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리턴’ 촬영 당시 제작진과 마찰 빚고 중도하차 ‘전력’…완벽주의 박신양과 벌일 팽팽한 대결에도 시선집중
하지만 지금 고현정의 상황은 예전과 조금 다르다. 지난해 2월 SBS 드라마 ‘리턴’ 촬영 현장에서 일으킨 논란의 여파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당시 약속한 촬영 현장에 돌연 불참하는 등 제작진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고, 드라마를 이끄는 연출자와 대립하는 상황이 낱낱이 공개되는 망신까지 당했다. 웬만하면 주연배우의 편에 서는 방송사까지 그에게 등을 돌리면서 고현정은 결국 드라마가 한창 방송 중인 상황에서 중도 하차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때문에 고현정의 드라마 복귀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 고현정이 만든 ‘나쁜 선례’, 과연 대중의 반응은 어디로
고현정이 주연을 맡은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KBS가 새해 야심차게 내놓는 기대작이다. 지난해 KBS가 밤 10시대 방송한 미니시리즈는 그야말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새로운 시도가 통하지 않았고 편성작 대부분 부진한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KBS는 ‘동네변호사 조들호2’를 통해 반격을 노리는 상황. 연초부터 물량공세를 퍼부으면서 시청자의 시선을 잡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심에 고현정이 있지만 마냥 기대를 높이기엔 ‘걸림돌’이 여럿이다.
‘동네변호사 조들호2’ 예고편 영상 캡처.
고현정은 지난해 베테랑답지 않은 행보로 시청자의 신뢰를 저버렸다. 부정적인 여론은 여전히 남아있다. 드라마 ‘리턴’ 촬영 도중 고현정은 제작진과 이견을 벌이다, 급기야 무단 불참하는 등 논란을 빚었다. 제작진 내부에서는 고현정이 스태프가 보는 앞에서 드라마 연출자를 향해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이런 내용은 거의 실시간으로 알려졌다. 이런 주장을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갈등과 논란의 축이 고현정이란 시선에는 이견이 나오지 않았다. 촬영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갈등이 증폭되자, 고현정은 ‘리턴’에서 하차했다. 본인 스스로의 결정이 아닌 그의 행동을 문제 삼은 제작진과 SBS가 내린 사실상 ‘방출’이다. 퇴출 통보를 받은 고현정은 당시 소속사를 통해 “여러 사람이 만들어나가는 드라마의 특성상 어떤 한 사람이 문제라면 작품을 위해서라도 그 한 사람이 빠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SBS의 하차 통보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고현정의 하차로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드라마를 이끄는 원톱 주연으로서 책임감 없는 행동 탓에 제작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음은 물론이다. 고현정을 대신할 배우 캐스팅도 난항을 겪었다. 더욱이 드라마가 막 시작해, 시청률이 한창 고공행진을 하던 무렵 나온 돌발 행동이란 점에서도 여파가 상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고현정이 하차한 자리에 배우 박진희가 합류, 드라마를 마무리했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나쁜 선례’가 됐다.
고현정이 만든 논란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그가 드라마나 예능 등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논란을 빚은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론은 악화했다. 실제로 고현정은 2010년 SBS 드라마 ‘대물’과 2012년 SBS 토크쇼 ‘고쇼’를 진행할 때도 담당 PD가 도중에 바뀌어 논란이 일었다. 연기력이나 화제성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배우이지만 유독 제작 과정에서 잦은 잡음을 일으키는 배우라는 인식이 퍼졌다.
# 드라마 제작발표회 거르고 방송 시작…‘논란 의식’
고현정은 ‘리턴’에서 하차하고 한동안 두문불출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불과 2개월 뒤인 4월, 주연한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 손님’ 개봉에 맞춰 관객과 대화하는 씨네토크에 나섰다. 그 자리에서 그는 “일련의 일을 겪고 나서 반성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를 소개하는 시사회나 제작보고회, 인터뷰는 소화하지 않았다. 취재진과 대면해 논란을 직접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처지라, 이를 차단하기 위해 관련 행사를 열지 않는다는 해석이 영화계 안팎에서 나왔다.
‘동네변호사 조들호2’ 예고편 영상 캡처.
드라마로 복귀하는 지금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근래 방송하는 드라마로는 아주 이례적으로 제작발표회를 열지 않는다. KBS가 새해 기대작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인데다 성공한 1편을 잇는 후속작이란 사실을 고려하면 ‘제작발표회 패스’는 여러 의문을 남긴다. 더욱이 최근 채널 다변화에 따라 드라마 제작 편수가 급증하면서 작품을 알리는 출발로 제작발표회의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을 고려하면 뜻밖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대신 제작진은 드라마가 첫 방송하는 당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연출자만 참석한 가운데 제작시사회를 열기로 했다. 이런 결정을 두고 제작진은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연예계에서는 “고현정 이슈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내린 방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턴’ 하차 이후 1년여 동안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고현정이 제작발표회가 열릴 경우 그 자리에서 관련한 질문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미리 고려한 결정이라는 해석이다. 일단 드라마를 통해 먼저 평가받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고현정이 KBS 드라마에 출연하기는 무려 28년 만이다. 1989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입문한 뒤 1991년 연기자로 데뷔하고 출연한 첫 드라마인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와 ‘맥랑시대’가 KBS에서 방송됐지만 이후 30년 가까이 인연을 맺지 않았다. 결혼과 함께 연예계 은퇴선언을 하기 전에도, 이혼 뒤 복귀하고도, 그가 출연한 드라마는 모두 MBC와 SBS가 방송한 작품이었다. 그런 고현정이 1년 전 ‘리턴’ 논란을 겪은 뒤 SBS와의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KBS 드라마를 선택한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거악과 맞서는 변호사 조들호와 그의 숙명의 라이벌 이자경의 이야기다. 고현정이 맡은 이자경은 무소불위 힘을 발휘하는 악의 실체로 무자비한 면을 드러내는 인물.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MBC 드라마 ‘선덕여왕’ 속 미실과 비견될 만한 캐릭터다. 드라마는 2016년 방송한 1편의 후속편이다. 박신양이 주연한 1편은 마지막회 시청률이 17%를 기록할 만큼 화제를 모았다. 박신양은 이번 후속편의 타이틀롤로 다시 나선다. 무엇보다 촬영 현장에서 까다로울 정도로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박신양이 고현정과 벌일 팽팽한 대결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