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8000개 창출’ 5공장 건설계획 잠정중단 말 돌아…분식회계·경영권 문제와 관련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에 처음 입주한 것은 2011년 5월. 인천시는 송도를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5공구 27만 4000여㎡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0년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1위 규모인 연간 36만L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인천 연수구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시와 함께 송도 11공구 33만 578㎡ 부지에 5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지 매입과 신공장 건설에 투입되는 금액은 총 4조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특히 삼성 측은 이번 프로젝트로 직접고용만 600명, 간접고용 효과까지 포함하면 8000여 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해 8월 180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 이 중 25조 원을 바이오를 포함한 신성장 분야에 편성하겠다고 약속하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업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공장 건설계획을 잠정 중단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삼성과 인천시 간 구체적인 사업투자 계획이나 실무진 차원의 협의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11공구 매입에 대해 삼성 측이 몇 년 전부터 구두로 제안했을 뿐 공식문서를 주고받거나 MOU를 체결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현재 운영 중인 1·2·3공장에 이은 4공장 신설 계획조차 불투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새 공장 건설 계획이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재계에서는 지난해 터진 고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과 이를 통해 다시 불거진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결행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 역시 “회사(삼성바이오)에서 당분간 임원진 등은 분식회계 관련 후속 대응에 전력을 다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계획을 중단한 것이 아니라 11공구의 개발계획 수립이 완료되는 올해부터 부지 매입 등 사업 확장을 위한 본격적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이라며 “몇 년 전부터 준비했어도 실제 구체적 논의가 나온 건 지난해 말이다.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아무래도 현 이슈에 묶여 있다 보니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에서 기본계획에 대해 변경이나 철회 입장을 보내온 게 없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적으로는 실무진에서 사업계획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정부 압박용으로 투자계획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저성장·고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를 인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혁신성장을 위한 예산을 본격적으로 투입하겠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이끌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 경제발전도, 일자리도 결국은 기업의 투자에서 나온다. 기업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며 고용과 경제성장을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인도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투자계획은 하루아침에 세워지는 게 아니다. 회사가 불확실한 이슈에 묶여 있어도, 사업성과 투자수익이 기대되면 진행하는 것이 당연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행정소송 현안에 묶여 있어 사업이 늦어졌다고 하는데, 공장 증설과 소송 결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논란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재판에 직결되는 만큼 어떤 수를 동원해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삼성 측에서 고용과 투자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려 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에서 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압박하는 건 쉽지 않다. 특히 삼성의 입장에선 모든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신중하게 하다 보니 오해를 사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행정소송 어디까지 왔나 금융감독원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짓고 대표이사·CFO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 재무제표 재작성 시정 요구, 과징금 80억 원 부과 등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에 불복하면서 증선위 중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과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 양측은 현재 법정다툼 중이다. 그 전초전 격인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이 지난 12월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에서 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증선위 처분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재무제표를 전면 재작성하는 과정에서 재무제표 공신력이 완전히 붕괴되는 등 불안정성이 커진다”며 “대표이사 해임 등이 현실화되면 회사의 집행·의사결정 기관 공백으로 혼란과 대외신인도 하락 등 회복 불능 손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증선위 측은 “재무제표를 재작성하면 기업은 단지 기업 이미지가 손상될 뿐이지만, 기존 재무제표가 그대로 유지되면 그에 기반한 신규 투자자 양산 등 피해가 확대되고 회계질서가 문란해진다”며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은 법인(삼성바이오로직스)이 아닌 제3자의 손해일 뿐이다. 금전적 보상이 가능해 회복불가능 손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려 1시간 40분가량 공방이 오간 첫 심문으로 기일은 모두 종결됐다. 재판부는 “가급적 1월 중, 늦어도 2월 초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건은 이달 안에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향후 진행될 행정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