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경영 개선안 약속 불이행”...‘삼바’ 비교하며 ‘유전무죄’ 원성도
‘분식회계’ 경남제약 상장폐지. 한국거래소가 경남제약에 대해 상장폐지를 심의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기업심사위원희 심의 결과 경남제약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코스닥시장의 상장규정에 따라 15 영업일 이내인 다음 달 8일까지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어 상장폐지 여부와 개선 기간 부여 여부 등을 최종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거래소가 상장폐지를 잠정적으로 결정한 이유는 경영 투명성 관련 경남제약이 개선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주주가 변경됐음에도 새로운 최대주주가 선임한 신규 경영진에게 온전히 경영권이 이양되지 않았다는 것. 앞서 경남제약은 지난 11월 9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2명, 감사 1명을 새로 선임했다. 대표이사는 한샘 출신 김주선 씨로 변경됐다.
그러나 아직 김주선 대표는 최종 결재권 등 완전한 대표이사 권한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국거래소는 절차적 불확실성을 지적하고 등기이사 가운데 일부 부적격자가 포함돼 있다는 내용의 탄원 등이 한국거래소에 수차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남제약은 지난 3월 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 결과 매출 채권 허위 계상 등 회계처리 위반에 따른 제재를 받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당시 분식회계 혐의로 과징금 4000만 원과 이희철 전 대표이사 및 당시 임원 1인을 검찰에 고발 조치를 받기도 했다.
경남제약 소액주주들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다. 소액주주들은 지난달 9일 경남 의령 임시주주총회 현장에서 마일스톤KN펀드에 대한 지지 성명서를 발표했고, 노조 역시 지난달 말 임단협에 원만히 합의하며 회사의 새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한 소액주주 관계자는 “경남제약의 상장폐지 최종 결정까지 마지막 반전의 시간이 남았지만 다소 촉박하다”며,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받으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 기로에서 거래재개로 선회한 것 경우를 들며 상장폐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남제약 홈페이지가 마비 상태다. 사진은 경남제약 홈페이지 캡쳐.
일각에선 상장 유지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경남제약을 비교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며 금융당국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두고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더불어민주당 조승현 상근부대변인은 거래소의 경남제약 상장폐지 심의 관련 논평을 통해 “이러한 결정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회계조작으로 시장을 교란한 삼성 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판단과의 형평성 및 공정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며, “‘대마불사’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반(反) 법치주의적인 단어가 이 사회에서 사라질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남제약은 지난 9월말 기준 소액주주가 525명으로 전체 71.86%인 808만 3473주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남제약 입장에선 소액주주가 10.74%에 불과한 삼성 바이오로직스는 주주 보호 차원에서 상장이 유지되는 등 대조적인 결정으로 다소 억울함을 표현할 수 도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고의 분식회계 의혹 관련 과징금 80억 원을 의결했다. 경남제약의 과징금 4000만 원과 200배 가량 차이가 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복수의 매체를 통해 “경남제약에 대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최대주주와 경영진이었다”며, 원칙에 따라 심의를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인 셈이다. 그럼에도 경남제약의 상장폐지 심의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