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등 내로라하는 가수 한자리 부를 수 있어…유수의 기업과 스폰서십 맺기 쉬워 ‘돈 되는 장사’
연말연시가 가까워지며 각종 시상식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기사에는 여지없이 위와 같은 댓글이 달린다. 비슷한 가수들이 참석해 비슷한 수상자를 내는 시상식이 이어지며 ‘간판만 다르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상식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교적 오랜 전통을 유지해온 시상식의 권위 역시 동반 하락하며 하향평준화되는 모양새다. 왜 이렇게 시상식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기는 것일까?
# 스타가 모이는 곳에 돈이 모인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상식은 연말연시에 몰린다. 올해도 얼마 전에 끝난 ‘멜론 뮤직 어워드’(MMA)를 비롯해 한국, 일본, 홍콩 등 3개국에서 개최되는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 올해 첫 개최되는 ‘한국대중음악시상식(KPMA)’과 내년 초 열리는 ‘골든디스크 시상식’, 서울가요대상’, ‘가온차트 뮤직 어워드’ 등 굵직한 시상식만 10개가 넘는다.
한때 가요 시상식은 지상파의 꽃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최고의 활약을 보인 가수를 꼽는 ‘10대 가수상’은 아직도 많은 이들의 뇌리에 뚜렷하게 박혀 있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과 공정성 논란 등이 일며 지상파에서는 시상식 대신 축제 형식의 쇼가 일반화됐다. 하지만 가요 산업이 커지고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 K-팝 가수들이 속속 등장하며 케이블채널이나 온라인 생중계를 낀 시상식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2017 멜론뮤직어워드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걸그룹 트와이스. 연합뉴스
도대체 왜 앞다퉈 시상식을 여는 것일까? 간단하다. 돈이 몰리고 명예가 생기기 때문이다. 유명 시상식에는 스타들이 출연한다. ‘2018 MMA’에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워너원, 아이콘, 블랙핑크, 비투비, 볼빨간사춘기, 마마무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일반적인 행사에 이들 한 팀이라도 세우고 그들의 무대를 보기 위해서는 억 단위 개런티를 줘야 한다. 하지만 시상식에서는 그런 금전적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런 스타가 한꺼번에 출연하니 유수의 기업과 스폰서십을 맺기도 쉽다. 일반적인 광고비를 집행하는 것보다 금액이 적게 들지만 효과는 더 크기 때문이다. 각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팬덤의 관심이 한꺼번에 몰리니 광고주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어장’이 없는 셈이다.
특히 요즘은 문자나 인터넷 투표 등을 통해 인기가수상을 준다. 그러니 인기가수상을 두고 각기 다른 아이돌 그룹을 응원하는 팬덤의 대리전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각 시상식 별로 투표가 시작되면 팬덤 사이에서는 해당 홈페이지 주소를 퍼 나르며 투표를 독려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그 사이 해당 홈페이지의 페이지뷰는 급격히 증가하고 광고주 역시 흐뭇하게 웃게 된다.
가요 시상식이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수상자가 아니라 시상자 덕분이다. 수상자들은 상을 받기 위해 기꺼이 무대에 오른다. 반면 그들에게 상을 주는 시상자는 가요계 인사가 아닌 유명 배우들인 경우가 많다. 특히 해외에서 열리는 ‘MAMA’는 유명 배우들을 시상자로 데려오거나 호스트를 맡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만 해도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워너원, 갓세븐, 세븐틴, 모모랜드 등 쟁쟁한 출연진에 시상자로 황정민, 차승원, 김동욱, 서현진, 하석진, 한예슬, 장혁, 정려원 등이 참석한다. 또한 배우 정해인과 박보검은 각각 한국과 일본의 호스트로 나선다. 한국을 넘어 한류스타와 한류콘텐츠에 열광하는 아시아 전체의 눈이 ‘MAMA’로 쏠릴 수밖에 없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시상식이 아니라면 그런 가수나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MAMA’의 경우 CJ E&M이라는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배경에 두고 있기 때문에 규모가 더 큰데, 대다수 시상식이 각 아이돌 그룹과 그들을 좇는 팬덤이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에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2018 MMA’ 방송 화면 캡쳐
# 상 준다는데 마다할 가수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각 연예기획사에서는 “연말연시가 되면 각종 시상식에 불려가다 시간 다 보낸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그럼에도 각 시상식에는 스타들이 넘친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면, 참석자와 수상자가 겹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니 “상 받을 줄 알고 온다”는 비판이 나온다. 바쁜 시간을 쪼개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빈손으로 돌아가면 민망할 수밖에 없으니 여러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에게 참석 전 수상 가능성을 귀띔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오간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가수 입장에서도 대단히 의미가 있다. 그들이 한 해 동안 활동한 업적을 치하 받는 동시에 또 한 차례 대중에게 강하게 각인될 기회이기 때문이다. 수상한 가수의 소속사에서는 이를 대대적으로 알리며, 여러 상을 동시에 받으면 ‘올해 O관왕을 차지했다’고 자화자찬성 보도 자료를 낸다. 숱한 가수들이 넘치고 경쟁이 치열한 가요계에서 ‘수상’은 스스로를 빛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도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시상식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몇몇 시상식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지만, 대중이 바라볼 때는 여러 시상식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미국에는 ‘빌보드 어워즈’, ‘그래미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가 3대 시상식으로 오랜 역사와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대다수 국내 시상식이 이를 표방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인정받는 시상식은 사실상 없다”며 “상 자체의 가치보다는 시상식을 통해 이윤을 챙기고 주최사의 이름을 높이는 데 치중한다면 향후 국내 시상식의 권위는 올라가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