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음주문화 ‘이젠 분위기를 팔아라’
▲ ‘가자&와인’ 수지점 김홍성 대표(왼쪽)가 와인을 판매하는 모습. 그는 창업 당시 관심 분야인 주류 업종을 선택했는데 일이 즐거워야 그 분야에서 성공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 ||
김홍성 씨는 애주가다. 술을 좋아해서 지난 96년 12월에 15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접고 주류 판매점을 시작했다. 창업 당시 노래방이 큰 인기를 끌었지만 김 씨의 생각은 달랐다.
“평생의 일이 될지도 모르는데 관심 없는 분야를 선택할 수는 없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와 아이템을 선택해야 즐겁게 일을 할 수 있고 결과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가 취급하고 있는 주류는 와인, 브랜디, 위스키, 세계 각국의 전통주 등 그 종류가 수백 가지에 달한다. 당시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주류를 한 곳에 갖춘 주류 판매점이 많지 않았던 상황. 문을 열자마자 애주가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외국 여행의 보편화로 면세점을 통한 주류 반입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면세점뿐만이 아니었다. 백화점과 할인점에서도 다양한 수입 주류를 팔면서 고객 발걸음이 뜸해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김 씨가 눈을 돌린 곳은 애주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 전문 매장의 특성을 살려 주류에 대한 지식이 없는 고객에게 상세한 설명을 해주고 개인에게 맞는 주류를 추천했다.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할인점과 비슷한 값을 붙이고 접근이 편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의 맞춤식 밀착 서비스에 고객들은 발걸음을 되돌리기 시작했다. 현재 그의 매장을 꾸준히 찾는 단골 고객 수는 200여 명에 달한다.
“외국에서는 특별한 날 집에 모여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어요. 우리나라도 점차 집에서 가볍게 술 한잔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최근에는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는 사람들이 와인을 많이 삽니다.”
현재 양주와 와인의 판매비율은 5 대 5 정도다. 예전에 비해 와인을 찾는 고객 수가 부쩍 늘었다.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매장 구조도 바꿨다. 70% 이상을 차지했던 양주코너를 대폭 줄이고 와인 전시장을 늘렸다. 와인 보유량도 덩달아 늘어났다. 수지점에서 취급하는 와인의 종류만 100여 가지가 넘는다. 5000원에서 12만 원까지 가격의 폭도 넓혔다.
“값이 비싸다고 해서 무조건 맛있고 좋은 와인은 아닙니다. 값이 싸도 만족도가 높은 와인이 많아요. 고객의 입맛과 취향에 맞는 최적의 와인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가격부담이 적은 1만~2만 원대의 제품을 많이 추천하는 편인데 고객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그의 매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제품과 칠레산 로스볼더스 제품이다.
연령에 따라 선호하는 주류도 틀리다. 중·장년층은 독주인 위스키 종류를, 20~30대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와인을 선호하는 경향이다. 경기도 수지의 지역 특성상 노인 고객도 많다. 70대의 한 고객은 매주 한 번씩 방문해 와인을 사 갈 정도다. 최근에는 선물용 판매도 늘고 있다. 명절이나 스승의 날, 생일, 결혼기념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는 평소 매출의 두 배 이상을 기록한다고.
김 씨는 “주류 판매점은 술을 취급하지만 제품만 파는 것이라 여성 운영자가 창업하기에도 부담없지만 하루 종일 바쁜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을 기다려야 하는 지루함도 극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자&와인 수지점의 창업 비용은 2억 원 정도 들었다(20평 점포비용 제외, 인테리어 평당 250만 원, 초도상품 1억 원, 그 외 전단지 등 홍보비용). 월 평균 매출은 1600만∼1700만 원. 마진율은 25~30% 정도다.
김미영 프리랜서 may4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