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발인 소환해 조사 시작…“한국당이 이미 끝난 사건으로 정쟁” 비판도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됐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에 자유한국당이 불을 지피고 있다. 사진은 서울중앙지검. 일요신문DB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 소환을 받고 조사를 받았다. 고발인은 주 의원을 포함한 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이하 ‘정치보복특위’)이며 피고발인은 권양숙 여사(노 전 대통령 부인), 노정연‧노건호 씨(아들), 연철호 씨(조카사위), 박연차 씨(태광실업 회장)다. 이 고발은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발은 2017년 10월에 이뤄졌지만,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검찰이 고발인인 주 의원을 소환해 수사를 시작한 것이다.
뒤늦은 수사의 시작은 주 의원이 지난해 법무부로부터 공소시효에 대한 확답을 받으면서부터다. 국정감사에서 주 의원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공소시효가 남았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박 장관은 10월 12일 640만 달러 사건 중 노건호 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사업투자명목으로 500만 달러를 수수한 사건의 공소시효가 15년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사건 발생은 2008년 2월 22일로, 공소시효는 2023년 2월 21일까지 유효한 셈이다.
아울러 10월 19일 주 의원이 “왜 조사가 시작되지 않느냐”라고 묻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저희가 배당은 형사6부에 했지만, 이를 특수부 부장검사들과 함께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했을 때 과연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 의원이 고발인 조사와 수사착수 등을 요구하자 윤 지검장은 “예”라고 답했다.
이전에는 한국당 내에서도 이 고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했다. 이를 고발한 한국당 정치보복특위에서도 공소시효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특위가 만들어졌을 당시 고소장을 접수하고,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한 정도가 전부다. 한국당 관계자는 “여태까지 공소시효가 정확치 않았기 때문에 (공세를 못 했다). 그래서 정치보복특위 활동도 지지부진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수사 가능성을 확인하기에 앞서 검찰 측이 왜 1년 3개월 동안 수사 착수를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여러 면을 고려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는 사건이라 조금 늦어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아무래도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직 대통령 연루 사건이라 검찰에서도 조금 다루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금 정상적인 절차대로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주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은 (수사가) 왜 늦어졌는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권력형 비리사건은 검찰의 관행에 따라 특수부에 사건을 배당하거나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독립적으로 수사해 왔는데, 이걸 왜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 배당했느냐”라며 “그 자체가 자기 진영(진보) 부정부패 사건에 대해 수사 의지가 없고 상대 진영(보수) 사건에 대해서만 모든 검찰 권한을 집중해서 수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은 이어 “검찰의 직무유기”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역사 앞에서 밝혀내는 것이 주권자인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적폐청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지검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밝혔으니, 문재인 정부가 장애처럼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거침없이 수사를 한다는 입장이니 그대로 밀어붙일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대통령의 서거로 공소권이 없는 것이 결론이 났는데, 아무리 피고발인 이름을 바꾼다고 해도 일사부재리(어떤 사건에 대해 판결이 확정되면 다시 재판을 청구할 수 없다는 형사상 원칙)에 따라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다. 법리적 관점에서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의 수사 의지보다는 오히려 이런 부분에 정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병익 변호사는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면 수사착수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수사에 대한 의지나 입증이 있을까 모르겠다”고 밝혔다.
주 의원과 담당 검사는 검찰 조사에서 원론적인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주 의원에게 ‘고발인 조사에서 무슨 대화를 했느냐’라고 묻자 “검찰의 캐비닛을 열어라. 거기엔 명백한 자료가 있다. 담당 부장검사는 자료를 확인해 달라. 그러지 않으면 역사 앞에 죄를 짓게 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 가면 이걸 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주 의원은 “담당 검사는 ‘의원님이 진술한 말씀 잘 들었고,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우회적인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는) 진척될 것이고 진척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니 대정부질문, 현안질의, 국정감사 등 여러 방식을 통해 2023년까지(공소시효가 끝나는 날까지 수사를) 요구할 것이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게 계속 촉구하고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