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드림파크 착수보고회
[대전=일요신문] 육군영 기자 = 대전의 새 야구장인 일명 ‘베이스볼 드림파크’를 두고 각 자치구 간에 치열한 유치경쟁이 시작됐다.
10년간 만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대전 연고 구단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가 올해 페넌트레이스를 3위로 마치는 등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함에 따라 한화이글스파크의 낡고 협소한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졌다.
이에 대전시는 지난 7월 허태정 대전시장의 민선 7기 공약 중 하나인 베이스볼 드림파크 조성 사업을 올해부터 오는 2024년을 목표로 사업비 1360억원을 투입, 한밭종합운동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2만2000석 규모의 새 야구장을 지을 계획이다.
그러나 용역업체 입찰 과정에서 두 차례 유찰되며 대전시는 대전 전체로 입찰 대상을 넓혀 업체를 최종 선정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각 구 구청장들은 야구장의 신규 후보지를 물색하며 적극적으로 유치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경쟁의 포문을 연 것은 황인호 동구청장이다. 대전 동구는 이미 민선 7기의 취임부터 관광지역을 재정비를 진행하고 시범적인 홍보사업을 펼치던 곳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대전역 광장을 중심으로 야구장 유치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황 구청장은 베이스볼 드림파크를 선로 선상에 건설하는 일명 대전역 선상야구장의 건립 지지를 호소하며 “이미 국내·외에 선로 위 건축 사례가 많아 현실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대 효과를 고려할 때 대전역이 최적의 입지”라고 강조했다.
김용원 동구 정책비서실장도 지난 8일 직접 홍보 강사로 나서 대전역의 교통 편의성과 역세권 개발, 원도심 활성화의 필요성 등을 설명하는 유치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주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구에 이어 대덕구도 유치경쟁에 가세했다. 박정현 대덕구청장은 지난 20일 대전시청에서 일명 신대 베이스볼 드림파크 야구장조성안을 제안,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고 유치경쟁 참가를 공식화했다.
박정현 대덕구청장
이 자리에서 박 구청장은 기존 대덕구의 유력한 후보지였던 연축동 일원이 아닌 인근 신대동 회덕 JC일원의 23만㎡의 부지를 제시하며 ▲천변도시고속화도로와 대전·세종 간 BRT, 국도17호선 등이 인접해 있는 접근성 ▲밀집 주거지역이 300m 이상 떨어져 민원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점 ▲부지 매입비 역시 ㎡당 평균 8만원(2018년 1월 공시지가 기준)이라 용지매입비에 약 460억원 정도만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 점 등을 강조했다.
박 구청장은 “신대 베이스볼 드림파크 야구장은 모두가 만족하는 최고의 야구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공정한 유치경쟁을 통해 최적의 야구장 부지를 선정하자”고 말했다.
유성구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진 않지만, 구암역 인근이 최적의 부지라며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구암역 일원과 유성구 용계동 서남부스포츠타운이 용역 후보지로 지정됐고 유성복합터미널, 지하철 등 교통 편의성을 생각했을 때 다른 후보지보다 절대 불리한 입지가 아니라는 것이 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구는 아직 유치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않았으며 좀 더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그러나 당초 허태정 시장의 공약에 한밭운동장 철거 뒤 야구장을 신축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므로, 만약 타 자치구로 부지가 변경될 경우 기존 상권의 포함된 시민들과 중구가 강하게 반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처럼 대전 자치구들의 치열한 유치경쟁으로 부지가 변경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 또한 보이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에서는 야구팬과 야구전문가, 지역 주민과 시민들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새 야구장 위치를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대전시에서 기존의 진행 중인 공론화도 기일 없이 지연되고 있는 점, 총합 20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지닌 야구장의 경우 지역구의 의원들에게 큰 이권이 된다는 점, 각 자치구도 이번 야구장 유치에 실패할 경우 시에서 들어올 수 있는 다른 사업이 없다는 점 등을 미뤄볼 때 이번 용역 결과는 시에 역대급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
허태정 대전시장은 베이스볼드림파크 건립 사업에 대해 한화의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상태이며 박정규 한화이글스 대표이사도 “지역연고단의 도리를 다할 생각이고 시에서 가는 방향에 좋은 구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당장 다급한 재정문제는 해결될 전망이다.
하지만 박 대표이사도 신규 야구장의 개장 기간에 대해선 1년이라도 당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번 유치경쟁이 마냥 좋게만 끝날 것으로 예상하기는 힘들다.
이처럼 유치경쟁이 본격화되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허 시장은 “공정한 경쟁의 과정이며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며 “계획대로 공론화등의 과정을 거쳐 합리적으로 진행할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대전시가 약속했던 2024년 완공을 계획대로 성공하고 행정능력을 총동원해 대전 야구팬과 각 자치구가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ilyo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