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새롬기술의 경영권을 두고 맞붙은 오, 홍 두 사람은 그동안 지분경쟁, 비리폭로전, 상호비방전 등 끝없이 맞붙어 왔으나 아직까지 우열을 가리지 못한 채 첨예하게 맞붙어 있다.
그러던 중 최근 새롬기술 내부에서 지난 2000년 2월 실시했던 유상증자 직전에 분식회계를 통해 적자이던 결산실적을 흑자로 둔갑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또다른 파문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새롬기술의 회계담당자가 검찰에 소환돼 극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 따르면 새롬기술은 지난 1999년 회계연도 재무재표 작성시 부실 재고자산 1백50억원 가량을 허위매출로 기재, 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것.
▲ 전문경영인인 홍기태 사장과 경영권을 두고 힘 겨루기를 하고있는 새롬기술의 오상수 사장. | ||
증권가 관계자에 의하면 새롬기술은 1백50억원 가량의 매출전표를 가짜로 끊어 허위 수입으로 잡아 외상매출금으로 처리했으며, 유상증자 전 부실재고를 한꺼번에 분식처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상 매출금액만큼 현금이 회사로 들어와야 함에도 허위매출로 현금유입이 불가능해지자 증자 후 일부 임원이 사재로 외상매출금을 막는 등 분식회계를 은폐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새롬기술은 허위실적을 근거로 2000년 2월 삼성 등이 참여하는 3천8백억원 가량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셈이다. 적자 회사를 흑자 회사로 만들어 투자자들을 현혹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새롬기술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며 유상증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롬기술 관계자는 “증자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은 새롬기술의 실적을 보고 투자했다기보다는 전망이 밝았던 다이얼패드의 성장성을 감안해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분식회계 의혹은 오상수 사장과 홍기태 사장간의 경영권 다툼에서 빚어진 또다른 폭로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새롬기술 관계자는 “회계담당자가 (회사에) 등을 돌리고 홍기태 사장 편으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번 의혹제기가 경영권 싸움과 관계있음을 시사했다. 만약 이번 분식회계 의혹이 사실이라면 당시 증자 직전에 회계장부를 조작했을 가능성과 연계돼 적잖은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자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이 줄줄이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자칫 이번 사건은 새롬기술의 존망과도 연결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이럴 경우 오상수 사장과 홍기태 사장의 경영권 분쟁도 새롬기술의 침몰로 거품만 남게 될 것이 확실하며, 분쟁 결과가 두 사람 모두에게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일단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궁지에 몰린 것은 2000년 당시 경영권을 행사한 오상수 사장이며, 홍기태 사장측은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분식회계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새롬기술의 주가는 다시 한번 충격을 받을 게 뻔해 투자자들이 골탕을 먹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 따르면 현재 새롬기술에 투자한 주주 수가 5만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상당수가 주가 10만원대에 매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이 회사의 주가는 6천원대에 머물고 있어 막대한 투자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