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인맥과 청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정운찬 KBO 총재가 10일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시상을 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문제는 선동열 감독이 사퇴하면서 공석이 된 야구대표팀이 여전히 표류 중이라는 사실. KBO는 늦어도 내년 1월 말까지 신임 대표팀 감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마땅한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고민이라는 게 KBO 관계자의 설명이다.
야구대표팀 감독 적임자를 찾는 것도 어렵지만 KBO가 최근 기술위원회를 부활시키고 구성에 착수하면서 이런저런 잡음까지 불거지고 있다. KBO는 선수 선발 과정을 더 공정하게 하고 권한과 책임을 분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KBO가 왜 기술위원회를 폐지했는지 그 이유를 안다면 잡음이 나오는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과거 기술위원회가 존재했던 시절, 대표팀 선발과 관련한 청탁이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프로야구단 사장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KBO의 의결 기구라 기술위원회에서 10개 구단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고, 구단의 부탁과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병역 면제 혜택이 걸린 국제대회의 경우 이런 청탁은 더욱 심해졌던 터라 선수 선발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이런 문제들로 기술위원회가 폐지되고 전임 감독제가 시행됐는데 KBO는 전임 감독제를 유지하면서 기술위원회를 부활시켜 선수 선발을 더욱 공정하게 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야구인 A 씨는 “최근 정운찬 총재가 야구 원로들을 만나 기술위원회 재구성과 관련해서 폭넓은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미 문제가 많아 없앤 기구를 다시 만들려면 기술위원회 위원들의 자격을 분명히 해야 한다. 어떤 자격을 가진 인물이 기술위원으로 위촉될 수 있는지를 정하는 게 먼저 아니냐”고 설명했다.
가장 시급한 건 기술위원장 선출. KBO는 올해 안으로 기술위원장을 선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관련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기술위원장이 선임돼야 기술위원회가 구성되고, 이후 기술위원회를 통해 전임 감독 선임 문제가 마무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해설위원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기술위원장의 청렴성을 강조했다.
“이전 기술위원회 위원들 중 몇몇이 구단으로부터 청탁과 접대를 받아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 일을 기억하는 야구인들은 기술위원회가 부활된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을 떨치지 못하더라. KBO에서 비야구인 출신 중 한 명을 기술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자정 노력을 기울여도 구단과 기술위원회 위원의 은밀한 거래를 막을 방법이 없다. 특히 감독 선발에 있어 자신의 인맥을 과감히 등질 수 있는 공정성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선동열 감독의 사퇴로 대표팀이 상당히 어수선해졌다. 기술위원장과 위원들, 차기 대표팀 감독이 누가 되더라도 당분간 KBO는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