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감독 측근 “‘갈 길 가겠다’는 입장…코치들 걱정”...전북 현대 팬들 “안타까운 상황에 어리둥절”
최강희 텐진 취안젠 감독. 사진=전북 현대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최 감독이 ‘취업 사기를 당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현재 최 감독은 휴대폰을 꺼놓고 선수단을 이끌고 해외 전지훈련 중이다. 최 감독의 상황을 다각도로 취재했다.
취안젠 그룹이 위기에 빠진 것은 이 회사에서 판매한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한 중국의 여자 어린이가 사망에 이른 사건 때문이다. 소아암으로 투병 중이던 한 어린이가 취안젠 그룹이 판매하는 약을 먹고 완치됐다는 광고를 했으나 사실은 이 어린이가 약효를 보지 못하고 2015년 12월 사망했다는 것.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내 취안젠 그룹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그룹 회장과 관계자들이 중국 당국에 체포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강희 감독은 이전부터 중국 슈퍼리그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았다. 여러 팀의 영입 제안을 고사하고 톈진 취안젠 사령탑을 맡게 된 배경에는 취안젠 그룹 슈유후이 회장의 적극적인 ‘러브콜’ 때문이었다. 14년 동안 전북 현대를 이끈 최 감독은 K리그 445경기(229승 114무 101패)-ACL 77경기(42승 12무 23패)-FA컵 36경기(23승 6무 7패)-클럽 월드컵 4경기(2승 2패) 등 총 562경기를 소화했고, K리그 6회 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2회 제패, FA컵 1회 우승 등 아홉 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최 감독의 이런 성과에 매료된 슈유후이 회장이 삼고초려 끝에 강력한 의지를 전하며 최 감독의 손을 잡게 된 것이다.
최 감독은 이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리그는 여러 가지 위험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구단주인 회장이 직접 나서 영입을 추진한 터라 (회장을) 믿고 가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그런 회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최 감독으로선 상상도 못한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취안젠 그룹은 과거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축구단에 엄청난 예산을 투자했다. 최 감독에게 3년간 총 240억 원(연간 700만 달러(약 80억 원))을 지급하고 구단 운영비만 1600억 원을 약속했던 것도 자금력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회장이 구속되고 그룹이 도산 위기에 처하면서 취안젠 그룹은 축구단 운영에서 손을 떼야 했다.
중국의 시나스포츠는 텐진 구단이 텐진시에 권한이 이월되고 구단명도 ‘취안젠’에서 ‘텐하이’로 변경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렇다면 구단의 메인 스폰서가 사라진 상황에서 구단 운영금은 물론 감독, 코칭스태프에게 지급돼야 할 연봉은 어떻게 되는 걸까.
현재 아랍에미리트에서 선수단을 이끌고 전지훈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최 감독은 한국 휴대폰을 꺼놓고 외부와 연락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감독의 측근인 A 씨는 “얼마 전 최 감독과 통화할 때 당분간 연락이 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면서 “지금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 보다는 선수단 훈련에만 집중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는 말을 전했다.
A 씨는 그룹 회장의 구속으로 구단주가 바뀌고 구단 이름이 변경되는 일련의 사태들이 최 감독을 큰 충격에 빠트렸다고 설명했다. 단 한 번도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 벌어진 터라 최 감독도 처음에는 굉장히 혼란스러워 했다는 것.
“최 감독 혼자였다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최 감독과 함께 움직인 코칭스태프들이 있지 않나. 그들의 거취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어 그 점을 가장 많이 걱정했다. 지금은 최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축구에 애정을 갖고 있는 터라 구단 해체보다는 새로운 기업을 찾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랄 뿐이다.”
최 감독과 함께 톈진으로 향한 코치들은 박건하, 최성용, 최은성 코치 등이다.
