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판매 티켓 매진에 입석까지…승리 수훈선수 김영환 “내년엔 부산에서”
‘농구영신’ 매치의 신년 이벤트 중 하나인 타종행사. 사진=KBL
[일요신문] ‘송구영신(送舊迎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이지만 농구장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통한다. KBL은 지난 2016년 한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늦은 밤 농구경기가 시작돼 농구장에서 새해를 맞는 ‘농구영신’ 매치를 기획했다. 농구영신 매치 탄생 3년차를 맞아 최초로 비수도권에서 경기가 열린 경남 창원체육관을 ‘일요신문’이 찾았다.
농구의 본고장 미국 NBA의 시즌 중 최대 행사는 크리스마스 매치다. NBA 사무국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인기팀의 홈경기나 라이벌 매치를 신경써서 배치한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수년째 NBA 최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와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반면 국내 무대에선 농구장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농구영신 매치가 더욱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경기는 창원에서 열려 특별함을 더했다. 창원 LG 세이커스와 부산 KT 소닉붐이 만났다. 농구영신 홈경기를 맡은 LG는 KBL에서 원년부터 연고지나 모기업 변동이 없었던 유일한 팀이다. 창원체육관을 채우는 팬들의 함성은 다른 곳 보다도 더 우렁찬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창원은 KBL 최초로 누적관중 200만을 돌파한 곳이기도 하다.
입석 티켓을 구매하려 늘어선 줄. 사진=KBL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7511명으로 집계됐다. 직전 창원 홈경기인 4021명보다 약 3500명이 많은 수치다. 크리스마스에 열린 서울 SK와 서울 삼성의 ‘S더비(6810명)’을 넘어섰다. 관중석 안내 스태프를 맡은 문슬기 씨는 “평소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할일이 많아진 것은 맞다”면서도 “일하는데 문제될 것은 없다. 경기장 분위기가 좋아서 나도 즐겁다”고 말했다.
체육관 내부로 들어서자 농구영신 매치의 흥행 성공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구단 상품 구매, 이벤트 참여 등으로 많은 팬들이 몰려 체육관 복도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한 팬의 “으아 사람 왜이리 많노”라는 외침이 들려오기도 했다.
안내방송에서는 “3층 객석 주변으로 설치된 조명시설을 조심하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실제 3층 꼭대기까지 빈자리 없이 관중이 들어찼다. 만원 관중의 열기 때문인지, 조명시설 때문인지 정확한 원인을 알수는 없었지만 체육관 내부는 외투를 벗어야 할 정도로 온도가 높아져 갔다. LG 유니폼을 입고 열정적으로 응원에 임한 정경옥 씨는 “농구영신 매치는 처음왔는데 더 특별한 느낌이고 즐겁다. 다음에 또 창원에서 열렸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례적으로 원정길에 동행한 KT 마스코트.
홈팀 LG와 원정팀 KT 사령탑도 경기에 앞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동철 KT 감독은 “부담은 있지만 이런 이벤트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면서 “선수시절을 통틀어 이 시간에 농구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개인 훈련을 밤 11시 정도까지 해본 적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밤 11시에 시작하는 경기로 인해 달라진 팀 운영에 대해서는 “어제 최대한 늦게 여기서 연습하려고 했다. 적응 훈련이라고 할 것은 특별히 없었다”고 전했다.
현주엽 LG 감독은 늦은 밤이 되어서도 경기를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 어색한 듯 멋쩍게 웃었다. 그는 “여덟시 뉴스를 보다가 나왔다”며 “오늘 하루가 너무 길더라. 여느 때처럼 아침 8시가 넘어 훈련 채비를 했는데 오후 2시에 훈련을 시작했다”고 했다. 또한 “솔직히 안했으면 좋겠다”라고 농담을 하면서도 “선수들이 좋아한다. 오늘 경기가 매진이 됐는데 매번 이렇다면 밤 11시로 아예 바꿔도 좋겠다는 말도 하더라”며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7500여 명의 관중이 집계된 이날 경기. 사진=KBL
2쿼터가 끝나고 하프타임에는 2019년 1월 1일이 되는 순간 타종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한 이 행사에는 KBL과 창원시 관계자, 양팀 단장과 팬 대표가 함께했다.
경기는 4쿼터 내내 미세한 우세를 지킨 KT가 79-70으로 승리했다. 승리 수훈선수로 경기후 기자회견에 나선 김영환과 양홍석은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열리는 경기라고 해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많은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듯 했다. 특히 프로 2년차 양홍석은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뛰는 경험이 처음”이라며 “들뜬 기분이 들기도 했고 분위기가 좋아서 더 재밌게 경기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내년에 또 하겠냐’는 질문에 김영환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창원에서 한 번 했으니까 다음엔 부산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에 옆에서 듣던 양홍석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