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m 내 출점 노브랜드 상대 영업금지가처분 신청 기각…법원 “가맹본부·계열사 독립적 법인”
A 씨는 “편의점 가맹계약 당시 노브랜드 전문점 출점 내용을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며 “노브랜드 매장 오픈 계획을 알고 나서 ‘노브랜드가 들어와도 딱 편의점 매출을 빼 갈 정도지, 큰 이익을 얻지 못한다. 결국 같이 죽는 것’이라고 이야기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전했다.
사진은 노브랜드 매장 전경. 연합뉴스.
그러나 지난해 11월 16일 있었던 1심 판결에서 법원은 이마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가맹사업법이 가맹본부에 영업지역 침해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계열회사에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며 “가맹본부와 계열회사는 별도의 독립적인 법인사업체이고, 통상 서로의 의사결정구조도 분리돼 있다”며 A 씨의 영업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동일 브랜드의 경우 250m의 거리 제한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노브랜드 전문점은 ㈜이마트가, 이마트24 편의점은 ㈜이마트24가 운영 중이므로 다른 계열사이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마트는 신세계그룹의 대형마트 부문이 인적분할돼 설립됐으며, ㈜이마트24는 ㈜이마트가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다. 노브랜드 전문점은 ㈜이마트의 노브랜드사업부가 운영한다. A 씨는 1심 결정에 항고, 내달 14일 2심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이마트는 대형 법무법인 태평양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 대응 중이다. A 씨는 “2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면 노브랜드 전문점의 근접출점을 인정하는 판례가 돼 더 많은 편의점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A 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한 임현철 변호사는 “재판부에서 가맹사업법 문언을 너무 엄격하게 바라보고 한정적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이는 가맹사업법 입법 취지에도 어긋난다”며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니만큼 사법부가 입법부 의견을 존중하는 해석을 해줬으면 한다”고 항고 이유를 밝혔다.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2조의 4 제3항은 ‘가맹본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가맹계약기간 중 가맹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서 가맹점사업자와 동일한 업종의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설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가맹사업법 내에 ‘계열회사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이라는 문구가 명백히 있음에도 계열회사를 별도로 본 재판부 판결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임 변호사의 취지다. 당시 해당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역시 “가맹사업법의 입법 취지에 따르면 가맹점주 보호 측면에서 가맹본부와 계열회사를 아우르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A 씨의 사건이 알려지자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등 4개 단체는 지난 12월 27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의 행태를 규탄했다. 단체는 “이마트의 노브랜드 가맹사업은 계열사를 통해 영업지역 침해 금지의무를 회피하는 것에 더해 편의점 근접출점 제한까지 회피해 골목상권을 침탈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홍성길 전국편의점연합회 정책국장은 “편의점 하나의 사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편의점주 모두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