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글 작성 추정과 유죄 입증은 별개의 문제”
# 경찰의 자신 있는 기소의견 결론 배경은 ‘정황증거’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 18일 김혜경 씨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수원지방검찰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김 씨는 지난 4월 경기지사 민주당 예비후보 경선 과정에서 ‘정의를 위하여’라는 닉네임의 혜경궁 김 씨 트위터 계정을 사용, ‘전해철 전 예비후보가 자유한국당과 손잡았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2016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가 취업과정에서 특혜를 얻었다’는 허위사실을 해당 트위터에 유포, 문 대통령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주 논란과 관련해 11월 2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경찰은 ‘정황 증거’를 토대로 김 씨가 혜경궁 김 씨 트위터 계정 소유자라고 판단했다. 카카오스토리와 혜경궁 김 씨 트위터, 이 지사 트위터에 비슷한 시간대 같은 사진이 올라온 다수 사례가 확인됐다는 점, 김 씨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아이폰으로 바꾼 시점 등을 볼 때 혜경궁 김 씨는 김혜경 씨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또 2016년 7월 중순께 분당 거주자 가운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아이폰으로 휴대전화를 교체한 이동통신사 고객 가운데 전화번호 끝자리가 ‘44’인 휴대전화 소유주는 김 씨가 유일하다는 수사 결과도, 정황 증거 중 하나다.
‘성남 분당 거주’, ‘여성’, ‘아들을 군대 보낸’, ‘S 대 출신’, ‘음악 전공’ 등 혜경궁 김 씨가 태그로 걸었던 설명들 역시, 숙명여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아들을 군대를 보냈던 김혜경 씨라고 경찰이 판단한 배경이다.
# 이재명 지사 측 “정치적 탄압” 강력 반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즉각 반발했다. 앞서 김혜경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혜경궁 김 씨가 아니다”고 부인했고 이 지사 측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발했는데, 19일 경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자 “계정주인, 글을 쓴 사람은 제 아내가 아니다”며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9시쯤, 경기도청 출근과 더불어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수사 결과를 ‘정치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경찰은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비슷한 것들을 끌어모아서 아내로 단정했다”며 “수사 내용을 보면 네티즌 수사대보다 판단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 증거로 이 지사는 “누구든 트위터와 카스 계정이 있다면 트위터 사진을 캡처하지 않는다. 바로 올리면 되기 때문이다”며 “(이 같은 사실이) 경찰은 스모킹건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 계정이 아내 계정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진실보다 권력을 선택했다. 그런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또 21일에는 “김혜경 씨가 2016년 12월 18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는 장모님 생일잔치가 있었다”며 “그 중간인 6시37분, 긴 답글을 썼는데 큰딸인 아내가 생일 축하 행사 도중 활동했다는 것”이라고 경찰 수사를 반박하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10월 2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경찰서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 신중한 법조계 “온라인 글 입증 어려워”
하지만 검찰을 비롯, 법조계는 비교적 신중하다. 온라인 영역에서의 명예훼손 입증은 ‘글을 썼다’라는 판단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자 여부를 놓고, 정치권까지 논란이 확산되면서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 수원지검은 경찰 송치 직후 ‘검찰이 지휘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건 자료를 보지 않았다. 이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 한 매체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쉽사리 판단을 내리지 않았겠지만, 온라인에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유죄 입증은 별개의 문제”라고 조심스레 의견을 밝혔다. 트위터 소유자로 추정된다고 해서, 해당 내용들까지 올렸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하급심 판단도 있다.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댓글 조작 사건 때 1심 재판부는 특정 날짜에 국정원 직원들이 이메일 로그인 여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게시, 공유글의 정치적 내용 여부와 관계없이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공용 사무실 등에서 이뤄진 로그인의 경우, 해당 피고인의 로그인 인정 여부를 더욱 깐깐히 볼 수 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경우 어디서 로그인을 해서 글을 올렸는지, 경찰이 어떻게 판단했는지는 모른다”면서도 “4만 건이 넘는 글이 올라오거나 공유된 트위터 아니냐. 통상 공용 사무실이나 여러 장소를 바꿔가며 로그인해서 남긴 글의 경우 본인이 작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 부분에 대한 수사 기관의 입증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제3자가 로그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법조계는 ‘경찰의 판단에는 근거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다들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경우 유력 대선 후보의 정치 인생이 걸린 사건”이라며 “경찰이 그냥 혜경궁 김 씨를 김혜경 씨로 지목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겉으로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내용들을 확보했기 때문에 자신감 있게 결과를 내놓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