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제 대신 은퇴 후 2년간 지도자 봉사 방안 등 논의…‘양심적 병역 거부’ 대체복무 기간이 관건”
여기에 또 다른 문제인 양심적 병역거부도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교적 양심의 자유를 내세워 군 입대를 거부하는 것을 ‘정당한 사유’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도 대체복무를 법제화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국가대표 축구선수 봉사활동 서류 조작을 밝힌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병역특례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박은숙 기자
하태경 의원을 만나 최근의 한국을 강타한 ‘병역논쟁’에 관해 들어봤다. 그는 병역특례제도개선 소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국회에서 그를 만나 병역특례제도 손질과 대체복무 안에 대해 그의 입장과 국방위 분위기를 들어봤다.
―장현수 사건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국가대표에서 완전 배제됐기 때문에 마음이 썩 좋지는 않다. 다만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가 ‘최소한의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국가를 대표할 수 없다’는 생각이 공고해진 것 같다. 즉, 국가대표는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할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뚜렷해졌다. 축구계도 그렇고 우리 사회도 한층 더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
―장현수 건은 어떻게 관심 갖게 됐나.
“여러 사례들을 봤다. 그 중에서도 장현수 선수 건은 하루 10시간 넘는 고강도 훈련 봉사활동을 계속했다고 제출해 의심이 갔고 파악해보니 허위 조작 증거를 확인했기 때문에 주목하게 됐다.
―11월 1일 장현수 선수 징계 발표 전 축구협회에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서한도 보냈다. 어떤 이유였나.
“예상보다 중징계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장 선수는 메달을 땄다고는 하지만 의무 봉사활동이라는 사실상의 병역 의무를 수행 중이다. 군으로 치면 탈영을 했다고 판단해 서한을 보냈다. 영구 징계가 안타깝기는 하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서, 또한 신성한 병역의 의무에 대한 인식이 해이해지고 있는 경향도 있기 때문에 축구협회도 기강을 잡는 차원에서 불가피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장현수 선수를 두고 ‘군대 다시 가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마땅한 처벌규정이 없다.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지금은 사실상 정말 아무런 처벌도 안 한다. 34개월 내에 봉사활동 시간만 채우면 되고 만약 조작을 하더라도 5일 정도만 기다리면 끝난다. 하지만 앞으로는 구속 처벌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논의할 생각이다. 조사한 것 중에 예술분야는 면제될 사유가 아닌데 부정으로 면제된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다시 군대를 가도록 해야 한다. 조작은 당사자의 책임이 일단 크지만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심사를 하는데 날씨만 검색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을 걸러내지 못한 관리의 책임도 있다. 재발방지대책도 마련할 생각이다.”
―‘장현수 말고도 더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들여다보니 어떤가.
“지금 체육요원 31명에 대한 전체 조사를 하고 있고 예술요원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하겠다는 말이 없다. 체육요원 조사 끝나면 예술요원도 조사하게끔 할 생각이다. 사실 체육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계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의무는 소외 계층에 대한 봉사다. 예술요원 중에서는 일반인을 상대로 한 레슨을 소외 계층에 대한 봉사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자기 공연 마케팅도 봉사에 포함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둔갑시켜서 낸 것들을 꽤 많이 확인했다. 전체 조사를 하려고 한다. 예술계에도 장 선수 정도의 허위 조작이 있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정감사에서 국가대표 축구선수 봉사활동 서류 조작을 밝힌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병역특례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박은숙 기자
“예술요원, 체육요원의 병역 부정과 봉사 부정을 파악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게 과제다. 일단 실태 조사가 진행 중이다. 국방위에서는 여러가지 제도 개선안이 나오고 있는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개선안으로 현행 메달이나 콩쿠르 수상이면 4주 훈련만 받으면 되는 특혜는 폐지하고 대안으로 예술체육요원이 되면 은퇴 후 2년 정도 어려운 지역, 군부대 등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는 방안이다. 즉 지금과 같이 메달 획득했다고 사실상 병역을 면제받는 게 아니라 은퇴 이후 2년간 복무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면 국민들도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술체육계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지만 전성기 때도 아니고 은퇴 후에 2년 동안 봉사한다는데 반발은 없을 것 같다. ”
―‘콩쿠르 수상은 병역특례고 빌보드 1위 한 BTS는 군대 가야 하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예술체육요원에 편입되는 기준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개인적인 기준에서 종목 선정은 그때가 아니면 안되는 경우다. 주로 신체적인 경우에 해당된다고 본다. 군 생활 이후 선수 생명이 끝나는 경우, 이런 부분을 과학적으로 판단해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육 외에 예술 쪽도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돌 분야는 주로 댄스 음악이다. 이게 20대가 아니면 안되는 건지 전문가 평가를 맡겨 봐야 한다. 20대가 아니어도 된다는 평가가 나오면 배제하는 방식이다. 대중음악이 배제되면 성악도 배제해야 한다.”
―종목이 선정됐다면 새로운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은 어떻게 정하나.
“평가 대상이 되는 대회를 정하는 게 이슈다. 또 금메달로 한정하냐, 누적 점수제로 하느냐로 갈릴 것 같다. 개인적 견해로는 누적 점수제가 낫다고 본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예술체육요원 편입하는 건 큰 특혜라고 생각한다.”
―최근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안은 뭐라고 생각하나.
“법안을 두고 논의를 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취지는 공감을 하는데 너무 광범위하게 해석되면 안 된다. 악용될 소지가 있어 엄격할 필요가 있다. 종교적인 이유에 한정했으면 좋겠다. 종교적 병역거부만 인정해주고 비종교적인 경우는 객관성, 엄밀성이 보장된 다음에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중요한 건 대체복무 기간인데 1.5배 내지 2배 정도 범위가 있다. 1.5배만 돼도 사람들이 속이려고 할 것 같지는 않다. 그 안에서 절충이 될 듯하다.”
―기간을 2배 이상으로 해야 한다, 지뢰 제거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쨌든 국회는 합리적으로 봐야 한다. 지뢰 제거 얘기도 나왔는데,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게 지뢰 제거한다고 죽거나 힘든 게 아니다. 기계가 하는 부분이 많아 목숨 걸 일이 줄어들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출퇴근이 아닌 합숙 의견이 많고 투입할 분야는 소방이나, 교정 분야 얘기가 나온다. 더 논의를 해야 한다. 어쨌든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해 병역 기강이 해이해지면 절대 안된다는 공감대는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