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균열과 보수재편이 키워드…4월 재보선도 관심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3월 정계개편 핵심은 ‘여권 균열·보수 재편’이다. 변수는 ‘청와대 참모진 개편 및 한국당 2·27 전당대회→4·3 재·보선’ 결과다. 세 차례 방아쇠에 따라 정계개편의 전체적인 방향과 범위가 결정된다. 세 변수가 진보와 보수 정계개편 한가운데를 관통한다는 얘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3월께 한 차례 정계개편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권 정계개편의 관전 포인트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40% 선’ 붕괴 여부다. 한때 거침없이 치솟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말 일부 여론조사에서 40% 초반대까지 하락했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이른바 ‘데드크로스’도 발발했다. 3년 차 증후군이 문 대통령 곁으로 바짝 다가오면서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을 재촉하고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이 기해년 초반 ‘지지율을 끌어올리느냐, 추가 하락을 방치하느냐’가 집권 3년 차 초반 명운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잿빛 전망’이 여권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따라 문 대통령 지지율이 20%대 중·후반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 한 관계자도 “컨트롤타워 부재가 지속한다면,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문(친문재인) 정권의 ‘경제 무능 프레임’과 김태우 발 ‘청와대 특별감찰반 사찰 의혹’ 등을 조기에 해소하지 못한다면, 문 대통령 지지율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친문계 한 관계자는 “20% 후반은 원래 민주당의 고정 지지층”이라며 “과거에도 그 정도 지지율로 당을 이끌었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최대 아킬레스건은 ‘내부 권력암투’다. 이는 역대 정권을 관통하는 데자뷔다. 박근혜 정부 당시 여권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진박(진짜 친박근혜) 논쟁’에 빠지면서 자멸했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사생결단식 권력암투는 집권 2년 차 말에 터진 이른바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 사건이 단초로 작용했다. ‘문고리 권력 3인방(정호성·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이니, ‘십상시’니, ‘그림자 권력’이니 하는 궁중암투가 불거진 것도 이때다. 야권 관계자는 “새누리당의 내부 투쟁은 총선 참패로 이어졌고, 이는 박근혜 정부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복선 역할을 했다”고 회고했다.
이명박(MB)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친이(친이명박)계는 ‘만사형통(모든 길은 형님으로 통한다)’의 이상득 전 의원과 ‘정권 실세’ 이재오 전 의원, 정두언 전 의원 등 ‘소장파’ 등 세 개의 축으로 갈렸다. 2012년 대선 국면에서 ‘여당 내 야당’으로 불리던 친박계가 친이계를 단번에 제압할 수 있었던 이유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일명 ‘난닝구(실용주의파)’와 ‘백바지(개혁파)’의 권력다툼은 열린우리당 분당으로 이어졌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둘러싼 친노계와 운동권 그룹의 갈등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의 단기적인 카드는 ‘국면전환용 인적쇄신’이다. 청와대는 애초 4월 전후로 염두에 둔 청와대 참모진 개편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공직기강 해이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자, 인적쇄신을 통해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경제 무능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국면전환용 인적쇄신은 ‘반짝 효과’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최창열 용인대 교수는 “집권 3년 차에서 중요한 것은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라고 잘라 말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한다면, 현 정권도 이전 정부의 ‘레임덕 징후→내부 권력투쟁 →데드덕(권력통제 불능)’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수 재편’도 초미의 관심사다. 1차 방아쇠는 ‘한국당 2·27 전당대회’다. 이 국면은 분화된 보수진영이 ‘단일대오를 형성하느냐, 더 흩어지느냐’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현재 자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군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비롯해 홍준표·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황교안 전 국무총리(이상 원외 인사) 등과 심재철 정우택 주호영 정진석 김성태 안상수 김진태 의원(이상 원내 인사) 등 10여 명 안팎에 달한다.
한국당 2·27 전당대회는 보수의 주류는 물론, 보수대연합을 가늠하는 척도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전당대회를 통한) 한국당 혁신 여부가 정국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앞서 ‘나경원 원내사령탑’을 세운 친박계의 저력이 다시 확인될 경우 보수대연합 구도는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연말 이학재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전격 탈당, 한국당으로 귀환하면서 보수 재편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당 신임 대표가 보수 ‘새판 짜기’에 드라이브를 걸 경우 바른미래당 틈새는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바른미래당 두 축인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의원의 보수대연합 합류 여부도 이 지점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친박계가 원내대표 경선과는 달리, 2선으로 밀린다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신당 창당’ 승부수를 띄울 수도 있다.
한국당 당권 경쟁은 비단 보수 재편에 국한하지 않는다. 바른미래당 균열 여부에 따라 ‘호남 2중대’ 신세로 전락한 민주평화당 이합집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평화당 내 일부 의원들은 민주당행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당 전 당직자는 “민주당과 평화당, 바른미래당 내 옛 국민의당 출신을 다 합쳐도 과반이 될까 말까”라며 “(진보대연합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3월 정계개편의 마지막 변수는 4·3 재·보선이다. 1월 초 현재 확정된 4·3 재보선 지역은 경남 창원·성산과 통영·고성이다. 창원·성산은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 통영·고성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이군현 전 한국당 의원 지역구다. 여야 모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선거인 셈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10여 곳으로 선거지역이 늘어날 경우 4·3 재보선은 ‘미니 총선’으로 격상한다.
4·3 재보선 판세의 핵심 키워드는 ‘선거연대’와 ‘선거 마케팅’이다. 창원·성산의 경우 정의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간 단일화를 시작으로, 범 진보진영 연대 논의도 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 보수진영도 물밑에서 선거연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여야 정계개편 속도가 한층 빨라지면서 3월 정계개편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문재인 마케팅’ 등이 전개될지도 관심사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선’으로 하락한다면, ‘문재인 마케팅’은 종적을 감출 수도 있다.
보수진영에선 특정 인물의 마케팅보다는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꺼내면서 대대적인 대여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국면에서 이기는 쪽이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4·3 재·보선이 정계개편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불리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올해 상반기에는 대통령 지지층이 결집할 기회가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꿈틀거리던 정계개편이 빗장이 4·3 재보선 이후에는 전면적으로 풀릴 수 있다는 얘기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