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뻔한 먹거리에 ‘새입맛’ 승부
“방금 만든 따끈한 주먹밥입니다. 3개들이 한 상자에 2천 원이에요. 따끈한 국물도 드립니다. 아침 못 드신 분, 맛있는 주먹밥 사가세요.”
출근 인파로 북적이는 강남의 대로변에서 매일 오전 주먹밥을 파는 박정규 씨. 그의 아침은 직장인들보다 더 바쁘다. 그가 주먹밥을 팔기 위해 강남으로 출근하는 시간은 새벽 3시.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전날 불려 물기를 빼놓은 쌀로 밥을 짓기 시작한다. 집과 일터와의 거리가 멀기도 하지만 오전에 판매할 300여 개의 주먹밥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는 매일 해가 뜨기 전에 출근한다.
날치알무침, 고추참치, 버섯못난이 주먹밥 등 속재료에 따라 주먹밥의 종류는 15가지. 도시락 세트는 종류가 다른 주먹밥 3개와 볶음 김치, 어묵 국물로 구성된다. 한 세트 가격은 종류에 따라 2000~2500원. 완성된 주먹밥은 가장 먼저 정기 회원들의 사무실에 배달된다. 나머지는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길거리에서 팔린다. 하루 매출의 대부분이 오전 시간에 이뤄질 정도로 주먹밥은 직장인들의 아침식사로 인기가 많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출근길에 회사 근처에서 김밥이나 토스트,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합니다. 점심에는 늘 같은 메뉴를 먹으려 하지 않잖아요. 아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메뉴로 직장인들을 잡아보고 싶었습니다.”
주먹밥은 남성들보다는 여성에게 적합한 아이템이라고 판단, 20~30대의 여성을 타깃으로 정하고 메뉴를 개발했다. 메뉴를 비롯해 주먹밥 제조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는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경쟁 아이템인 저가 김밥에 대한 차별화 전략으로는 좋은 쌀을 사용한 수준 높은 밥맛을 택했다. “쌀은 부모님을 통해 충남 공주의 시골에서 직접 가져오고 있습니다. 쫀득한 맛을 위해 고가이지만 찹쌀도 일정 비율 쓰고 있고요.”
모양은 삼각형이 아닌 원형을 택했다. 원형은 삼각형에 비해 속재료가 밥 속에 골고루 분포되어 어느 쪽에서 씹더라도 내용물을 금방 맛볼 수 있기 때문. 주먹밥 틀도 밥알이 달라붙지 않는 특수 재료로 그가 고안해 낸 것이다.
강남의 한 빌딩 지하에 주먹밥 전문점을 연 것은 지난해 11월. 비용이 싸다는 장점에 지하상가를 택했지만 오전에 주먹밥을 먹으러 지하까지 오는 손님은 드물었다. 그는 전단지를 만들어 인근 사무실에 뿌리고 주먹밥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오전에는 대로변으로 진출했다. 출근시간의 적극적인 판매를 통해 손님은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창업 6개월 만에 매일 식사를 주문하는 정기 고객을 확보하고 한 기업체와는 오전 회의에 100여 개의 주먹밥을 정기적으로 납품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주먹밥은 속 재료가 다른 종류를 매일 바꿔 배달하기 때문에 김밥이나 토스트처럼 쉽게 질리지 않습니다. 6개월 동안 매일 주먹밥으로 아침 식사를 해 온 정기 회원들은 단 한번도 메뉴에 대해 불평한 적이 없어요.”
발걸음이 뜸했던 지하 매장에도 방문 고객이 점차 늘고 있다. 오전에는 임의로 구성된 주먹밥을 팔지만 매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주먹밥을 골라서 먹을 수 있다. 라면 반개를 양은 냄비에 끓여 주먹밥 세트와 함께 제공하는 ‘라면반개세트’는 점심시간 인기 메뉴다.
그는 메뉴 개발도 꾸준히 하고 있다. 새 메뉴의 테스트는 주로 정기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새로운 메뉴에 대해 미리 공지하고 양해를 구합니다. 대부분 흔쾌히 응해주시죠. 다음날 메뉴 만족도에 대한 조사를 합니다. 고객의 입맛이야말로 가장 정직하고 제대로 된 평가죠.” 현재 팔고 있는 15가지 주먹밥은 모두 고객 테스트를 통과한 경쟁력 있는 메뉴다.
그는 “지하 매장은 곧 대로변 1층 매장으로 진출해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다가서는 동시에 테이크아웃 형태와 홀이 있는 매장 두 가지 형태로 가맹점 사업도 시작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한주먹’의 창업비용은 4천만 원(점포비용 포함), 한 달 평균 수익은 250만~300만 원, 마진율은 50%.
[창업 비용]
창업비용: 4000만 원(점포 비용 포함)
한 달 평균 수익: 250만~300만 원
마진율: 50%
김미영 프리랜서 may4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