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넷심’ 잡았다
▲ 시행착오를 겪은 뒤 온라인 종이장미 판매점을 성공시킨 정경민 ‘페퍼로즈’ 대표. | ||
가로 60cm, 세로 5cm 크기의 부직포를 집어든 정경민 씨의 손이 빠르게 움직인다. 분홍색 장미 한 송이가 만들어지는 시간은 불과 15초. 종이로 만든 꽃이지만 멀리서 보면 생화와 구분하기 힘들다. 장미 특유의 은은한 향기도 느껴진다.
“종이로 꽃을 접는 일은 간단해 보이지만 상당히 섬세함을 요구하는 작업입니다. 오른손과 왼손이 조화롭게 움직여야만 균일한 모양이 나오거든요.”
정 씨는 키 183cm, 몸무게 100kg이 넘는 거구지만 종이 장미를 접는 손길은 부드럽기 그지없다. 올해로 8년째 온라인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그가 이제까지 접어온 종이 장미의 개수는 150만~200만여 개에 달한다.
장미향을 입힌 종이 장미는 ‘I Love You’를 비롯해 이니셜과 기념일 등 축하 메시지를 다양한 색깔로 표현할 수 있다. 판매되는 종이 장미의 종류는 40여 가지로, 가격은 5만~13만 원 정도다. 100일 기념, 결혼기념일 등 특별한 날을 축하하기 위한 이벤트 선물로 주문이 많은 편이다.
그가 종이 장미를 처음 접한 것은 군 제대 후 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였다. “꽃바구니를 장식하는 종이 장미도 생화(生花)처럼 아름답더군요. 생화는 금세 시들기 마련이지만 장식용 장미는 오래 보관이 가능한 장점도 있고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스스로 장미 접는 법을 터득한 그는 3000송이를 만들어 학교 축제 때 주점(酒店)의 장식으로 사용했다. 여학생들의 반응이 폭발적인 것을 보고 그는 취업이 아닌 창업으로 진로를 바꿨다. 창업 자금이 넉넉지 않아 점포 창업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종이 장미와 필름 카메라만을 가지고 온라인에 가게를 열었다. 처음에는 경매사이트에 등록해 판매를 시작했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스캐너를 이용해 상품을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자신감이 붙어 쇼핑몰을 개설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매출은 8개월 동안 ‘0원’을 기록했다.
“쇼핑몰만 개설하면 손님이 몰려들 줄 알았어요. 멋모르고 덤벼들었던 거죠. 쇼핑몰을 개설하고 세무서에 매출신고를 두 번 했는데 두 번 모두 ‘0원’을 써냈어요. 충격도 충격이지만 창피함이 더했습니다.”
그는 마음을 다잡고 쇼핑몰을 다시 정비하는 동시에 창업 강의를 찾아 다녔다. 강의를 통해 그는 사진 촬영 기법 등을 비롯해 쇼핑몰 운영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외식 업체와 제휴 마케팅을 실시하고 검색 엔진에 등록을 하는 등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쇼핑몰에 적용시켰더니 매출이 점점 오르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등록 회원수도 1만 명을 넘어섰다. 경쟁업체도 20~30개로 늘어났지만 그는 접는 방식과 종이 등에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어 매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접는 방식이 간편한 ‘사각 접기’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저는 고전적인 ‘휴지 접기’ 방식을 쓰죠. 휴지 접기로 장미를 만들면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모양의 장미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능숙하게 만들려면 많은 연습 시간이 필요하지요.”
장미향을 입힌 종이는 특허청에서 실용신안등록을 받았다. 상자에 잘 보관하면 1~2년까지도 향을 보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평소에 수많은 장미를 미리 만들어놓는다. 화이트데이, 로즈데이, 성년의 날 등에는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이다.
그는 또 “온라인 창업은 개설 비용만 쌀 뿐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물품 구입비용과 광고비 등 지속적인 관리비용이 생기기 때문에 사업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시작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예비창업자들에게 조언했다.
온라인 종이 장미 판매점의 창업비용은 1000만 원, 월 평균 수익은 400만 원 정도다.
[성공 Tip] 선물은 포장 배송 꼼꼼히
1. 시들지 않아 재고 부담이 없다.
종이 장미는 미리 만들어 놓아도 시들 염려가 없고 색깔이 쉽게 변질되지 않는다는 점, 재고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운영자에게 많은 장점이 있다. 소비자는 생화에 비해 싼 값으로 꽃 선물을 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2.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화.
장미향을 입힌 여러 가지 색깔의 종이는 다양한 메시지를 표현하는데 유용하다. ‘I Love You’를 표현한 100송이의 장미는 100일 기념선물로 주문량이 가장 많은 효자 상품이다. 이니셜과 기념일을 표현한 장미도 인기가 많다. 서비스로 제공되는 사탕과 메시지 카드, 아로마 향초 등도 반응이 좋다.
3. 선물용 제품은 배송까지 완벽하게.
선물용 제품을 주문하는 고객은 1%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포장과 배송에 특히 신경을 쓴다. 일명 ‘뽁뽁이’라 불리는 에어캡으로 제품이 파손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상자를 감싸고 8mm의 두꺼운 종이로 다시 포장을 한다. 사용자의 불만율은 제로에 가깝다.
김미영 프리랜서 may4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