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혐의 추가에도 석방 상태에서 재판…비호세력 존재 의혹 가시지 않아
서울 강남구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무실이 있는 팍스타워. 사진=고성준 기자
이 대표는 2015년 11월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VIK는 부동산이나 비상장 주식,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에 투자하는 금융투자 업체라고 홍보했지만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은 무인가 업체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8월 결심공판에서 이철 대표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철 대표와 함께 기소된 범 아무개 씨와 박 아무개 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아울러 신 아무개 씨 등 5명에게도 징역 5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은 이철 대표와 공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명에 대한 선고공판을 연기 끝에 오는 12월 3일로 정했다. 하지만 이 날짜에 과연 선고가 이뤄질지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재판부 관계자는 “선고공판이 연기되는 사례는 있다. 사건이 광범위하고 복잡해 판사가 판결문을 작성하는데 시간이 걸릴 경우나 여러 사건이 병합될 경우 등이다”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일반적인 형사사건에서 선고공판은 결심공판 후 한 달 정도 경과한 시점에서 이뤄지지만 이철 대표에 대한 선고는 석연찮은 이유로 연기됐다. 이철 대표는 3년간 1심 재판을 받고 있으나 아직 선고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통상적으로 형사재판은 민사재판에 비해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의 IDS홀딩스 사기 사건과 비교하면 차이는 확연하다. 이 사건 주범인 김성훈 대표는 2016년 9월 사기와 방문판매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해 12월 3심 재판부에서 징역 15년형을 확정받기까지 1년여 정도가 걸렸을 뿐이다. IDS홀딩스는 2011년 1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환율 변동을 통해 수익을 내는 홍콩 FX마진거래에 투자하면 1~10% 이자에 원금보장을 해준다는 약속을 미끼로 1만 2000여 명으로부터 1조 1000억 원에 육박하는 돈을 모은 사건이다.
VIK사건 재판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사기피해와 피해자 수가 천문학적임에도 재판담당 판사가 1명뿐인 단독 재판부에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이민석 변호사는 “VIK 사건 정도의 규모일 경우 통상적으로 복수의 판사들이 재판을 담당하는 합의 재판부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며 “하지만 이철 대표와 VIK 사건은 담당 판사들이 바뀌는 과정을 거쳐 3년 내내 판사 1명이 재판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상품 판매를 단순하게 했던 IDS홀딩스와 달리 VIK는 수십 개에 달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수법을 동원했다. 따라서 단독 판사가 판결을 하기에 다소 복잡한 사건이다. 단독이 아닌 합의부에서 재판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라며 “VIK 사건과 관련한 일련의 재판 과정을 보면 비호·배후세력 존재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철 대표는 2015년 11월 구속 기소됐으나 2016년 4월 1심 최대 구속 기간인 6개월을 앞두고 법원에서 보석이 허가돼 풀려났다. 그는 당시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에게 6억 2900만 원을 준 혐의로도 기소돼 2016년 4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같은 해 9월 이 대표가 2000억 원대 불법 투자 유치를 한 혐의를 포착하고 추가 기소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여전히 석방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VIK 재직 시절 이철 대표를 측근에서 보좌한 이 아무개 씨는 이 대표가 구속기소되자 내부고발자가 됐고, 현재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VIK는 이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나 이 씨는 2016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한편, VIK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2017년 VIK 감사보고서를 보면 매출 37억 원, 영업손실 143억 원, 당기순손실 144억 원을 기록했다. 자본금 2억 원 규모로 출범한 VIK는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2017년 말 기준 자본은 마이너스 517억 원, 미처리결손금은 519억 원에 달하고 있다.
VIK 회계감사법인인 영앤진회계법인은 2015년부터 2017년 감사보고서까지 3년 연속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표시했다. 의견거절이란 공인회계사가 감사의견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합리적 증거물을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표명이 불가능할 경우 등에 표시한다. 무엇보다 밸류인베스트의 2017년 감사보고서에서는 재무 주요 정보를 상세하게 기록한 ‘주석’ 부분이 백지 상태로 생략돼 있다.
VIK 관계자는 “대표 등이 재판에 넘겨진 2015년 11월 이후 현재까지 계속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재판과 관련해) 어떠한 결정도 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영업 재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무제표에 기재된 매출 발생은 중간 정산 등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고 해명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