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전 장관 인사청문회 등 직접 군 인사 챙겼던 청와대 고위관계자 ‘보이지 않은 손’ 역할 의혹
또한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또 다른 청와대 행정관이자 현역 육군 대령의 ‘인사 특혜’와 관련한 구체적인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그는 이 만남에 참석한 이후 장군으로 진급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육군은 ‘일요신문’에 행정관은 개인업무 수행 과정에서 육군총장을 만났다고 재차 확인했다. 장군 진급도 정상적인 절차와 엄격한 심사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2017년 8월 취임 후 한 달 뒤 정 전 행정관의 요청을 받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근처 카페에서 만남을 가졌다. 사진=청와대 제공
# 청와대 행정관과 육군총장의 부적절한 만남
청와대 인사수석실 소속 정 아무개 전 행정관은 2017년 9월 토요일 오전 국방부 근처 한 카페에서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 심 아무개 전 행정관(육사 43기, 당시 대령)도 함께했다.
두 행정관은 같은날 김 총장을 만나기 직전 여석주 전 국방정책실장(해사 40기)도 만났다. 여 전 실장은 당시 예비역 중령 민간인 신분으로, 국방정책실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었다. 국방정책실장은 국방부 서열 3위이자 국방부 대내외 정책을 총괄한다. 여 전 실장은 이 만남 2개월 뒤인 2017년 11월 국방정책실장에 발탁됐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행되는 군 장성 인사를 앞둔 시점이었다. 이 때문에 청와대 행정관들과 장성 진급 추천권을 가진 육군 수장, 국방정책실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의 만남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군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육군은 공식적으로 “정 전 행정관이 군 인사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군 사정에 밝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군 인사를 앞두고 행정관이 육군 참모총장에게 군 인사 시스템과 절차에 대해 조언을 들으려고 요청했다. 마침 서울에 용무가 있던 김 총장이 불러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육군의 해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보통 대령급 실무자를 만나는 인사수석실 행정관이 50만 육군 수장과 개인적으로 만났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더구나 정 전 행정관은 2017년 6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두 달 뒤 청와대 5급 행정관으로 발탁돼 김 총장과 여 전 국방정책실장과 접점도 없었다.
그런데도 정 전 행정관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상급자나 소속 부서의 지시나 보고 없이 만남을 실행에 옮겼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만남 당시 함께 있었던 심 전 행정관이 자리를 마련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서도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소속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위계질서가 뚜렷한 군 특성상 계급이 대령인 그가 직접 육군총장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복잡한 군 인사 작업, 정 전 행정관 혼자 챙길 수 있었나
이는 최근 정치권과 군 안팎에선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최근엔 만남을 주선했거나, 지시한 제 3의 인물이 실명과 함께 거론되고 있는 형국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고위 관계자와 모 비서관, 심 전 행정관, 여석주 전 실장 등 총 4명은 긴밀한 관계이며, 2017년 대선 직후 여 전 실장의 개인 사무실을 ‘아지트’ 삼아 여러 차례 모였다는 내용이다.
실제 ‘일요신문’ 취재 결과 이들 4명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의 고위 관계자와 모 비서관, 심 전 행정관은 참여정부 청와대에선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 전 실장은 참여정부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만들 당시 밑그림을 그리고 실무 작업을 맡았다. 청와대에서 근무한 시점 역시 4명 모두 비슷하다. 여 전 실장의 개인 사무실에서 이들이 만났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앞서의 정 전 행정관과 심 전 행정관은 여 전 실장의 개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고, 이후 김 총장을 만난 카페는 여 전 실장 사무실과 같은 건물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 앞서 언급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를 찾는 등 직접 군 인사를 챙기기도 했다. 심 전 행정관은 송 전 장관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TF)에도 참여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앞서 언급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청문회를 앞두고 일부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긴 했다”고 답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가 군 인사를 챙긴 점에 대해 한 군 관계자는 “이번 정부가 특수한 상황에서 출범하게 되면서 인수위원회도 없이 급히 꾸려진 만큼 군 인사 시스템과 절차를 새로 확인해야 했다”며 “특히 문재인 정부 초기 군 인사 핵심은 군의 기득권 세력이라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온 육사 출신들을 배제하는 것이었다. 송영무 전 장관이 청문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과정이 상당히 힘겨웠고, 인사 방침에 따라 육사 출신들을 제외하면서도 자리에 적절한 인물들을 찾아 내야했다. 이러한 작업을 이제 막 공직에 입문한 행정관이 개인적으로 했다는 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시 자체적으로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정 전 행정관은 별다른 보고를 하지 않았고, 지시도 받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육군참모총장과 만남을 가졌다”며 “향후 추가로 확인하거나 조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명까지 거론되고, 또 다른 추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조사나 경위 파악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만남을 주선한 게 사실로 드러나면 청와대가 군 인사에 깊숙이 개입한 모양새가 되는 만큼,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송영무 전 국방부장관 인사청문회. 사진=박은숙 기자
# 심 전 행정관-육군 총장 만난 것 자체가 진급 특혜였던 시점
심 전 행정관의 인사는 특혜에 가깝다는 의혹도 나온다. 2017년 9월 정 전 행정관과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만나는 자리에 참석했던 그는 석달 뒤인 12월 준장으로 진급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심 전 행정관은 정규 진급이 아니라 2년 임기제 진급”이라며 “2년 보직 뒤 퇴역하는 게 일반적인 인사”라고 해명했다.
임기제 진급은 진급 적기를 넘긴 군인을 2년 범위에서 한 계급 더 올려주는 제도를 말한다.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 한편, 사기 진작을 위해 도입됐다. 임기제 진급자는 육군참모총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른 군 관계자는 “대령으로 군 생활을 마무리할 군인이 ‘별’을 달고 전역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통한다”고 말했다.
2017년 당시 준장 진급자는 52명이었고, 이 가운데 11명이 임기제로 진급했다. 특히 당시 국방부는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장군 정원 감축을 추진하기 위해 준장 수를 최초 계획보다 7명 줄여 선발했다. 2016년 보다 경쟁이 더 치열했다는 얘기다.
심 전 행정관은 이 과정에서 준장으로 진급했다. 그는 앞서 4번의 진급에서 탈락했고, 2017년이 5번 째 진급 시도라 임기제 진급 대상이었다. 여기에 장군 진급 심사는 통상 10월~11월 열린다. 장군 진급 심사를 앞둔 가장 민감한 시점인 9월에 추천권을 가진 육군총장을 ‘개인적으로’ 만난 것 자체가 상당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심 전 행정관과 김 총장이 만난 자리에서 별다른 대화나 인사 청탁이 없었다 하더라도 ‘눈도장’은 확실하게 찍었다”는 날선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10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육군참모총장이 제청하지만 엄격한 진급 심사를 통해 인사가 이뤄진다. 조사 결과 당시 인사는 정상적인 절차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