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량 감소·선가 하락 불황 못 버텨…한진중공업 경영 정상화 차질 전망
8일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 자회사이자 해외 현지법인인 수빅조선소가 이날 필리핀 법원 앞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관계자는 “수빅조선소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주력 선종이 달라 수빅조선소 영업 중단이 영도조선소 영업활동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면서 “2016년 1월부터 추진 중인 한진중공업 경영 정상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필리핀 수빅만 경제자유구역 내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자회사 수빅조선소 전경. 연합뉴스
수빅조선소는 한진중공업이 대형 선박 건조를 통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4년 필리핀 수빅에 건립한 조선소다. 앞서 한진중공업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해 영도조선소는 특수선 건조로 특화하고 수빅조선소에서 일반 상선을 건조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상선과 특수선을 모두 수주해 건조하면 영업손실이 커진다는 채권단 판단이 작용했다.
지난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방산 부문 특수선을 잇달아 수주한 반면 수빅조선소는 신규 수주를 따내지 못했다. 현재 수빅조선소 수주 잔량은 10척에 불과하다. 조선업계 한 전문가는 “수빅조선소는 한진중공업이 인건비만 사업성 척도로 삼아 건립을 추진했던 조선소로 기자재, 기술인력 등에서 불안을 겪어왔다”고 했다.
실제 수빅조선소는 2016년과 2017년 각각 3560억 원, 2462억 원 적자를 기록,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6년 2조 3223억 원이었던 자산 규모도 2017년 1년 새 1조 8406억 원으로 20% 줄었다. 한진중공업이 지난해 말 운영자금 281억 4000만 원을 대여해줬음에도 회생절차 신청을 막지 못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회생 신청으로 경영 정상화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수빅조선소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필리핀 현지 조선기자재업계는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 수빅조선소는 조선업 불황이 10년째 지속하는 데 따른 적자로 협력업체 물품대금 수백억 원가량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중공업이 현지 협력업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특별 상담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하면서 한진중공업 경영 정상화 차질 가능성도 커졌다.
한편 한진중공업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한 산업은행은 경영 정상화 작업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진중공업과 협조해 수빅조선소의 기업회생신청에 따라 발생하는 위험 요소에 신속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진중공업이 운영자금 목적으로 수빅조선소에 대여해 준 281억 원의 대여기간은 2019년 3월까지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