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인사에 줄대려 노력, 기회만 되면 사진 찍어 보관…회사로 강연 나온 인사도”
양진호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근 ‘일요신문’과 만난 양진호 회장의 회사 소속 한 직원은 “임 아무개 전 대표가 수사 과정에서 수사관에게 ‘압수수색 정보를 미리 들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고위직이 내 라인’이라고 말했다고 알고 있다”며 “이제까지 전관을 잘 써온 걸로 봐선 실제일 수도 있고 자신의 뒷배경이 든든하다는 임 전 대표의 허세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사건을 잘 알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관이 임 전 대표의 발언을 듣고 꽤 당황해 조서에 적지 못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는 임 전 대표는 양진호 회장 소유 회사 가운데 현금을 가장 많이 만들어 내는 위디스크의 운영사인 이지원인터넷서비스 수장이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수사를 진행했지만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고위직과 임 대표가 연결된 적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허나 임 전 대표를 둘러싼 증언은 최근 들어 급속도로 신뢰를 얻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서 양진호 회장의 구체적인 로비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까닭이다.
‘셜록’, ‘뉴스타파’, ‘프레시안’ 공동취재단 보도에 따르면 양진호 회장이 2015년 2월 7일 한 임원과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에는 웹하드 카르텔 수사 대비 로비의 대상과 로비스트가 명확하게 나왔다. 양 회장은 “성남지검에 빌어먹을 검사들 처먹일 돈 5000만 원이 다음 주에 임 대표님을 통해서 나간다“며 “이 아까운 피 같은 돈이 그 X새들 주둥이로 들어가다니”라고 했다. 또한 “중앙지검에 2000만 원 이미 나가서 성남으로 돌린 거고 성남에서 나를 시비 거는 걸 빼는 것“이라며 이유는 “송사리 건으로 악순환을 탈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사전에 막기 위해”라고 적었다.
송사리 건은 양진호 회장의 회사와 대원미디어와의 송사를 뜻한다. 2014년 중순 대원미디어는 국내 주요 웹하드업체를 상대로 저작권 위반 등의 형사소송을 진행했다. 이 소송을 진두지휘한 건 대원미디어와 콘텐츠 계약 및 유통, 저작권 관련 대행을 맡은 김준영 메가피닉스 대표였다. 김 대표는 웹하드 ‘송사리’를 운영한 바 있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김 대표는 양 회장이 웹하드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란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고소할 때 양 회장의 이름을 넣었다.
대원미디어 관계자는 당시 “국내 최대규모의 불법 웹하드 사이트인 위디스크, 파일노리 실제 소유주는 1971년생 양진호 씨이며 2011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 조사에서 실제 소유주로 밝혀졌음에도 바지사장을 내세워 지속적이고 상습적으로 저작권 위반을 해오고 있는 범죄집단”이라며 “이미 이들은 저작권 위반과 음란물 유포 아동청소년법 위반 등으로 압수수색을 통해 구속된 전과기록도 있고 현재도 집행유예 기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양진호 회장과 임원 사이의 이런 문자 메시지가 오가기 일주일 앞선 2015년 1월 30일 애초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접수된 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이첩됐다. 양 회장의 주요 웹하드 회사는 성남에 있다. 양 회장은 이미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받아 들고 유예 기간을 보내는 상태였다. 추가 혐의까지 입증되면 바로 징역형을 받을 상황이었다. 칼날은 양 회장을 피해갔다. 이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임 전 대표와 법인만 각각 벌금 700만 원과 1000만 원을 내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관리 받은 건 검찰뿐만이 아녔다. 경찰도 함께 관리 받은 정황이 나왔다. 2015년 9월 22일 양진호 회장과 한 직원이 나눈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한 직원은 양 회장에게 “임 대표가 외부담당자 명절용으로 기프트 카드 구입비 400만 원을 요청했다“고 보고했고 양 회장은 “누구에게 보내는 것이냐”고 물었다. 직원은 “임 대표에게 물어보니 학교와 검찰, 경찰 쪽이라고 한다“고 답했다. 2013년 설 때 300만 원, 2014년 추석 때 300만 원, 2015년 설 때 200만 원 상당의 기프트 카드를 뿌린 내용도 담겼다.
