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향한 물밑 경쟁 솔솔…이낙연, 손학규 통해 임종석 견제설도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 이낙연 총리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차기 대권 도전설에 먼저 불을 당긴 것은 임종석 실장이다. 임 실장은 취임 후 정치, 경제, 외교, 안보를 아우르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과거 대통령 비서실장들이 주로 ‘그림자 보좌’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행보다.
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지금까지 왕실장이라는 말은 나왔어도 상왕실장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면서 “임 실장의 경우가 얼마나 특이한 사례인지 쉽게 설명하자면 가수가 노래 부르고 있는데 백댄서가 무대중앙에 나와서 가수 얼굴 다 가리고 춤추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 당직자는 “권력자는 2인자가 자기보다 주목받는 걸 못 견딘다. 왜 임 실장만 예외인지 나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6일 국정감사에서는 의원들이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시중에 떠도는 ‘안이박김’이라는 말을 아느냐고 질의하기도 했다. 안이박김은 비문(비문재인) 대권주자인 안희정, 이재명, 박원순을 찍어낼 것이라는 소문이다. 안이박김 중 ‘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라는 설도 있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라는 설도 있다. 안이박김의 배후로 거론되는 인물이 임종석 실장이다.
이낙연 총리는 그런 임 실장의 최대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최근 각종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의 충돌은 필연적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지난 10월 4일 대정부질문에서는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이낙연 총리를 상대로 ‘이낙연 대망론’을 질문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이용호 의원은 마치 이 총리를 칭찬하는 듯한 질문을 쏟아내 일각에서는 의도적인 띄워주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두 사람 모두 기자 출신이면서 호남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의원은 의도적인 띄우기는 아니었다면서도 “호남 출신 대권주자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총리는 언론계 선배고 같이 취재하면서 잘 알던 분”이라며 “호남에서는 호남 대권주자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이 총리는 대권주자로서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이 총리가 대권에 도전한다면 비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망론이 불거진 역대 총리들이 모두 실패했음에도 이 의원은 이 총리의 대망론은 무게감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역대 총리들은 여의도 경험이 없었던 분들이 대부분인데 이 총리는 4선 의원 출신 아닌가. 기자생활도 오래해서 정무 감각이 뛰어나다. 과거 총리들처럼 쉽게 사그라질 인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대권 도전설에 선을 긋고 있지만 일각에선 이 총리가 벌써 차기 대권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전여옥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총리가 방송작가에게 1000만 원의 거마비를 주고 연설문을 맡긴 것은 (대권을 겨냥해) 대중적 호감도를 올리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총리는 최근 자신의 연설문을 민간인 작가에게 의뢰해 작성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다른 한국당 전직 의원도 “정치인은 누구나 대권에 대한 꿈이 있다. 심지어 자기가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라고 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그렇게 권력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정치를 하지 않았을 거다. 물밑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청와대 내부에서 굉장한 권력 암투가 있다. 이렇게 감이 온다. 안희정, 이재명 날아가는 것을 보면 굉장히 가혹하고 심상치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배후에 임종석 실장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임 실장의 행보는 비서실장의 행보가 아니다.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하는 것에는 (차기 대권 같은) 어떤 목적이 있을 거다. 임 실장의 행보를 보면 (권력암투 배후에 임 실장이 있다는 소문이) 황당한 가짜뉴스는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임 실장의 광폭 행보를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인물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다. 손 대표는 지난 10월 29일 “비서실장은 나서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자기 정치 하려거든 비서실장 자리에서 내려오시라. 국민들은 또 하나의 차지철이나 또 다른 최순실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가 임 실장 비판에 앞장서자 손 대표와 이 총리의 특별한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총리는 과거 손학규계로 분류됐다. 이 총리는 전남지사 시절 도지사 공관에 손 대표 부부를 초청해 만찬을 하기도 했고, 손학규계 인사들과 만찬 회동을 하기도 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손 대표가 이 지사를 돕기 위해 경쟁자인 임 실장을 견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손 대표 측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손 대표가 과거 이낙연 총리와 인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총리를 띄우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임종석 실장뿐만 아니라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인사들이 너무 권한 밖의 행동들을 하고 있으니 야당 대표로서 이를 지적한 것뿐”이라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임 실장이 조만간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나 2020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임 실장이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차기 대권 행보에 더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평가다. 최근에는 임 실장의 팬클럽 회원 수도 크게 늘어나 눈길을 끈다. 팬클럽 관계자는 “차기 대권이나 총선을 대비해 회원 수를 늘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임 실장이 좋아 모인 순수한 팬클럽”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총리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희 정치연구소 박정희 소장은 “(민주화 이후) 역대 총리 중 재임기간 3년을 넘긴 사람이 없다. 정권 중반부쯤 이 총리가 물러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다시 총선에 출마하는 것도 이상하고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 총리에서 물러난 후 지지율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