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공사비 대납 의혹’ 이부진-삼성물산 검찰 고발부터 임우재 재판기피신청 이례적 결정까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새해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회장 자택뿐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자택에서도 삼성물산과 에버랜드 자금으로 개축과 증축 공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자택 공사대금을 삼성 계열사가 대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해당 공사를 했다는 곽상운 지스톤엔지니어링 대표가 함께 했다. 곽 대표는 이 자리에서 2005년부터 삼성물산과 거래 관계를 맺고 30여건의 공사를 진행했다며 2006년 이부진 사장 자택의 면적 25제곱미터 크기의 실내 연못에 대한 방수처리 공사와 수영장 신축공사 내역을 공개했다. 또 에버랜드와 리움 미술관 등 관련 도면 검토를 삼성물산 사장이 했다고도 밝혔다.
정의당은 “삼성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등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한남동 총수일가 자택의 증축 공사를 진행하면서 비용 전액을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 등을 통해 정산했다”며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의 자택 공사에 대해서도 엄정한 수사를 통해 삼성 총수 일가의 불법 경영에 대해서 엄정한 법의 심판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정의당은 이건희 회장의 생일날 이부진 사장과 삼성물산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시공사로서 삼성물산이 책임을 지고 하자보수를 맡긴 것에 대한 비용을 협력업체에 지급한 것일 뿐이다. 문제될 것이 없다”고 전면 반박했다.
앞서 검찰은 이건희 회장 집 공사비 33억 원을 회사 돈으로 내준 혐의로 삼성물산 임직원들을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물산 건설 부문 부실공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박은숙 기자
업계 관계자는 총수일가가 계열사에 공사를 맡긴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이어 올해 역시 경영실적 상승세를 기대하는 이부진 사장으로선 달갑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부진 사장에 대한 악재는 새해 또 불거졌다. 무려 4년 넘게 이어지는 임우재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과의 이혼재판이다. 대법원은 임우재 전 고문이 이부진 사장을 상대로 한 이혼소송 2심 재판부를 변경해달라는 기피신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4일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임 전 고문이 이혼소송 2심 재판장인 강민구 부장판사(서울고법 가사3부)가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과 가까운 관계라며 낸 재판부 기피신청 항고심에서 신청을 기각한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지난해 3월 임 전 고문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지만 기각된 것과 정반대 결과가 난 것이다.
민사소송법은 공정한 재판이 어려운 제척사유가 있다면 기피신청으로 통해 법관을 바꿀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기피사유는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라는 일반 규정으로 정해져 있다.
임우재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 연합뉴스
법조계는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기피신청을 인용한 부분은 언론에 수차례 보도된 담당 재판부 법관과 장충기 전 사장간의 문자메세지 소통 등 협력관계를 볼 때 재판의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강 부장판사는 부산지법원장 재직 시절인 2015~2016년 삼성 대관업무를 총괄하던 장 전 사장에게 10여 차례 사적인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본인을 ‘삼성 홍보대사’라 표현하고 법관 신상이나 동생 인사와 관련한 내용이 문자에 포함됐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전 고문간의 이혼재판은 재판부 변경 뒤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사장과 임 전 고문은 1999년 국내 최대기업 총수 장녀와 평사원의 결혼으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 사장은 2014년 임 전 고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4년째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 1심은 이혼 판결을 내리면서 자녀 친권·양육권자를 이 사장으로 지정하고, 이 사장이 임 전 고문에게 86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임 전 고문은 항소했다.
세기의 결혼으로 알려진 두 사람이 재판기간만 4년을 훌쩍 넘긴 세기의 이혼이 된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이건희 회장의 신임을 받았던 이부진 사장 등 삼성가에 또다시 시련이 찾아왔다는 지적이 재계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