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직원들 폭로로 증폭...병원 측 “일부 잘못 인정하지만 의료사고 없어”
논란은 A 동물병원에서 수술받은 고양이 ‘노랭이’에서 시작됐다. 노랭이의 보호자 조 씨는 지난 12월 ‘고양이가 의료사고로 장애묘가 되었다’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올렸다. 조 씨는 2016년 7월 자신이 구조한 길고양이 노랭이의 턱 부근에서 종양이 발견되자 평소 다니던 A 동물병원에서 턱뼈 절제 수술과 신장 적출 수술,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다. 문제는 턱에 넣은 장비였다.
A 동물병원장은 노랭이의 우측 하악뼈 일부를 절제한 뒤 이를 플레이트(구멍이 뚫려 있어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장비를 나사로 연결할 수 있는 판)로 고정하는 방식의 수술을 진행했다. 그런데 플레이트를 고정한 나사가 6개월 만에 풀려버렸다. 조 씨에 따르면 A 동물병원장은 2차 수술 당시 ‘스크류 타입의 나사는 절대 풀리지 않는다’고 장담했다고 한다.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던 나사는 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풀렸고 결국 노랭이는 지난 10월 세 번째 수술을 받았다.
하악뼈를 일부 절제해 송곳니의 위치가 입 천장으로 이동했다. 사진=조 씨 제공
결과는 좋지 않았다. 벌어진 턱을 끌어당겨 새 플레이트를 고정하는 바람에 양쪽에 있어야 할 노랭이의 송곳니가 입천장 한 가운데로 와버린 것이다. 분노한 조 씨는 2018년 11월 26일 노랭이의 수술 과정을 정리해 블로그와 국민청원 등에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문제는 노랭이 사건을 시작으로 A 동물병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폭로가 연이어 터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0일 ‘일요신문’은 A 동물병원의 만행을 폭로한 전 직원 세 명 중 한 명을 만났다. 그는 A 병원이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과 수액을 사용해왔으며 단골을 대상으로 탈세도 공공연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A 동물병원은 온라인을 통해 지역 캣맘들 사이에서 유명해진 병원이다. 길고양이 다수가 우리 병원으로 왔다. 이런 고양이들은 잔병도 많고 그만큼 치료비도 많이 들어간다. 워낙 돈이 많이 들다보니 캣맘들을 중심으로 병원비를 모으기 위한 후원판매나 모금 활동이 종종 진행됐는데 이렇게 모인 치료비가 A 동물병원장에게 전달됐다. 그런데 이 가운데 현금으로 전달된 상당금액이 신고도 되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요신문’ 취재결과 전 직원의 폭로 가운데 일부는 사실로 확인됐다. 부천시에 따르면 A 동물병원은 현재 수의사법, 마약류 관리법 등을 위반한 사항이 적발돼 당국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부천시 관계자는 10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A 동물병원에 대한 약물관리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지난 12월 유통기한이 지난 약물이 있다는 제보를 받아 현장조사를 나갔다. 현재 적발된 사항에 대한 행정처분을 논의하고 있다. 행정처분 결과는 의견조회를 거쳐 다음달 중순쯤 나올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수의사법 제32조제2항6호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 사용’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수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만큼 강력하게 금지하고 있다. 보통 약품 관리 등 위반 사례가 처음 적발된 경우 수거·폐기 등의 경고성 시정명령 처분이 내려진다. 2차 적발 시 영업정지, 과태료 등의 행정처분 명령을 받는다. A 병원이 현재 행정처분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은 과거 이미 한 차례 경고 처분을 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편 탈세 의혹에 대해서는 A 동물병원의 매니저가 직접 입을 열었다. 매니저는 15일 병원을 방문한 기자에게 병원 운영에 일부 부적절한 행위들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는 “약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점은 반성한다. 탈세 문제도 그렇다. VIP 고객에게 30%, 심하게는 50%까지 할인된 금액으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현금을 받았다. 이 점은 고객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현금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관련 기관에서 수사를 나온다면 철저히 조사받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온라인에 퍼지는 의혹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적발된 사항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한다. 그러나 의료사고는 없었고 온라인에 무분별하게 퍼지는 허위사실에 대해서는 이미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진행한 상태”라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매니저가 아닌 A 병원장의 해명을 직접 듣고자 A 동물병원을 방문하고 질문을 담은 이메일도 수차례 보냈으나 A 병원장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폐사한 고양이에 강심제 투여 논란, 쇼일까 진심일까 A 동물병원이 받는 많은 의혹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해당 병원장이 이미 죽은 고양이에게 거짓으로 심폐소생술을 했다는 것이다. 폐사한 고양이의 보호자와 전 직원은 이것이 A 병원장의 ‘쇼’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양이가 사망한 지 15분이 넘은 상태였고 보호자가 도착하기 직전 강심제를 투여했다는 것이다. 이를 폭로한 전 직원은 “지난 6월 입원한 고양이가 수의사가 부재한 사이에 폐사했고 뒤늦게 도착한 원장이 보호자가 오기 직전 강심제(심장을 뛰게 하는 약물)를 투여해 보호자 앞에서 심폐소생술을 했다. 일이 끝나자 내게 ‘이런 일을 시켜 미안하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강서구 소재의 한 수의사는 “아트로핀이나 에피네프린과 같은 강심제는 심정지 상태의 환축에게 심폐소생술 전 투여하는 매우 정상적인 약물이다. 문제의 수의사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보여주기 식 심폐소생술을 했는지 수의사로서 마지막 노력을 한 것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A 동물병원은 거짓 심폐소생술을 포함한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허위사실이라고 못 박았다. A 동물병원 측은 입장문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할 시 강력한 법적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