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사 자리로 컴백 예정…LG “당분간 계열분리 계획 없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LG화학 전지사업부는 오는 2월 1일부터 여의도 LG트윈타워의 내부 공사를 진행, 같은 달 11일 완전 이전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말 이웅범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이 구 부회장의 입김에 따라 LG트윈타워의 동관과 서관에 각기 흩어진 전지사업부를 한데 모으겠다며 광화문으로 이전 결정한 지 1년여 만이다. LG트윈타워는 동관 서관으로 각각 분리된 형태의 건물로 서관은 모두 LG전자가 사용하고 동관은 지주사인 ㈜LG와 LG화학, LG상사, LG디스플레이, LG경제연구원이 각각 사용하고 있다. 당시 LG화학 전지사업부 내 소형전지·자동차전지·에너지저장장치(ESS)사업부는 LG트윈타워 동관 서관으로 각기 흩어져 있었다. 특히 자동차전지는 구 부회장의 VC사업본부 애착으로 LG트윈타워 서관에 자리했다.
서울시 여의도에 있는 LG트윈타워 건물 전경. 박은숙 기자
LG화학은 전지사업본부의 여의도 복귀가 본사와 사업부 간 물리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내부에선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를 종용한다는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LG그룹은 LG트윈타워 동관 LG상사 자리를 LG화학 전지사업부의 복귀 장소로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LG상사는 구 부회장이 계열분리할 가능성이 가장 큰 계열사로 꼽혀 왔다. 구 부회장의 동원 가능 자금으로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는 기업은 LG상사가 거의 유일하다. 또 LG상사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출자 관계가 없어 계열분리 진행에 유리하다.
현재 LG상사는 LG트윈타워 동관 내 15~18층 4개 층을 쓰고 있다. LG화학이 19~26층을 사용 중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앞서 ‘사업부 간 물리적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LG그룹 한 관계자는 “‘구광모 체제’ 첫 인사에서 창사 이래 첫 외부 영입 대표로 온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그룹 주력 사업인 전지사업부의 광화문 분리 상황에 이의를 먼저 제기했다”면서 “마침 LG상사 계열분리 논의가 진행 중이니만큼 LG상사 자리로 LG화학 전지사업부가 들어오는 게 낫겠다는 그룹 차원의 결정이 났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LG화학 전지사업부의 움직임이 구본준 부회장의 LG상사 계열분리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한다. LG그룹에서 LG트윈타워 토지와 건물 각각에 대한 지분을 가진 곳은 지주사 ㈜LG 외 LG상사가 유일하다. LG그룹이 LG화학 전지사업부를 LG트윈타워 내 LG상사 자리로 들이고, LG상사가 가진 LG트윈타워 토지와 건물 지분을 인수하면, LG상사는 독립 이후 사업 영위에 필요한 자금을 얻을 수 있다. 2003년 LS그룹이 LG그룹에서 독립할 당시 ㈜LG는 LS전선(구 LG전선) 토지와 건물 등 소유 부동산을 110억 원에 매입했다.
LG상사는 여의도 LG트윈타워 토지 1만 4743㎡에 대한 지분 14.7%를 소유하고 있다. 또 지상 34층, 높이 143.87m의 건물에 대한 LG상사 지분은 15.2%에 달한다. 2003년 LS전선이 토지와 건물 각각 4.4%, 4.5% 지분을 갖고 3개 층 및 부대시설을 매각, 110억 원을 확보한 것을 고려하면 LG상사가 가져갈 금액은 상당할 전망이다. 재계 한 고위 인사는 “LG트윈타워에 대한 LG상사 지분이 많은 만큼 LG상사가 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가 돌았는데 LG화학 전지사업부가 LG상사 자리로 들어오게 되면서 일단 LG상사는 확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LG상사 외 추가로 가져가는 안을 검토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LG화학 전지사업부의 여의도 복귀가 계열분리 촉매제로 활용되는 이유에 대해 ‘구광모 체제’에서 지배구조 개편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탓이라고 분석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초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아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했지만,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 이슈 때문에 기업가치 평가에 차질을 겪어왔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그룹이 경영승계를 마무리하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한 자발적 대응 등을 하고 있지만, 지배구조 개편 불확실성이 여전해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다”며 “구 부회장은 LG 지분을 처분해 일부 계열사를 들고 계열분리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LG상사 관계자는 “LG화학 전지사업부가 LG상사 자리로 돌아오는 안에 대한 내부 검토는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LG그룹 측은 “계열분리와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며 “구본준 부회장께서 주주의 일원으로 남을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당분간 계열분리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
배터리 공장 증설 드라이브 건 LG화학 LG화학이 배터리 부문 투자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전기차용 파우치 배터리를 비롯해 전기자전거와 전기스쿠터 등 경량전기이동수단(LEV), 전동공구, 무선청소기 등에 탑재되는 원통형 배터리의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중국 난징에 있는 배터리 생산 공장에 총 1조 2000억 원을 투자해 생산량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했다. LG화학은 현재 중국 난징 경제개발구 내 2개 배터리 공장 외 빈장 경제개발구에도 지난해부터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건설 중이다. 문제는 산업 경쟁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세계 배터리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기술‧시장‧잠재력‧환경 4가지 분야의 경쟁력에서 한국이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수요처가 적은 탓이다. 특히 2017년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했던 LG화학은 2018년 4위로 떨어졌다. 이에 LG화학은 원통형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공장 설립을 통해 LEV 등 새로 부상하는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