중국 슈퍼리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에이전트 B 씨는 최근 중국 내 상황이 어수선하다고 귀띔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중국 경제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면서 축구단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황선홍 옌벤 푸더 감독. 사진=FC 서울
황 감독은 지난해 12월 옌볜 푸더(2부리그) 사령탑에 취임했다. 옌볜은 2016년 슈퍼리그 승격 후 푸더 생명 그룹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고 재정지원을 받았다. 푸더 생명은 옌벤 푸더에 3년간 최소 8000만 위안(약 131억 원), 유소년 축구를 위해 5000만 위안(약 81억원)의 투자를 약속했는데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투자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옌볜 지방 세무 당국이 세금 체납 등의 이유로 구단 운영 자금을 동결한 상태라 팀 해체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중국의 시나 스포츠도 옌볜 푸더가 모기업인 푸더 생명이 자금을 지원하지 않아 파산 직전에 내몰렸다고 보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축구계에서는 한국 축구 지도자들과 중국 슈퍼리그와의 악연이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으로 떠난 국내 사령탑 중 ‘해피엔딩’을 이룬 지도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지도자로 꼽히는 이장수 전 감독도 2000년 FA컵 우승 후 ‘충칭의 별’로 칭송받았지만 2006년 베이징 궈안을 맡을 당시 구단과의 마찰로 경질됐었다. 2016년 항저우 뤼청 감독을 맡은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는 구단 수뇌부가 교체된 후 선수단 개입이 심해지자 갈등을 빚었고 결국 감독직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최용수 FC서울 감독도 2016시즌 중반인 6월, 서울을 떠나 장쑤 쑤닝 사령탑에 올랐지만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1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에이전트 B 씨는 중국 축구 관계자들의 특별한 문화에 국내 지도자들이 ‘당하는’ 일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내가 아는 어느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 팀을 맡겠다고 하기에 중국 축구 관계자들의 문제점에 대해 조언해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는 구단 회장과 독대 후 술까지 먹었다면서 구단주가 내게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얘기를 들려주더라. 중국 축구 관계자들은 감독이나 선수를 영입할 때 예우 차원에서 감언이설을 쉽게 내뱉는 편이다. 아무리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해도 실무자들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되기 십상이다. 그 감독은 내게 구단과 계약하면서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했다고 큰소리 쳤지만 결국 성적 부진으로 중도하차하더라. 중국 축구 시장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큰 곳이라는 걸 간과하면 안 된다. 최강희 감독도 여러 루트를 통해 안전장치를 해놨을 텐데 구단주 구속은 상상조차 못했던 일일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앞서 최 감독의 측근인 A 씨는 최 감독의 심경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최 감독은 도의적인 책임은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뒤돌아보기 보다는 선수단에 집중하면서 다가오는 문제들을 헤쳐 나갈 계획이다. 한국에서 여러 기사들이 쏟아지면서 최 감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지만 갈 길 가겠다는 게 현재 최 감독 심정이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봉동 이장’을 잃는 슬픔에 빠졌던 전북 현대 팬들은 최강희 감독의 안타까운 상황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현실은 분명 암담하지만 최 감독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미계약자로 남은 프로야구 FA 선수들 어디로? 딱 양의지 까지였다. 양의지가 NC 다이노스와 4년 총액 125억 원의 대박 계약을 맺은 후 FA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FA를 선언한 15명 중 원소속팀과 계약한 최정 이재원(SK), 모창민(NC), 양의지 외에 무려 11명이 계약을 매듭짓지 못했다. NC 다이노스와 FA 계약을 맺은 포수 양의지. 박정훈 기자 구단은 선수와 에이전트한테 원망을 쏟아내고 있고, 선수와 에이전트들은 구단의 소극적인 대응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구단들이 남아 있는 FA 선수들한테 별다른 관심을 나타내지 않는 데에는 타 구단 FA 선수 영입시 전년도 연봉의 300%를 지급하거나 전년도 연봉 200%와 20인 보호선수 외 1명을 내줘야 한다는 규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도권 팀의 C 단장은 “현재 남아 있는 FA들 중 그 정도의 출혈을 감수하고 데려올 만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면서 “설령 부담을 떠안고 데려왔다고 해도 그 이상의 효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서기 때문에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FA 선수 영입을 위해 유망주를 내주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이다. FA 선수들한테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이전에는 2월에 시작하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구단과 밀당 끝에 해외 전지훈련 출국 직전에 계약이 이뤄지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대리인 제도가 시행되면서 선수들은 계약을 에이전트한테 맡겨두고 대부분 개인 훈련을 떠나는 추세다. 설령 스프링캠프가 시작될 때까지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개인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들겠다는 입장인 것. 구단과 선수들의 밀당은 한순간에 풀릴 수도 있겠지만 남은 11명의 선수들이 처한 상황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11명 모두 FA 계약을 이루기에는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 에이전트는 “결국 FA 선수들이 원소속팀에 잔류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과 같은 FA 제도에서 혜택을 보는 이는 톱 클래스에 오른 일부 선수들 뿐”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른바 ‘중소형 FA’로 분류되는 선수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구단, 선수간의 온도 차가 큰 FA 제도가 수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양의지 다음으로 FA 계약을 이룰 선수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구단과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눈 LG 박용택이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꼽힌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