 운영할 수 없다는 기존의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운영에서도 갈 길이 멀다.
설립 타당성에 대한 용역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것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지난 7월부터 진행된 용역은 다음달 19일에야 마무리될 예정이며 그전까지는 설립 규모와 지원금액도 구체적으로 정하기 어렵다.
앞서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239회 제1차 정례회 자리에서 공공형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의 설립과 관련해 법적·제도적 검토 결과를 의회에 제출할 것을 지시, 현재 추진하고 있는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 간 기관설립 논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과연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이 서로 한발씩 양보하며 공공형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을 설립할 수 있을지, 그 추진과정에 대해 만학도와 관계자들이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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