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영자 유력 KBS 차태현 주목 SBS 신동엽·이승기·백종원 각축
올해 연말 시상식을 통틀어 접전을 예고하는 분야는 바로 연예대상이다. 유력 수상자가 어느 정도 압축되는 연기대상과 달리 올해는 유독 연예대상 주인공을 점치기 어렵다. 10년여 동안 대상을 독식하다시피 해온 유재석과 강호동 투톱의 구도가 최근 들어 주춤한 데다, 또 다른 대상후보로 꼽힌 박명수, 이휘재, 김병만, 김종민 등 방송인도 이미 한두 번씩 대상을 가져간 탓도 있다. 물론 두각을 드러낸 이들은 있다. 무엇보다 여성 방송인의 활약이 어느 해보다 두드러진 사실은 고무적이다.
# 여풍당당 MBC
연예대상 유력 후보군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이는 개그우먼 이영자다. 1991년 MBC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해 활동 27년째를 맞는 그는 특별한 공백 없이 꾸준히 방송에 참여해온 ‘자타공인’ 베테랑. 그런데도 연예대상 수상과는 크게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는 다르다. ‘전지적 참견 시점’의 성공 덕분이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방송 화면 캡처
사실 이영자는 올해 MBC 예능의 ‘체면’을 세운 주인공이다. 오랜 파업을 마치고 정상화를 기치로 내건 MBC는 올해 어느 때보다 다양한 기획을 시도하면서 다양한 예능을 선보였다. 이런 의욕적인 시도와 달리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숱한 실패 속에 유일하게 성공한 프로그램이 ‘전지적 참견 시점’이다. 성공의 ‘일등공신’으로 이영자가 첫 손에 꼽힌다. 그는 프로그램에서 다년간 쌓은 ‘먹방’ 노하우를 유감없이 과시, 시청률 상승을 견인했다. 매회 방송을 통해 만드는 화제에 힘입어 제2의 전성기도 맞았다.
한 지상파 방송 관계자는 “‘전지적 참견 시점’이 방송 초부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지금도 10%대의 기록을 유지하면서 MBC 대표 예능으로 자리매김한 배경은 프로그램의 중심을 지키는 이영자의 공이 절대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를 얻는 상황에서 제작진의 편집 실수로 인해 논란이 불거지고, 어렵사리 방송을 재개해 그 인기를 다시 다질 수 있던 힘 역시 이영자의 ‘공’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당시 편집 논란에 대해서는 MBC 최승호 사장이 직접 나서 이영자에게 공개 사과까지 한 사안인 만큼 방송사 내부에서도 이와 관련한 일종의 ‘마음의 짐’이 있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나온다.
# 오리무중 KBS
KBS는 지난해 방송사 파업의 여파 탓에 연예대상 시상식을 진행하지 않았다. 한 해를 걸렀지만 그렇다고 올해 수상 후보가 다양해진 것도 아니다. 이렇다 할 유력 수상자가 꼽히지 않는 상황에서 배우 차태현의 이름이 먼저 거론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사실 차태현은 최근 몇 년간 KBS의 여러 프로그램에 다양하게 기여한 인물이다. KBS가 시도하는 새로운 기획에 자주 참여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기도 하다. 이미 2TV ‘1박2일’에 6년째 출연해오면서 지금도 13~15%대의 시청률을 꾸준히 이끌고 있고, 올해는 ‘거기가 어딘데?’ 시즌 1, 2편도 이끌었다. 드라마 ‘최고의 한방’을 공동 연출한 유호진 PD가 기획한 신규 프로그램에 또 한 번 참여, 믿음을 드러낸 것이다.
사진=KBS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 홈페이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이름이 일찌감치 대상 후보로 거론되자 차태현은 “자격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최근 주연한 드라마 ‘최고의 이혼’을 마치고 여러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연예대상 수상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지자 “연예대상 시상식 자리에 있는 것도 어색하고 자격도 없다”며 “후보에도 올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마음이고, 만약 내 이름이 호명되면 도망갈지 모른다”고 말했다.
사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KBS에서는 어느 때보다 다양한 예능인이 활약했다. 하지만 이들의 도전이 뜻하지 않는 암초에 만나기도 했다. 송은이와 김숙 콤비가 기획하고 방송인 김생민이 진행한 ‘영수증’이 대표적이다. 파일럿으로 시작했다가 정규 편성되는 등 화제를 뿌렸지만 김생민이 연예계를 휩쓴 ‘미투’에 연루되면서 결국 프로그램도 폐지됐다. 안타깝게도 송은이, 김숙의 새로운 도전의 의미도 동반 퇴색되는 분위기다.
# 각축전 SBS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 없지만 은근히 후보군이 많은 방송사는 SBS이다. 올해 신설한 예능 ‘집사부일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가수 이승기를 중심으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매회 화제를 만드는 외식사업가 백종원의 연예대상 투톱 대결이 예상된다. 이에 더해 SBS 주말 대표 예능으로 자리매김한 ‘미운 우리 새끼’의 신동엽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저마다 받을 이유가 확실한 만큼 결과 예측이 쉽지 않다.
이승기는 대대로 SBS 예능과 환상의 호흡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방송사 기여도가 상당하다. 강호동이 연예계 은퇴선언을 했을 때 SBS 간판 예능인 ‘강심장’의 단독 MC로 나서 실력을 입증한 게 대표적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선택한 첫 예능 역시 SBS에서 했다. 그만큼 방송사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이승기의 ‘집사부일체’는 일요일 오후 시간대 후발 예능임에도 매주 시청률 12~13%를 사수하고 있다. 시청률 경쟁이 가장 치열한 예능 격전지에서 방송사 체면을 살린 공로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SBS ‘골목식당’ 방송 화면 캡처
백종원도 그런 면에서 시선을 끈다. 그가 소규모 식당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내용의 ‘골목식당’은 거의 매회 다양한 화제를 만든다. 방송이 끝나면 늘 온라인은 관련 내용으로 들썩인다. 같은 시간대 방송하는 MBC의 또 다른 장수 예능 ‘라디오 스타’의 시청률을 줄곧 앞지르고 있는 상황도 백종원 수상 가능성에 힘을 보태는 이유다.
한편으로 신동엽은 SBS 예능을 통틀어 시청률 1위를 지키는 ‘미운 우리 새끼’의 터줏대감으로 영향력이 상당하다. 최근 지상파 예능은 넘볼 수 없는, 시청률 20%대를 유지하고 있는 저력의 소유자이다. 물론 지난해 ‘미운 우리 새끼’의 연예인 어머니들이 연예대상을 공동 수상한 사실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