7월 2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웹하드 카르텔 관련 보도를 한 뒤 8월 13일 경찰청은 사이버성폭력 특별수사단이 11월 20일까지 음란사이트와 웹하드,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등 불법촬영물 유통 플랫폼을 비롯 불법영상 촬영자와 헤비 업로더, 디지털 장의사, 불법영상 유포자 등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SBS의 보도와 경찰청의 발표에 따라 경찰의 양진호 회장 단속은 곧 이뤄지는 듯했다. 허나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9월 4일이 돼서야 경찰이 양 회장의 조직으로 들이닥쳤다. 압수수색 정보는 이미 새나간 뒤였다. 한 임원에 따르면 임원진 대부분은 경찰의 압수수색 정보를 하루 전인 9월 3일 이미 알고 있었다.
여기에 정치권에까지 손 뻗으려 노력했던 양진호 회장의 과거가 속속 드러나자 사건은 더욱 미로 속으로 빠지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직원은 “양 회장이 평소 정치인과의 관계를 늘리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기회만 되면 사진을 찍었다. 보관까지 하고 있다. 내가 직접 봤다. 아예 한 정치인은 회사로 강연까지 왔다. 나와 인사도 나눴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 정의당 소속 현직 의원, 전직 장관 등 굵직한 이름이 거론됐다.
양진호 회장와 임 전 대표의 인연은 이러한 의혹을 더욱 짙게 만든다. 한 직원에 따르면 임 전 대표는 진보 계열 소설가 A 작가와의 연 때문에 양 회장의 회사로 들어왔다. 양 회장과 A 작가는 20년 넘게 알아 온 사이였다. 양 회장은 어릴 적 A 작가가 다니던 회사의 아르바이트생이었다. A 작가는 양 회장을 따뜻하게 챙겨줬다. 양 회장은 사업이 성공가도를 달리자 A 작가를 홍보 담당으로 불러들였다. A 작가는 ‘다운로드’라는 단어를 ‘내려받기’로 바꾸는 등 웹하드 한글화 작업과 회사연대기록을 담당했다.
A 작가는 양진호 회장 곁에 머물던 2009년 임 전 대표 등을 조직으로 불러들여 일자리를 챙겨줬다. 임 전 대표는 노무현 정부 때 일자리만들기운동본부 사무국장으로 일한 경력 때문에 이명박 정권 때 감찰을 받는 등 고초를 겪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정치인에게 꼬리쳤던 양 회장의 노력과 진보 인사로 분류되는 A 작가와의 인연, 임 전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더해져 이 사건의 뿌리는 검찰과 경찰을 넘어 정치권까지 넘나들고 있다.
임 전 대표의 뒷배로 지목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소속 고위직은 여러 차례 연락에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고위직의 연락을 받고 ‘일요신문’에 연락해 온 또 다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임 씨가 헛소리하고 다니는 거다“라면서도 ”수사는 별도로 하고 있다”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판도라TV 투자 배경 “너희는 트로이 목마야” 2016년 12월 판도라TV는 웹하드업체 파일쿠키의 운영사인 ‘몬스터’를 42억 원에 인수했다. 몬스터는 그전까지 양진호 회장이 거느린 회사의 지주사 한국인터넷기술원 소유였다. 이 거래 뒤 양 회장은 23억 원 가치의 경영권 참여 없는 판도라TV 지분 5.05%를 갖게 됐다. 양진호 회장의 회사 소속 한 직원에 따르면 양진호 회장은 판도라TV를 인수하고 싶은 장기적인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양 회장이 몬스터에 있던 직원에게 ‘너희는 트로이 목마야. 일단 판도라 TV로 들어가. 너희는 거기로 가지만 내 부하야. 내가 나중에 판도라TV를 먹을 거야. 판도라TV를 잘 파악하고 걔들 뭐 하는지 잘 지켜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판도라TV 쪽에서는 웹하드업계를 잘 몰랐다. 몬스터가 월 매출이 3억이 좀 안 됐다. 보통 웹하드업체 적정매매가는 월매출 7배 정도고 최대 10배 정도다. 21억 원에서 30억 원 사이가 적정가격이었다. 매우 비싸게 주고 산 것”이라고 했다. 판도라TV는 2004년 10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동영상 공유 사이트다. 유튜브와 비슷한 형태다. 알토스벤처스 등 벤처 캐피털에게 투자 받은 회사다. 최훈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