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허 찔러 ‘경쟁 없는 사업’ 개척
점심시간 강남의 한 음식점. 젊은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이곳은 언뜻 봐서는 ‘고급 레스토랑’이다. 하지만 손님들이 먹고 있는 음식은 김밥과 떡볶이. 바로 분식이다. 일반적으로 ‘분식집’하면 학교 앞 허름한 공간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곳은 180도 다르다. 겉보기에는 고급 스테이크나 파스타를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메뉴는 전혀 없다. 메뉴판에는 김밥, 떡볶이, 순대, 만두 등의 ‘전통 분식 메뉴’가 빼곡하다.
하지만 값은 결코 만만치 않은 수준. 고급스러운 도자기 그릇에 담겨진 음식들은 5000원에서 1만 원을 훌쩍 넘는다. 한마디로 럭셔리형 분식집이다. ‘이런 비싼 음식을 누가 먹을까?’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곳의 일평균 테이블 회전수는 10회전. 일반적으로 잘되는 음식점의 하루 평균 테이블 회전수가 4~5회전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그 두 배인 것이다. 신사점의 일평균 매출은 260만 원 정도.
이 사장은 “젊은이들의 고급 선호와 대중적인 미각을 적절히 조화시킨 결과”라고 말한다. 사실 역발상 분식점의 시작은 배달에서 시작됐다. 2002년 9월, 단돈 1500만 원으로 시작한 논현동의 3평 남짓한 배달 전문 분식점이 바로 그것. 메뉴는 장아찌를 곁들인 에그롤 김밥 단 하나. 재료의 질을 높여 맛에 신경을 쓰고 가격은 1인분 4000원으로 높게 책정했다.
“논현동의 배달음식은 김치찌개, 된장찌개와 같은 평범한 메뉴가 주류였어요. 또 야식은 맛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었고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분식을 맛있게 만들어 배달하면 반응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이상현 사장 | ||
논현점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5년 8월에는 신사동에 45평 규모의 배달이 아닌 일반 음식점을 열었다. 이곳 역시 입소문이 나면서 입맛 까다로운 강남 직장인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모든 사람이 1000원짜리 김밥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제대로 된 김밥을 먹고 싶은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물론 위험 요소도 있었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는 최고급 식재료를 써서 음식을 만든다. 마진이 높지 않지만 늘어나는 고객수가 수익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그는 “물가 변동으로 재료값이 높아지면 저가의 질 낮은 재료를 쓰고픈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결코 타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신 도자기 그릇과 식탁, 의자 등의 집기류를 중국에서 직접 대량 주문 생산해 창업비용을 낮추는 방법을 택했다.
이 씨는 창업 5년 만에 신사, 압구정, 이대, 동대문 등 모두 10여 곳에 점포를 열었다. 올해 4월부터는 본격적인 가맹점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1000원짜리가 아닌 고급 분식이 또 다른 성공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스쿨푸드 창업비용은 신사점의 경우 1억 8000만 원 정도 들었다(45평 기준, 점포비용 제외). 중심 상권이 아닌 지역이라면 20평 점포의 경우 7000만~8000만 원 정도를 예상하면 된다.
이상현 사장의 성공팁 - 똑같은 생각으론 안된다
[1] 레드오션에도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면 블루오션이 있다
1000원짜리 김밥 시장에 고급 김밥을 내세워 대박을 터트렸다.
[2]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분식을 간식 개념이 아닌 한 끼 식사의 개념으로 품질을 높였다.
[3] 음식점은 맛도 중요하지만 분위기도 중요하다
고풍스러운 가구와 인테리어, 음식을 돋보이게 만드는 식기 등에 신경 썼다.
김미영 프리랜서 may4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