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생각 버리고 ‘박수 칠 때 떠나라’
▲ PC방을 운영해오던 김유씨는 매출 부진이 심각해지자 도시락 체인점으로 업종을 전환해 성공했다. | ||
그는 빠른 손놀림으로 1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음식을 포장, 고객에게 도시락을 내민다. “밥을 곱빼기로 시키셨으니, 2백원 추가해서 총 2천7백원입니다. 감사합니다.”
그의 가게에서는 고객이 머무는 시간이 고작 2~3분에 불과하다.
“모든 제품은 완제품으로 조리되어 냉동, 냉장상태로 공급됩니다. 데워서 포장용기에 담기만 하면 되니까 대기시간이 짧아요. 길어야 5분 정도니까요. 오래 기다리지 않아 손님들이 좋아하시죠.”
그는 아침 7시부터 출근한다. “직장인들 아침 제대로 챙겨먹기 힘들잖아요. 출근길에 도시락을 사가는 손님들도 꽤 많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도시락 싸느라 정신없죠.”
매장에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밥하기. 시간이 다소 걸리는 튀김, 볶음 반찬도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
4년 전만 해도 그는 PC방의 사장님이었다. 봉천동에서 프랜차이즈가 아닌 독립형 PC방을 운영했다. 용산의 전자상가에서 컴퓨터 판매점을 운영한 경력이 있어 오픈에서 운영까지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점포 입지는 신축 건물의 1층, 50여 평의 규모. A급 상권은 아니어서 보증금 2천만원, 월임대료 1백20만원으로 점포비용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다.
처음에는 승승장구했다. 당시만 해도 주변에 PC방이 없어 손님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기적인 업그레이드와 온라인게임 수수료 등 유지비용의 부담이 늘어났고 근처에 최신 시설의 동종업체가 5개나 들어서면서 매출이 점점 줄기 시작했다. 업체간에 경쟁이 붙으면서 1백원, 2백원씩 내려가던 이용료는 급기야 시간당 1천2백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백원으로 떨어졌다. 하루에 컴퓨터 한 대가 벌어들이는 매출이 5천원을 넘지 못하고 일 매출이 20만원에도 못 미치는 날이 이어졌다.
매출이 줄어드니 돈이 많이 드는 업그레이드는 아예 포기해야 했고, 업그레이드를 포기하자 손님이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급기야 PC방은 월세를 내기도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그는 고민 끝에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지원센터를 방문, 상담을 신청했다.
처음에는 자금을 대출받아 점포를 업그레이드할 목적으로 찾아갔는데 상담결과는 의외였다. 업종 전환이 최선책이라는 진단이었다.
“자금을 대출받아 다시 업그레이드를 한다고 해도 주변에 경쟁 점포가 많이 들어섰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이미 늦었다고 하더군요. 업종을 전환하는 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 한솥도시락 봉천 원당시장점 김유사장 | ||
“PC방을 운영하면서 가끔 이용했던 도시락이 떠오르더라고요. 본사를 찾아가 상담을 해봤죠. 무엇보다 창업비용이 PC방을 정리한 것으로 충분하다는 점, 외식업이긴 하지만 완제품으로 공급을 해주기 때문에 운영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는 점 등이 맘에 들어 창업을 결정했습니다.”
그는 3주 동안 본사에서 이론과 실기교육, 직영점에서 실습교육까지 마치고 2004년 8월, 원룸과 빌라, 상가, 학교 등이 밀집한 봉천11동에 도시락 전문점을 오픈했다.
도시락 전문점은 소풍과 야유회 등 각종 행사가 많은 가을철에 매출이 가장 높기 때문에 그전에 미리 홍보를 해두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한 달간 20% 할인 행사를 하고, 손님이 뜸한 시간에는 전단지를 붙이러 동네를 돌아다녔다. 신문 삽지 광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학교, 성당, 교회, 산악회 등 단체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영업을 펼쳤다. 그 결과 한달 매출은 1천5백만원을 기록했다. 24시간 영업에 하루 20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힘들었던 PC방에서 도시락 전문점으로의 업종 전환은 성공을 거둔 셈이다.
점포 비용도 대폭 줄어 실평수 12평의 규모에 보증금이 1천만원, 임대료는 한달에 65만원씩 내고 있다. 보증금 2천만원에 월임대료가 1백20만원이었던 PC방의 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PC방은 부부가 함께 운영했지만 도시락 전문점은 현재 김씨가 혼자서 운영하고 있다. 바쁜 시간에는 주방과 홀에 아르바이트생 한 명씩 투입한다. PC방을 운영하면서는 하루도 쉴 수 없었지만 현재는 둘째, 넷째주 일요일이 정기 휴무일이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여유도 생겼다.
김씨는 “위생부터 맛까지 PC방을 운영할 때보다 신경이 더 쓰이긴 하지만 PC방처럼 경쟁자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 주어진다”며 만족해 했다.
창업비용
가맹비 5백만원
보증금 2백만원
인테리어비 9백90만원
주방기자재·간판 등 1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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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 계 2천6백90만원
(점포비용 제외, 10평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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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로열티 22만원(매월 납부)
판촉·메뉴개발비 10만원(매월 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