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시장 “인구수만으로 판단은 낡은 발상”…4만 명 적지만 실질 행정수요는 140만
현재 성남시 인구는 95만 8000여 명으로 인구 100만에 약 4만 명이 모자라는 상태다. 반면 고양시(104만), 용인시(102만)는 근소하게 인구 100만을 넘겨 특례시 요건을 충족한다. 개정안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성남시민들은 행안부의 기준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인구수 100만과 99만이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은수미 성남시장 역시 “주민등록상 인구수로만 행정수요를 판단하는 것은 낡은 발상”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인구가 아닌 종합적인 행정수요에 대한 판단이 고려돼야 한다는 의미다.
성남시청 전경.
성남시민들이 특례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단순 명칭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특례시가 되면 대도시로서의 권한, 즉 96만 인구에 걸맞은 자치 사무 확대와 재정 수입의 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권한은 더 능력 있는 인재를 채용해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례시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나아가 행정조직 개편과 인사 부문에서의 권한도 확대될 여지가 있다. 실, 국, 본부 등의 설치가 늘어나면 체계적인 업무처리는 물론 지방정부의 정책을 실현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일반 시군과 달리 광역단체인 경기도를 거치지 않고 정부와 직접 교섭할 수 있어 행정절차가 간소화되고 주요 현안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특례시는 장기적으로 도시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요소다. 하지만 ‘특례시’의 기준이 인구 100만으로 발표되자 성남시와 성남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 종합적 행정수요의 중요성
성남시는 “주민등록상 인구수는 96만 명 수준이지만 용인, 동탄, 서울 등에서 판교테크노밸리, 성남 하이테크밸리 등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외국인 등을 합한 실질적 행정수요는 140만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경과한 외국인에게 부여되는 지방선거 선거권을 비롯해 외국인 주민들도 교통, 주거, 제증명 발행, 쓰레기 분리수거 및 무단투기 단속 등 다른 주민들과 똑같은 행정수요를 발생시키는 점에서 성남시는 이를 행정수요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수미 성남시장.
은수미 시장은 “성남시보다 인구가 30만 정도 많은 수원시가 주 1회 민원실을 운영하는 것에 비해 성남시는 주 7회, 야간까지 민원실을 운영하며 시민 민원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점차 증가하는 민원으로 성남시 공무원들의 노동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공무원들의 피로감은 민원인들의 만족도 저하로 이어진다.
특례시와 특례에 따른 권한 부여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여겨진다. 대도시 특례를 강화해 자치단체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지방자치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재정 면에서도 성남시는 올해 예산이 3조 3000억 원에 이르는 등 2조 8000억대인 수원시, 창원시와 비교해 재정력은 이미 광역시급이다(울산광역시 3조 9171억 원). 재정 자립도 역시 강남구(67.9%), 화성시(64.2%)에 이어 전국 3위(63.5%)이며 지방자치단체가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의 폭을 나타내는 재정자주도 역시 75.9%로 과천(85.1%), 화성(77.3%), 계룡(76.2%)에 이어 4위 규모다.
지방세 징수액 역시 1조 7894억 원으로 1조 2093억 원의 고양시, 1조 6327억 원의 용인시와 비교해도 규모가 크다. 성남시는 이미 100만 이상 대도시 수준의 재정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실적 지표들을 감안할수록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특례시를 나누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지역 국회의원들의 전향적 도움 절실
성남시에는 김병관(분당 갑), 김병욱(분당 을), 김태년(수정구), 신상진(중원구) 등 4명의 국회의원이 있다. 시민들은 수원시와 수원 국회의원들이 그랬듯 성남을 지역구로 둔 이들이 특례시를 위해 도움을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병관, 김병욱, 김태년 의원실은 한결같이 “특례시에 대한 입장은 성남시의 취지와 같다”면서 “큰 틀에서 성남시(성남시민들) 뜻에 협조할 생각”이라고 했다. 한 의원실은 “성남에 지역구를 둔 정치인이 성남시가 특례시가 되는 걸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히 김병관 의원은 “인구 96만에 육박하는 성남시의 실질적인 행정수요와 재정력을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자치분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율과 책임이 조화된 다양한 대책(인구수 기준만이 아닌 행정수요와 재정력 등을 고려한 특례시 지정 포함)들이 필요한 시점이다”라며 성남시에 강한 힘을 실어줬다.
한 관계자는 “법으로 100만이라는 기준이 확정된 상태라면 모르지만 아직은 여지가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수원시민들이 특례시를 위해 애써왔듯 민관이 뜻을 모아 정치권에 의사를 전달하면 해답이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성남시도 오는 13일 당정협의회에서 지역 국회의원을 만나 특례시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 행안부와 성남시의 동상이몽
김부겸 장관이 지난 10월 30일 오후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제6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자치분권·재정분권과 관련하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행정안전부
행안부 자치분권제도과 특례시 담당자는 지난 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특례시 명칭 부여 기준인 ‘인구수 100만’이 조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안은 100만 이상 도시에 특례시라는 행정적 명칭을 부여하는 것에 한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세목을 변경하거나 하는 다른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하지만 행안부의 답변과는 달리 성남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명칭 부여와 자치 사무의 확대로 시작해서 세목의 변화, 행정기구 확대가 뒤따를 것이라는 게 성남시민들의 생각이다.
수원시조차 공식 블로그를 통해 ‘세금 추가 부담 없이’ 연간 3000억 원의 재정수입이 증가하게 된다고 홍보하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명칭만 특례시로 바꾸고 다른 변화는 없다면 그 또한 지방자치의 목적과도 맞지 않는다.
사실상 특례시는 차츰 재정 및 행정 권한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 확실시 된다고 보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이 때문에 성남시와 시민들은 특례시 또는 특례시에 준하는 권한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말로만 판교, 성남을 운운하며 쌍둥이 혁명 메카라 하지 말고 양극화와 불평등, 격차와 불안을 넘어 성남이 대한민국 청년과 아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제대로 일 좀 하게 해 달라, 사람과 예산을 달라”고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행안부가 기존 입장만을 고수하게 된다면 성남시민들과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