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 선정 방침이지만, 명품브랜드 유치 어렵고 담배 빠지고…‘기념품숍 전락할라’ 우려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전경. 연합뉴스
‘살아남은 자들의 대잔치’.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 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 중인 국내 면세점 시장을 이렇게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정치적 갈등으로 인바운드 사업의 영업환경이 크게 악화됐음에도 현지 수요를 충당하는 웨이상, 따이공의 급부상으로 면세점 시장은 외형 성장 추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웨이상은 제품을 대신 사서 SNS를 통해 판매하는 중국의 대리구매상이며, 따이공은 중국의 보따리상을 뜻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면세점 매출액은 129억 1736만 달러로, 지난해 총 매출인 128억 348만 달러를 넘어섰다. 사드 후폭풍이 걷히면서 매출이 늘어났고, 우리나라 면세업체들이 글로벌 면세점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7.2%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유지한 덕이다. 그러나 국내 면세시장에서 중소·중견 면세점들의 입지는 계속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매출은 각각 6조 원와 3조 원가량이었으며, 신세계면세점은 92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은 롯데면세점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줄었으나 나머지 두 면세점의 영업이익은 증가했다. 반면 중소·중견면세점의 경우 여전히 적자행진 중이다. SM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912억 8700만 원, 영업손실 275억 7300만 원을 기록했다. 동화면세점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 3124억 6700만 원과 199억 6800만 원이었으며, 삼익면세점의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404억 원과 161억 원이다.
전문가들은 중소·중견 면세점의 실적 부진 원인을 사업자 수 증가에 따른 경쟁 심화 때문이라고 본다. 박근혜 정부 당시 면세점 확대정책으로 2015년 7월과 11월 두 차례 ‘면세점 대전’이 펼쳐지면서 2017년 말 서울시내 면세사업자는 10개까지 증가했다. 올해에도 지난 7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비롯해 11월 현대백화점면세점과 탑시티면세점 등 3곳이 추가 오픈한다.
그러나 시장은 ‘롯데-신라-신세계’의 3강 구도가 확고해지면서 중소·중견 면세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소·중견 면세점들은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환영하고 있지만, 우려는 있다. 국내 최대 종합악기회사인 삼익악기는 2015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공항면세점 사업에 진출했지만, 누적된 적자로 결국 지난 9월 면세점 사업을 종료했다. 삼익악기는 지난해 8월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임대료 인하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업계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높은 임대료에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의 임대료 수익이 1조 원이 넘는다”며 “‘동북아 대표 허브공항’을 표방하는 공항공사가 항공수익보다 비항공수익에 치중하면 공항 이용객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지난 5년간 인천국제공항의 임대료 수입이 항공료 수익보다 1.4배 더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천공항의 지난 5년간 운항·여객에 따른 항공료 수익은 3조 4251억 원, 상업시설 임대료는 4조 8709억 원으로 나타났다. 항공료 수익이 2014년 6364억 원에서 지난해 8164억 원으로 28%가량 증가하는 동안 임대료 수입은 66%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소·중견면세점에 기회와 혜택을 주겠다던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액과 연동해 입국장 면세점 임대료를 책정하겠다는 방향이 제시된 것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최종 판단은 공항공사가 하므로 지켜봐야 할 문제”라며 “중소면세점이 수익을 내 공항도 잘 돼야 하는데, 임대료 부담이 크면 입점한 중소기업들만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담배와 과일·축산가공품 등 검역대상 품목 판매가 제한되는 점 또한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주요 매출원인 담배를 판매하지 못하면 명품브랜드를 입점하기 어려운 중소·중견면세점들이 매출을 올리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상품 품목 등의 구색이 어느 정도 갖춰져야 하는데 기념품숍 정도로 전락해버릴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용객 편의를 위한다는 입국장 면세점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면세업계 ‘강남대전’ 막 오른다 대형 면세점들은 최근 임대료 상승 등의 이유로 공항면세점보다 시내면세점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간 광화문, 명동, 소공동 등 서울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모여 있던 면세점들이 강남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어 면세업계 판도 변화가 주목된다. 올해 추가 오픈됐거나 오픈 예정인 서울 시내 면세점 3곳 중 신촌점 개장을 앞둔 탑시티면세점을 제외하고 지난 7월 개장한 신세계면세점과 1일 개장한 현대백화점은 강남에 자리 잡았다. 기존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월드타워점에 맞서 ‘강남대전’이 예상된다. 유민선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면세점 산업동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신규 면세점들이 타깃하는 주요 고객층은 내국인과 개별관광객일 확률이 높다”며 “최근 시내면세점의 80% 내외 매출을 담당하는 따이공을 유치하기엔 강남은 지리적으로 불리하다”고 전했다. 따이공은 단시간에 최대한 많은 상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명동 상권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첫 면세점을 오픈한 현대백화점그룹은 자신감을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0월 3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존 시내 면세점이 강북에 몰려 있었지만 마이스 관광특구단지와 컨벤션센터, 백화점 등으로 코엑스 인근은 최적의 입지”라며 “무역센터점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하며 이후 특허권 획득을 통해 시장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