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이견 온·오프 데이터 통합 갈등… 지주-각 사업부문 간섭에 의사결정도 늦어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 8월 공식 출범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와 별개로 데이터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e커머스사업본부는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8개 온라인 채널을 통합하기로 했음에도 개발자와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 UX) 디자이너만으로 구성돼 롯데백화점의 영업본부가 추진하는 상품 데이터 온·오프라인 판매망 구축과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 e커머스사업본부를 통한 온라인 강화가 롯데 내부에서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O4O)’이라는 전략 아래 여전히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판매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실제 각 계열사의 영업 및 마케팅 부문 인력은 e커머스사업본부로 이동하지 않았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 1가에 있는 롯데그룹 전경. 박정훈 기자
롯데쇼핑 내부 고위 관계자는 “온라인몰 통합은 3년 전부터 검토돼 왔지만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유통을 이끌어 온 롯데 유통 특성에서 온라인몰을 합치는 것 이상의 효과를 얻을 방법이 없어 추진하지 않고 있다가 급히 추진한 측면이 있다”면서 “유통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했고 오프라인 유통 점포들이 온라인에 고객을 빼앗기는데 앉아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내부 위기감이 커지면서 온라인몰을 통합하고 보자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계열사별 욕심이 커 각자 영업 능력은 내부에 보유할 것이라는 점을 간과했다”고 했다.
롯데는 우선 3800만 명의 롯데멤버스 회원을 한데 모아 한 번의 로그인으로 롯데 유통 8개 채널을 전부 이용할 수 있는 안부터 추진한다. 그러나 온·오프라인 상품 데이터를 모두 통합한 진정한 의미의 온라인몰 통합은 2020년으로 미뤘다. 롯데가 추진하는 온라인몰 통합을 통한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 및 1 대 1 맞춤형 마케팅 서비스는 2020년 이후에야 가능해질 전망이다. 롯데가 e커머스사업본부 설립과 함께 밝힌 ‘롯데백화점에서 옷을 사고 롯데마트에서 장을 본 뒤 하이마트에서 가전제품을 구입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도 멀어졌다. 해당 목표는 온라인 통합몰 내 계열사 전체 상품 데이터가 통합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롯데가 완전한 온라인 통합몰 구축을 2020년으로 미룬 사이 신세계를 비롯한 경쟁사들은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아우르는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을 2014년 내놓은 후 매년 20~30%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코리안클릭의 온라인 플랫폼 순방문자 수 비교에 따르면 2015년 SSG닷컴 월평균 방문자 수는 800만여 명으로 롯데 온라인몰 중 하나인 롯데i몰 방문자 수와 비슷했다. 지난 10월에는 SSG닷컴 방문자가 1000만 명을 기록, 같은 기간 롯데i몰 방문자 수 6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SSG닷컴 방문자는 200만여 명 늘어난 반면 롯데i몰 방문자 25% 급감했다.
롯데쇼핑 내부에선 온라인몰 통합 지연 원인이 조직체계에 있다고 지적한다. 온라인몰 강화를 위해 e커머스사업본부를 신설했지만, e커머스사업본부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체계가 아니라는 것. 실제 e커머스사업본부는 롯데쇼핑 산하 사업본부 중 하나로 편성 계열사에 상품 데이터 통합을 요구할 수 없는 위치에 놓여 있다. 익명을 요구한 롯데쇼핑 내부 한 관계자는 “지주-각 BU(사업부문)-롯데쇼핑으로 이어지는 조직체계 아래에 e커머스사업본부가 위치해 있다”면서 “데이터 통합과 관련한 사소한 업무처리도 위 세 곳의 간섭을 모두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롯데의 행보는 e커머스업계 움직임과도 대조된다. 최근 온라인 유통 시장은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발 빠르게 투자할 수 있게끔 e커머스사업 부문을 별도법인으로 분리하고 있다. 지난 10월 신세계는 신세계와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을 물적분할해 내년 1분기 새로운 온라인 법인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빠른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경영활동을 위해 신세계몰과 이마트몰을 아우르는 통합된 신설법인 설립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자회사인 이커머스 전문업체 ‘11번가’ 역시 별도법인으로 분리됐다. 카카오 역시 온라인 쇼핑 사업부인 카카오커머스를 분사해 유통 시장 변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일각에선 롯데가 향후 자금력을 바탕으로 실행 지연을 버텨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는 앞으로 5년간 온라인 부문에 3조 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매출 20조 원을 달성, 업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11월 쿠팡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투자 받은 20억 달러(약 2조 2600억 원)보다 큰 수준이다. 신세계가 향후 온라인몰에 1조 원 투자 방침을 정한 것과 비교하면 롯데의 투자 규모는 신세계보다 3배 많다.
이나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출혈 경쟁을 버티지 못한 업체들이 나가떨어지고 롯데가 2020년부터 온라인 통합몰을 완전히 구축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그때까지 롯데가 얼마나 많은 고객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
쿠팡에 20억 달러 쏜 비전펀드의 비전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가 쿠팡에 2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비전펀드에 대한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전펀드가 쿠팡에 투자한 20억 달러는 국내 인터넷 기업 사상 최대 규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전펀드는 2016년 1000억 달러(약 111조 원)의 자금을 조성해 만든 펀드로 최대 출자자는 사우디 정부계 투자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다. 손 회장이 직접 사우디 공공투자펀드를 찾아 투자를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펀드는 ‘5년간 100개의 스타트업 기업 인수’ 방침을 정한 상태서 이번 쿠팡 투자를 진행했다. 쿠팡 외 비전펀드가 투자한 회사에는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인 ‘ARM’,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플립카트’ 등이 있다.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