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한 지배구조·최측근 임추위원 활동...농협금융 측 “중앙회는 농협금융 인사 개입 안 해”
농협금융은 2012년 신경분리에 따라 출범한 이후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 인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독립성을 강조해 왔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내부 규정에 따라 임추위가 농협금융 회장, 사외이사, 감사위원, 자회사 대표 후보자를 심사·선정해 추천하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농협금융 회장도 임추위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이달 중 자회사 대표 인사가 마무리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입장과 달리 농협중앙회장은 지배구조와 임추위 구성을 통해 농협금융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우선 농협금융은 특수한 지배구조로 중앙회장의 영향력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앙회는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농협은행, 농협생명, 농협손보, 농협캐피탈 등의 지분을 각각 100% 씩을 갖고 있다. 따라서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중앙회는 금융지주인 농협금융을 완전 자회사로 두고 농협은행 등을 손자회사로 거느리며 지배하고 있으며 중앙회장은 이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김병원 회장은 농협금융 임추위에 자신의 의중을 전달할 수 있다. 김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이 농협금융 비상임이사이자 임추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 조합장은 김 회장과 광주대학교 동문으로 중앙회 이사를 지냈다. 그는 김 회장이 중앙회장 후보로 선거에 출마할 때마다 적극적인 지지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은 삼수 끝에 2016년 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되자 유 조합장은 같은 해 4월 1일자로 농협금융 비상임이사에 선임됐고, 올해 4월 재선임됐다.
현재 농협금융 임추위원은 이준행, 이기연, 정병욱 사외이사 3명과 사내이사인 이강신 농협금융 부사장과, 비상임이사인 유남영 조합장으로 구성돼 있다. 유 조합장은 다른 임추위원들에 비해 권한이 강한 편이다. 농협금융 내부규정상 임추위는 사외이사 후보를 심사·선정해 추천하는 권한을 갖고 있지만 비상임이사 선정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익명의 농협금융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임추위원 중 1인은 농협중앙회장 추천으로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이는 농협금융 인사에 농협중앙회장이 개입한다는 뜻으로 규정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어서 논란이 있었다”며 “결국 올해 3월 임추위 구성에 대해 ‘3명 이상의 사외이사, 2명 이내의 사외이사가 아닌 이사로 구성한다. 다만 회장은 제외한다’고 개정됐다. 물론 규정 개정 전후 유 조합장이 임추위원을 맡는데 어떠한 제약은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대문구 소재 농협중앙회. 사진=박은숙 기자
지난 4월 취임한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은 지난 10월 3분기 종합경영성과 분석회의에서 전문성에 초점을 두고 업무경력을 고려해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인사 방향을 제시했다. 김광수 회장의 이런 입장은 농협금융이 그간 자회사 대표 후보군 자격을 농협 출신으로 제한하면서 전문성 있는 외부 출신을 영입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적인 지적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농협금융 관계자는 “임추위는 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임추위원 1명이 중앙회장의 의중을 전달할 수 있겠지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농협금융 고객의 상당수가 농민 조합원으로 자회사 대표들은 중앙회 시절 관련 업무에 충분한 경력을 쌓아 왔다. 농협금융은 출범한지 올해로 만 6년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인사에서 외부 출신 영입 여부는 아는 바 없다”고 강조했다.
농협금융 자회사 대표 임기는 1년이다. 이후 성과에 따라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지난해 말 선임 과정에서 김병원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들이 나왔던 농협금융 자회사 대표들은 이대훈 농협은행장, 서기봉 농협생명 대표, 고태순 농협캐피탈 대표 등이 꼽힌다.
김 회장은 2016년 말 인사에서 이대훈 농협중앙회 서울영업본부장을 상무급을 거치지 않고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로 파격 승진시켰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이대훈 대표가 농협은행장 선임을 위해 통화해야 하는 관문인 정부공직지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를 지난해 12월 22일 통과할 때까지 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대훈 행장의 선임에 김병원 회장의 의중이 실렸다는 분석은 이래서 나온다. 이 행장은 올해 연임이 유력시되고 있다. 농협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933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1%나 성장했다.
서기봉 농협생명 대표는 2016년 12월 농협생명 신임 대표로 선임될 당시 보험업 경력이 전무해 전문성 논란에 시달렸지만 지난해 유임됐다. 서 대표는 전남 구례 출신으로 중앙회 광주금융사업부 부본부장을 지내면서 전남 나주시 출신으로 남평농협 조합장을 지낸 김병원 회장과 인연을 맺었고, 이로 인해 농협생명 대표에 선임됐다는 해석이 있었다. 하지만 서 대표는 재임 기간 내내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올해 교체가 유력시 된다. 농협생명은 2017년 당기순이익이 854억 원에 그쳐 전년 대비 44.7%나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이 268억 원에 그치며 지난해에 비해 72%나 감소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교체설이 있지만 서 대표는 묵묵히 회사를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고태순 농협캐피탈 대표는 전남 목포 출신으로 2016년 말 농협캐피탈 대표에 선임돼 지난해 유임됐다. 농협캐피탈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16억 원으로 전년 대비 45%나 성장했다. 따라서 고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유임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농협금융 자회사 대표 자리로 옮길지 관측이 분분한 상황이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