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영화 되찾는데 남의 돈 너무 많이 투입
서울 중구 순화동 코웨이 본사 건물. 사진=최준필 기자
지난 10월 29일 웅진씽크빅은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코웨이홀딩스 주식 22.17%(1635만 8712주)를 양수한다고 공시했다. 인수가격은 1조 6849억 원이며 인수예정일은 내년 3월 15일이다. 웅진씽크빅은 “사업다각화를 통한 수익 다변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웅진이 다시 코웨이를 인수하면 자산총계가 2조 5000억 원에서 4조 5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코웨이는 윤석금 웅진 회장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윤 회장이 1989년 설립, 정수기 사업에 나섰다. 1990년대 후반 IMF 부도 위기 때는 직접 대표이사를 맡아 국내 최초 정수기 렌털(대여) 및 방문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토대로 코웨이는 급성장해 국내 정수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업체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웅진은 무리한 사업 다각화에서 야기된 경영위기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코웨이를 2013년 3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넘겨야만 했다. 그리고 매각 5년 7개월 만에 다시 품에 안게 된 것이다.
지난 1월 웅진은 코웨이 인수 의지를 공식화했다. 한국거래소의 코웨이 인수설 조회공시 요구에 웅진이 “자문사를 선정해 코웨이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 그럼에도 당시 반신반의한 눈초리가 많았다.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 가치가 1조 8300억 원가량인 데다 경영권 프리미엄 30%까지 붙으면 인수금액이 2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 이는 웅진의 총 자산 대비 300%가 넘는 규모다.
그룹 지주사인 웅진의 경우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828억 원에 영업이익은 1038억 원이다. 그나마 그룹 내에서 양호한 외형과 수익성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번에 인수 주체로 나선 웅진씽크빅도 지난해 매출액 6243억 원, 영업이익 342억 원에 그쳤다. 반면 인수대상인 코웨이는 지난해 매출이 2조 5168억 원에 영업이익은 4727억 원을 기록했다. 인수 여력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번 인수에는 사모펀드 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인수자금은 웅진이 4000억 원, 스틱인베스트먼트가 5000억 원을 각각 분담한다. 나머지 8000억 원가량은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한다. 웅진은 그룹 역량을 웅진씽크빅과 코웨이에 집중해 현금창출 능력이 강화되면 인수금융을 상환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코웨이 인수는 웅진 입장에서 굉장히 무리한 것이 사실이다. 인수가격 중 웅진이 부담하는 금액은 4분의 1 수준이지만 앞으로 수익 배당·이자 비용 등도 감당해야 한다”며 “웅진 측은 렌털시장이 연 10% 수준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겨우 안정화된 상황에서 과거처럼 다시 차입금을 들여 사업을 확장하려 한다는 것에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웅진 입장에서는 코웨이를 인수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앞의 관계자는 “현재 웅진씽크빅과 태양광사업 등에선 큰 매출도 안 나오고, 성장폭도 부진한 상황”이라며 “기존 사업 중 규모도 컸고, 제일 잘했던 게 코웨이였기에 다른 선택이 없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웅진 측은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웅진 관계자는 “추후 상환이 힘들어 보인다면 금융권에서 8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해줬겠느냐”고 반문한 후 “인수금융 8000억 원에 대해 이자율을 5%로 계산해도 이자가 연 400억 원인데, 코웨이와 웅진씽크빅의 현금창출이 1000억 원 가까이 되기에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코웨이는 웅진이 설립했고, 웅진이 운영을 제일 잘한다”며 “웅진이 다시 한번 저력을 모아 시장을 발전시키고, 소비자들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도전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위기가 오히려 승계작업엔 호재? 비용 적게 들이고 조용하게 마무리 코웨이가 떠난 6년여 사이 웅진에도 변화가 있었다.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은 여전히 윤석금 회장이지만, 지분은 윤 회장의 장남 윤형덕 웅진투투럽 대표이사(전무)와 차남 윤새봄 웅진 사업운용총괄(전무), 두 아들에게 넘어가 승계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것이다. 2013년 12월, 윤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웅진홀딩스(현 웅진) 주식 297만여 주 전량을 두 아들에게 절반씩 매각했다. 두 아들은 이를 기반으로 현재 윤형덕 전무는 지분 14.16%(1029만 2907주)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윤새봄 전무는 지분 14.14%(1027만 6395주)로 2대주주에 올라 있다. 이번에 코웨이 인수 주체로 나선 웅진씽크빅에도 윤형덕 전무와 윤새봄 전무는 각각 지분 2.84%씩 보유하고 있다. 웅진의 규모가 줄어든 덕분에 윤 회장 일가가 오히려 승계작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 규모가 확 축소되면서 윤 회장 일가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많이 준 덕분에 승계작업이 조용히 진행될 수 있었다”며 “또 회사 규모가 컸다면 승계 과정에서 비용 등에 대해 고민이 많았을 텐데 비용을 적게 치렀다”고 귀띔했다. [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