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네이버·인터파크 주목…기존 카카오뱅크 전산오류에 K뱅크는 부실화 우려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372 KDB생명타워 16층 카카오뱅크. 박정훈 기자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업계가 내년부터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다른 비즈니스를 계속 알아보는데 인터넷은행도 그중 하나”라고 전했다. 증권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곳은 키움증권이다. 지난 9월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위해 사업을 준비해온 키움증권은 최근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여러 기업을 접촉 중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반드시 (인터넷은행 진출)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 중”이라며 “ICT기업 이외에도 지분 보유 한도가 34%이니만큼 나머지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기업들을 만나고 있는 상황으로서 1월쯤 컨소시엄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ICT업계가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기업은 국내 최대 포털사업자 네이버다. ICT업계 관계자는 “M&A와 신사업 등과 관련해 업계 풍문의 주인공은 늘 네이버”라며 “앞서 카카오가 진출한 만큼 네이버도 참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나 네이버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모 은행, 증권사와 만남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확인하기 힘들며 (만남이 있었더라도) 공식적인 건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2015년 ‘아이뱅크 컨소시엄’을 주도했으나 첫 인가 당시 고배를 마신 인터파크에도 관심이 쏠린다. 첫 인가 탈락 당시 이미 재도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파크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우리가 장점을 가지는 전자상거래 분야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며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등 기존 업체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은 것으로 봐서 인터넷은행이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는 사업이 아니라는 생각에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앞서 설립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아직까지 정상궤도에 올라서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넷은행 추가 허가가 외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 인터넷은행은 2019년이면 출범 3년차를 맞지만 여전히 다수 문제를 안고 있다. 새로운 인터넷은행을 설립해 은행업의 경쟁을 제고하기보다 현재 운영 중인 두 개 인터넷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에 신경 쓸 때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체 가입자가 730만 명에 달하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성장 속도와 실적 추세를 보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산오류·장애가 발생하는 등 전산시스템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지난해 출범 직후 접속자 폭주로 동시다발적 장애가 발생한 바 있으며, 이후 해외 부정승인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2018년만 해도 지난 12월 4일 입출금 서비스 중단 사태를 포함해 크고 작은 전산 오류를 보였다. 더욱이 문제가 발생해도 공지 조치가 없고 고객센터를 통해서만 문의할 수 있어 고객들의 불편을 더 크게 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체크카드 결제오류의 경우 체크카드 운영 대행사인 KB국민카드 시스템 장애로 문제가 발생했으며, 해외 부정승인의 경우 CVC번호가 탈취된 경우라 타 신용카드사에서도 발생하는 문제”라며 “지점(대면창구)을 법적으로 낼 수는 없지만, 문제가 발생한 경우 고객센터를 통해 순차적으로 끝까지 처리해드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케이뱅크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성장이 더딘 데다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 등 경영지표가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케이뱅크의 지난 3분기 당기순손실은 580억 원으로 전년 601억 원 손실보다 소폭 줄긴 했으나 여전히 어려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BIS 자기자본비율 또한 11.32%로 전년 동기 25.19%에 비해 크게 줄었으며, 시중은행 평균 15.5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케이뱅크는 또 그동안 자본 확충이 수월하지 않아 수차례 대출이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증자가 원활히 잘되었다면 대출중단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BIS비율을 맞추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자본금을 늘리거나 대출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금리 혜택을 건드리지 않으려다 보니 대출쿼터제를 통해 상품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12월 21일 증자 절차를 마무리하고 대출영업이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지난 12월 4일 논평을 통해 “금융당국이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보다 케이뱅크 부실화 가능성을 차단하는 건전성 감독을 우선해야 한다”며 케이뱅크의 부실화 우려와 경영실적 악화를 지적했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인터넷은행의 경우 당초 설립 때부터 특혜 의혹이 있었던 데다 혁신과 투자·고용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효과가 미미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은산분리 완화로 다음 재벌은행이 탄생할 길을 터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