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탈출 신호인 줄 알았더니…LNG선 특수에 현대상선 발주 따른 ‘일시적 현상’ 지적 나와
지난 7월 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해양진흥공사 창립식에서 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이 공사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3분기까지 현대중공업 등 조선 3사는 129척 104억 달러 규모의 수주 실적을 올려 올해 목표치(132억 달러)의 79%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총 40척 47억 달러 규모, 대우조선해양은 총 35척 46억 달러 규모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세계 선박 수주 시장에서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 9월까지 다섯 달 연속으로 수주량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세계 발주시장에서 크루즈선, 벌크선 등의 비중이 하락한 반면 국내 조선사가 강점을 보이는 LNG선 등의 비중이 확대돼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실적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6일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한 LNG선 43척 중 대형 LNG선 38척을 모두 국내 조선사가 따냈다. 현대중공업 16척, 대우조선해양 12척, 삼성중공업 10척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재작년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았던 만큼 기저효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실제로 지표가 나아지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발주가 늘었고, 국내 조선소의 LNG선 수주도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조선업 업황 점검회의’를 통해 경계심을 내비쳤다. 이 자리에서 최종구 위원장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량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국내 조선사 수주 비중도 일정 부분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수주 호황이 LNG선에 따른 일시적 상황인지, 장기 발주량 증가로 인한 것인지 조선사별 경영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수주 증가가 LNG선 발주량 증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임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박사는 ‘조선업 동향과 전망’을 통해 “수주 개선 속도가 세계 시장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나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올해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는 LNG선 특수에 따라 그 비중이 35%에 이르는 다소 기형적 구조로서, 이러한 추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 양 박사는 “올해 발주시장에서 선종 비중이 유럽이나 중국보다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됐으나 장기적 추세는 아닐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빅3 조선사의 수주가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상선 발’이라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6월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국내 빅3 조선사에 나눠 발주했다. 현대중공업에 1만 5000TEU급 8척, 대우조선해양에 2만 3000TEU급 7척, 삼성중공업에 2만 3000TEU급 5척으로서 3조 원 규모다.
현대상선의 발주는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진행됐다. 결국 현대상선 발 수주 훈풍은 정부 지원 덕분인 셈. 지난 8월께부터 정부가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한국해양진흥공사를 비롯한 유관기관을 통해 현대상선에 5년간 5조 원의 자금 투입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해운산업 재건’을 목표로 지난 7월 출범한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초대 사장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대상선에 총 6조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이번 발주에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모든 재원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증 및 투자 등에 참여해 자금조달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국해양진흥공사뿐 아니라 산업은행 등 다수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만큼 협의를 통해 구체적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선해운업계는 정부 지원에 더욱 기대를 걸고 있다. 조선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릴 테지만 세계적 선사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며 “기간사업이자 경제의 동력이니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조선해운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해 시스템과 제도를 다듬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현대상선 살리기’가 해운업 재건이냐?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해운업 재건을 약속한 대선 공약에 따라 지난 7월 출범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해양진흥공사 설립을 포함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진흥공사는 해운업 재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셈이다.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목표는 해운 재건을 통한 공생적 산업생태계 구축이다. ▲경쟁력 있는 서비스·운임에 기반한 안정적 화물 확보 ▲저비용·고효율 선박 확충을 통한 해운경쟁력 복원 ▲선사간 협력강화 등 지속적 해운 혁신을 통한 경영안정, 이상 3대 추진방향에 맞춰 정부는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향후 3년간 200척 이상의 신조 발주 투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운 재건 계획이 ‘현대상선 살리기’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실제 지원이 현대상선에 집중돼 다른 중소 선사에 대한 지원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다. 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중소 선사를 대상으로 하는 보증사업을 진행하는 등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방면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사업규모가 다른 만큼 금액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경쟁력 있는 선사에 골고루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