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실’ 함께 버무리니 ‘돈맛’ 좋네
▲ ‘사랑이 익는 마을’을 함께 운영하는 유경상(오른쪽) 최애경 부부. | ||
“집사람이 음식 솜씨가 좋아요. ‘음식 장사하면 성공할거야’라는 말 많이 들었죠.”
아내 자랑을 하는 남편은 팔불출이라지만 유씨의 경우는 예외다. 아내가 아닌 사업 파트너에 대한 자랑이기 때문이다. “남편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성격이 정말 좋아요. 손님들에게 너무 친절해서 탈이죠.” 부인 최씨도 남편 자랑이라면 빠지지 않는다.
두 사람이 음식점을 함께 운영한 것은 올해로 7년째에 접어든다.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할 정도다. 처음에는 아내 최씨가 먼저 음식점 운영에 뛰어들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오피스텔 상가 내 조그만 배달 전문 한식집으로 시작했다. 음식이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혼자서 운영하기가 어려워지자 남편 유씨가 합류했다. 틈날 때마다 조금씩 도와주던 일이 급기야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음식점이 돼버린 것.
“주문이 밀려드는데 종업원이 발 빠르게 따라주지 못하더라고요. 남편은 달랐죠. 식당이 있는 1층에서 고객이 있는 7층까지 계단으로 오르내렸어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속도가 더 느렸죠.”
천성이 낙천적인 남편 유씨는 음식만 배달하지 않았다. 고객에게 전단지를 직접 전하고 항상 미소로 손님을 대했다. 새로운 반찬이 나가면 그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그릇을 되찾으러 가면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전하고 나왔다. 남편이 가게 운영에 합류하면서 매출은 두 배 가까이 껑충 뛰어올랐다. 6평 남짓한 작은 식당에서 벌어들이는 한 달 순수익은 5백만~6백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나면서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된 것. “말이 주5일이지 실제로는 주3~4일 장사예요. 공휴일, 휴가 등을 감안하면 이틀 장사도 어려울 때가 있었어요.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 ‘사랑이 익는 마을’ 내부 전경. | ||
그동안 모아둔 1억원을 투자해 30평 규모의 오리전문점을 열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메뉴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삼겹살과 돼지갈비도 부메뉴로 넣었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오픈발’ 매출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오픈한 지 한 달 보름 만에 바로 옆집에 대형 프랜차이즈 고깃집이 문을 연 것. ‘저 집 망했다’ ‘저 집 곧 문 닫겠네’라는 수군거림이 들려왔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본점을 찾아가 모든 메뉴를 여러 번 반복해서 맛을 봤습니다. 직접 먹어보니 이길 자신이 있더라고요. 6개월만 견디자고 마음을 다졌죠.”
그들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맛과 친절한 서비스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점심 식사 메뉴는 매일 5~6가지의 반찬을 바꿔서 내놨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음식이라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모든 음식은 푸짐하게 내놨다. 밥은 미리 해놓지 않았다. 소량을 수시로 해서 방금한 따끈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3개월 뒤, 고객 수와 매출은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혼자 오는 고객에게 특히 신경을 썼어요. 다른 식당에서는 홀대하기 십상이지만 저희는 반찬 하나 더 챙겨줬어요. 그랬더니 다음 번에 다른 사람을 데리고 다시 찾아오더라고요.”
낮에는 직장인, 저녁에는 지역 주민의 방문율이 높은 편이다. 식사 시간 외에도 손님의 발걸음은 꾸준하다. 현재 ‘사랑이 익는 마을’의 월 평균 매출은 2천만원 정도. 순수익도 4백만~5백만원 수준을 회복했다.
유씨 부부는 “함께 일을 하면서 서로 다툴 때도 있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잘 맞고 어려움도 쉽게 극복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김미영 프리랜서 may4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