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 무성한데 온도 제각각… 함께할 ICT 기업 관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금융위의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계획에 따라 금융권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박정훈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가장 관심을 두는 곳은 단연 은행권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이미 인터넷은행에 진출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은 대부분 인터넷은행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공식적으로 진출을 언급하며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다만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예전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았고, 현재도 바뀐 게 없다”며 “타당성 검토는 꾸준히 하고 있으나 가시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견 증권사와 O2O(온·오프라인 연결) 업체가 참여했으며, 추가로 참여할 ICT 기업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네이버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네이버는 큰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컨소시엄 구성을 계획하고 있으며 함께할 기업들을 탐색 중”이라고 전했다.
NH농협은행은 NH투자증권이 주주로 참여한 케이뱅크의 흥행 성공을 지켜본 만큼 인터넷은행 진출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은 케이뱅크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015년 인터넷은행 첫 인가 당시 인터파크가 주축이 된 ‘아이뱅크(I-Bank)’ 컨소시엄에 참여해 사업자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이후 현대증권으로부터 케이뱅크 지분 10%를 매입하며 케이뱅크 주주가 됐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에 관심을 두고 검토 중인 단계”라며 “컨소시엄 구성 등 구체적 내용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채비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최근 증권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애쓰는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겸업이 허용되는 등 증권사들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 노력 중”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한국투자증권이 이미 참여하고 있고, 다른 대형 증권사들의 물밑작업 소식이 들려 변화에 뒤처지면 힘들겠다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전했다.
증권업계에서 진출을 예상하는 기업은 미래에셋대우증권과 키움증권이다. 특히 미래에셋대우증권은 네이버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미래에셋대우증권과 네이버는 지난해 6월 디지털 금융사업 추진을 위한 제휴에 합의하며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맞교환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두 회사가 이미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미래에셋대우증권 관계자는 “과거 대우증권과 합병 전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시도했다가 사업을 접은 이후 검토한 바 없다”며 “네이버 측에서 접촉해온 사실도 없다”고 일축했다.
키움증권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키움증권은 이전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노려왔으나 산업자본으로 분류된 탓에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기다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은 IT업체인 다우기술이 최대주주(47.7%)로 있어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이 불가능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구체적 내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여러 방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며 “지난해 말에도 TF팀을 구성해 진출하려 했지만 당시 은산분리 규제 탓에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는데 이번에 특례법이 통과되면서 다시 적극적으로 검토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ICT 업계에서는 지난 인가 당시 아이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인터파크를 제외하고 물망에 오르는 기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내부적으로 사업 검토 중인 ICT 업체들이 전략 노출 등의 이유로 언급을 꺼리며 중립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파크 또한 가시화된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앞선 2015년 첫 인가에서 탈락한 당시에는 연이어 추가 인가가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에 재도전하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밝히기는 했으나 지금은 확실히 말하기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그래도 긍정적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기는 하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인터넷전문은행 국감 타깃 되나 오는 10일부터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집중 포화가 예상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은행장과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반면 채용비리 및 대출금리 조작 논란에 휘말린 은행권은 단 한 명의 은행장도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인가 과정의 특혜의혹과 영업행태, 중금리 대출 확대와 금융비용 절감에 관한 질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의 특혜 인가 의혹의 골자는 예비인가 신청 당시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이 대주주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다. 은행법상 은행의 대주주가 되려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업종 평균 이상이 돼야 하지만 우리은행은 2015년 6월 말 자기자본비율이 14%로 국내 은행 평균(14.08%)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유권해석을 통해 6월 말이 아닌 최근 3년 평균치로 기준을 적용, 우리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인정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중금리 대출 비중이 적은 것과 관련해 질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은행은 서민계층을 주고객으로 중금리 대출(신용등급 4~7 등급)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로 설립됐으나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 고신용자 중심 대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카카오뱅크의 중금리 대출 비중은 19.9%, 케이뱅크의 비중은 15.8%에 불과했다. 반면 1~3등급의 대출액은 두 인터넷은행 모두 8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인가 특혜 의혹은 지난해 국감에서 이미 질의를 받은 내용이며 지난해 말 혁신위에서도 결론이 난 사안”이라며 “국감 출석 준비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금융위 산하 민간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해당 의혹에 대해 절차상 아쉬움이 남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