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랜드 제품 철수로 매출 감소…계약 당시 약속 어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연합뉴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노브랜드 전문점을 가맹사업으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노브랜드 전문점이 시장에 안착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 입장에서는 직영 운영하던 노브랜드 전문점을 가맹사업으로 전환하면 그간 지적돼온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상생법(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규제를 피할 수 있다. 현행 상생법에 따르면 상생법 규제 대상은 대기업 직영점 혹은 대기업이 지분 51% 이상을 보유한 기업형슈퍼마켓(SSM) 가맹점이다. 노브랜드 전문점은 ‘변종 SSM’으로 불리며 출점 때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도 휘말린 바 있다.
이마트는 이를 위해 이마트24 편의점에서 노브랜드 제품을 철수하고, 지난해 7월 론칭한 자체 상표통합(PL) 브랜드인 ‘아임이(I’m e)’ 제품으로 대체할 계획을 밝혔다. 상품 중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이마트24 가맹점주들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밝힌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마트24 가맹점주들이 바라는 것은 정 부회장이 말한 “점포를 옮기거나 회사가 인수받는 등”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마트가 추진하는 일은 이미 근접 출점해 있는 노브랜드 전문점을 철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마트24에 이미 들어가 있는 노브랜드 제품을 철수하는 것인 데다 발주마저 중단시켰다고 가맹점주들은 주장한다. 노브랜드 제품을 대체하겠다는 ‘아임이’는 갓 론칭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데다 노브랜드 제품이 빠져나간 자리를 ‘아임이’가 모두 메우지도 못해 제품 공백도 발생한다는 것.
한 이마트24 편의점주는 “가맹본부가 가맹수를 늘리려 노브랜드 제품을 적극 홍보하고 제품군을 늘리며 기존 제품 상당수를 노브랜드로 대체했다”며 “노브랜드를 철수하면서 일부 제품군의 공백이 생겨 구색 갖추기가 어렵고, 때문에 타 편의점에 비해 경쟁력도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점주들 또한 일부 소비자가 이마트24에 노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려 왔다가 빈손으로 나간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다수 가맹점주는 이마트24 가맹본부가 가맹계약 당시 노브랜드 제품을 통해 타 편의점과 차별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한다. 가맹 계약 당시 가맹점주가 받은 창업 가이드북을 보면 ‘기존 편의점과 차별화 운영을 한다’며 ‘피코크, 이마트, 노브랜드 등 이마트24만의 차별화된 자체브랜드 상품 공급’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따라서 노브랜드 제품을 철수하겠다는 이마트의 결정은 가맹계약 당시 약속에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한 이마트24 편의점주는 “노브랜드가 빠진 이마트24가 다른 회사 편의점보다 어떤 경쟁력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점주는 “이마트가 이마트24와 노브랜드 전문점 투트랙으로 운영하는 듯하지만, 경쟁력은 당연히 노브랜드 전문점이 더 좋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신종 팀킬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마트24관계자는 “이마트24는 편의점이고, 노브랜드 전문점은 SSM으로 영업시간, 주요 고객층, 상품 매출 구성비 등 차이가 있고 업태가 달라 동일 상권 내에 공존하며 영업할 수 있다”며 “이마트24에서 노브랜드 상품의 매출 구성비는 12월 말 기준 1.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노브랜드 상품은 1~2인 가구가 주고객인 편의점 업태와 맞지 않는 대용량 상품이 많아 이마트24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아임이’로 대체하기로 했다”며 “올해 말까지 PL 매출구성비를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며, 앞으로 이마트24는 편의점 업태에 맞는 PL 개발 등 업계 대비 차별화된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 점주들은 노브랜드 제품이 이마트24 편의점에서 모객을 하는 ‘미끼상품’ 역할을 해왔으며, 매장에서 차지하는 실제 매출 비율 또한 훨씬 높다고 주장한다. 한 점주는 “매장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노브랜드 제품이 미끼상품으로써 큰 역할을 했으며, 특히 식품군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다른 점주는 “노브랜드 제품이 빠진 뒤 성장세를 보이던 매출이 오히려 20~30%가량 줄어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편의점업계 판 흔들 미니스톱 인수전 왜 길어지나 지난해 11월 20일 진행된 미니스톱 인수 본입찰이 시작된 이후 해를 넘겼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 인수자를 확정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직 인수우선협상대상자 선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본입찰에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롯데를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았다. 그러나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매각 주체인 일본 이온그룹이 미니스톱의 몸값을 더 올리고 싶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2월 4일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편의점업계 자율규약을 선포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한 자율규약제정안이 승인받은 지 한 달 만이다. 해당 규약의 주요 내용에는 ‘담배 소매인 지정 거리 등을 고려한 근접출점 지양’이 담겼다. 이를 통해 편의점 신규 출점 시 편의점 간 거리 등을 고려해 출점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각 사 또한 개별적인 출점 기준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토록 했다. 제정안에 따라 국내 편의점의 신규 출점이 제한되고, 따라서 기존 점포 성장률이 높아질 전망인 탓에 이온그룹이 미니스톱의 값을 더 올리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롯데가 본입찰에서 미니스톱의 당초 시장평가 가치인 3000억 원을 훌쩍 넘긴 430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업계에서는 미니스톱 인수 본입찰이 유찰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