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R&D 법인 분리 찬성에 노조 총파업 예고
산업은행은 18일 한국GM의 법인 분리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GM 대주주 글로벌GM과 산업은행이 이날 주주총회에서 한국GM R&D 법인 분리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글로벌GM은 한국GM의 R&D 신설법인을 한국GM 경영정상화 일환으로 보고 있다”면서 “향후 한국GM R&D 법인으로 R&D 개발 물량이 몰리면 생산 물량 확보에서도 유리하고 개발 과정부터 협력업체 참여가 가능해 산업 전체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박은숙 기자
산업은행은 주주총회서 법인 분리를 찬성함과 동시에 앞서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을 철회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회장은 “한국GM이 R&D 법인 분리를 주주총회서 의결한 지난 10월 산업은행을 배제한 데 대해 반발한 것이지 법인 분리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법원의 효력정지 판결 후 글로벌GM은 배리 앵글 GMI 사장을 통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산업은행 요구에 적극적으로 나서줬고, 본안소송 등 법정 다툼을 그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입장은 절차상 문제를 제외하면 법인 분리가 한국GM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의 한국GM R&D 법인 사업계획서 검토 결과에 따르면 한국GM은 R&D 법인 신설 이후 수익성 개선 및 기업가치 제고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인식 산업은행 투자관리실 실장은 “법인 분리는 한국GM의 부채 비율을 개선해 재무안정성이 강화되는 측면도 있다”면서 “글로벌GM이 한국GM R&D 법인을 글로벌 연구개발 거점으로 지목한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산업은행은 한국GM 경영정상화에 4000억 원이 넘는 국민 혈세를 쏟아붓고도 경영 견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산업은행은 지난 10월 한국GM의 R&D 법인 분리 주주총회에 참석하지도 못한 채 ‘패싱’당한 것은 물론, 오는 12월 추가 출자에 대해선 “국민이 원하면 투자하지 않을 수 있지만 철수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되레 GM 편에 서기도 했다. 실제 산업은행은 추가 출자를 예정한 4045억 원 지급 정지를 고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법인 분리에 찬성하는 대신 GM은 신설법인을 글로벌 차원에서 준중형 SUV·CUV 거점으로 지정해 최소 10년간 유지하기로 했다”면서 “‘10년 이상의 지속 가능성’이나 ‘추가 R&D 물량 확보’를 위해서도 노력한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추가하기도 한 만큼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어 “GM의 요청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수 없지만 부품 공급량이 증가하고 생산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산업은행의 입장 변화에 반색을 표하고 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신설될 R&D 법인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국내 연구진이 주요 차량 연구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설립으로 미래에 더 많은 글로벌 연구 물량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한국GM 생산 배정이 확정된 차세대 준중형 SUV와 새로운 CUV 차량에 대한 글로벌 기술 개발을 주도할 전망이다.
한국GM 노조는 노조의 의견이 완전히 배제된 밀실 협상이라며 반발,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법인 분리를 중단하라는 판결 이후 불과 20일 만에 주주총회를 다시 개최했다는 것은 승소한 산업은행과 패소한 GM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배리 앵글 사장이 한국에 와 여당 주요 인사들, 산업부·기재부 관계자, 그리고 이동걸 회장을 2번이나 만나는 동안 노조의 이야기는 완전히 배제됐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