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안방까지 ‘서비스’ 충전
▲ ‘잉크가이’의 봉천점 점주 이상순씨. | ||
‘띠리링~’ 휴대폰에 들어온 잉크 충전 주문 메시지를 확인한 이상순씨는 휴대용 충전장비를 챙겨 들었다. 주문자는 그의 집에서 불과 몇백 미터 떨어진 통신회사 사무실. 그는 오토바이를 이용해 5분 만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잉크 하나를 충전하는 데는 5분, 토너는 15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충전이 끝나면 프린터 청소까지 말끔히 끝낸다. 이렇게 충전을 하고 받는 금액은 잉크 1만원, 토너 3만원. ‘고작 1만~3만원 팔아서 한 달에 얼마나 벌겠어?’라고 우습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하루 평균 10~15곳의 거래처를 방문해 그가 벌어들이는 한 달 순수익은 5백만원 정도다.
“인터넷과 텔레비전을 통해 집안에서 쇼핑하잖아요. 밖에서 힘들게 물건을 사려 하지 않죠. 전산 소모품인 잉크와 토너도 마찬가집니다. 정품을 사자니 너무 고가이고, 저렴한 충전방을 찾아가자니 바깥으로 나가기가 귀찮죠. 직접 찾아가니 고객의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 재주문 요청도 꾸준하고요.”
중소기업의 임원이었던 그는 지난 2005년 1월에 명예퇴직을 신청해 회사를 그만뒀다. 하지만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새로운 사업을 찾던 중 그는 방문 잉크 충전점이 고객의 니즈(needs)를 정확히 파악한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맹점을 시작했다고.
6백만원으로 점포 없이 가능한 사업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과거의 지위와 체면은 가차없이 내던지고 발로 뛰는 영업을 시작했다.
“고객이 본사 홈페이지에서 주문을 하면 해당 지점 담당자의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뜹니다. 하지만 온라인 주문으로 발생하는 매출은 한계가 있어요. 고객을 잡으려면 오프라인 활동을 활발히 해야 합니다.”
자전거로 이동하던 그는 기동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오토바이 면허도 취득했다. 또 일명 ‘빌딩타기’를 통해 사무실을 방문하고 학원가 등을 찾아다니며 전단지와 함께 잉크 충전의 장점을 설명했다. 버려지는 폐카트리지를 1천원에 수거하면서 전화만 하면 자신이 직접 찾아와 충전을 해준다고 다른 충전점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정품에 비해 저렴한 가격도 장점으로 내세웠다.
“정품의 값은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잉크는 평균 5만원, 토너는 12만원이고요, 재생품은 3만원(잉크), 6만원(토너) 수준입니다. 저희의 충전을 이용하면 1만원(잉크), 3만원(토너)입니다. 값이 저렴하지만 질도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저렴한 값과 찾아가는 서비스에 고객은 하나둘 늘어났다. 고객의 주문은 늦은 밤, 휴일을 가리지 않는다. 내일 리포트를 제출해야 하는데 늦은 밤 잉크가 떨어져버린 대학생, 당장 보고서를 출력해야 하는데 토너가 나오지 않아 애가 타는 직장인 등 토너가 떨어지는 시간이 따로 정해진 게 아니다. 때문에 그는 정해진 퇴근시간이 없다.
그는 최근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대형거래처로 확보했다. “요즘 학교에는 교실마다 프린터기가 하나씩 비치되어 있습니다. 학교에 프린트기가 30~50여 대가 있는 셈이죠. 학교는 주문이 들어오면 한 번에 5~6개씩 제품을 충전할 수 있어 좋습니다.”
방문 잉크, 토너 충전은 이틀 간 본사에서 진행되는 교육을 수료하면 곧바로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카트리지는 공기압을 조절하며 기포가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 등 정밀한 수작업을 요구하기 때문에 능숙해질 때까지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한다.
이씨도 처음에는 연습 없이 바로 일을 시작했다가 고객의 카트리지를 망가뜨리는 실수를 범했다. 그는 고객에게 새로운 제품으로 바꿔줘야 했다고.
그는 “무점포 사업은 고객 방문횟수에 따라 매출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부지런히 발로 뛰어야하며 고객이 단 한 사람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프로의식을 보이면 성공할 수 있다”고 예비창업자들을 위해 조언했다.
[‘잉크가이’ 창업정보]
창업비용 : 1천2백50만원(가맹비 충전장비 유니폼 등 포함)
월 운영비 : 15만원
잉크 토너 마진율 : 90%
김미영 프리랜서 may4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