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 측 “두 아이도 학대 의심, 양육권 되찾을 것”…계모 측 “친모 아이 키울 여건 의심, 학대 없었다”
‘일요신문’이 확인한 초진 기록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6일 제주시내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한 아이가 실려 왔다. 5세짜리 남자 아이인 C 군은 뇌출혈 상태였다. C 군은 내원 40분 전 갑자기 양 손, 발에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져 119 도착 당시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C 군의 정수리 부근에는 4㎝가량 봉합을 한 흔적이 뚜렷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C 군의 얼굴과 몸 곳곳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멍 자국과 타박상이 발견된 것이다. B 씨는 담당 의사에게 ‘아이가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설명했지만 담당 의사는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29일 오후 6시 30분쯤 제주시 내 자택 복층 계단에서 떨어져 정수리가 찢어진 A 군이 인근 병원에서 상처를 봉합한 지 7일 만에 뇌출혈로 쓰러져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20일 동안 치료를 받던 C 군은 단 한 번도 깨어나지 못한 채 한 달도 안 된 12월 26일 외상성 격막하출혈로 사망했다.
경찰은 B 씨를 아동학대 특례법상 중상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조사 과정에서 B 씨는 세 자녀의 친모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B 씨가 남은 두 자녀에게 “나 없을 때 너희들끼리 놀다가 다쳤다고 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 거짓 진술을 유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C 군이 넘어지던 날 B 씨는 C 군의 누나(10), 형(8) 등과 함께 집에 있었다.
경찰은 B 씨가 자녀에게 거짓 진술을 유도한 문자 메시지를 보낸 점, 남편이 걱정할 것 같아 자녀들과 말을 맞춘 것이라는 B 씨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한 점을 근거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위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친모인 A 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다. A 씨는 “12월 18일에서야 경찰 연락을 받고 아들이 뇌사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며 분노했다. 이어 “세 아이와 함께 살던 중 남편의 외도로 2017년 이혼했고, 건강과 경제적인 이유로 세 자녀 양육권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A 씨는 “B 씨 쪽에서 ‘이 사건이 끝나면 만나게 해 주겠다’며 면접교섭권을 거부해 남은 두 아이도 못 만나고 있다. 양육권을 넘긴 것이 후회된다. 두 아이마저 학대를 당할까 두렵다”고 호소했다.
A 씨는 B 씨와 남편의 아동학대를 의심했다. C 군이 다녔던 어린이집 교사로부터 C 군의 몸에서 종종 이유를 알 수 없는 멍 자국을 발견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A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하루가 다르게 크는 또래에 비해 C 군은 6개월 동안 키도 몸무게도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는 어린이집 교사의 말을 전했다.
한편 B 씨와 그의 남편은 취재를 거부했다. 그러나 B 씨와 남편 측 지인은 “아직 경찰 수사 중이고 두 사람은 사건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언론에 너무 한 쪽 입장만 보도되고 있어 유감”이라며 이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B 씨 측 지인은 “사망한 C 군이 B 씨를 친모로 알고 있었으며 B 씨가 A 씨와 남편이 법적으로 이혼하기 1년 전인 2016년부터 아이들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그는 “A 씨는 C 군에 대한 면접 교섭권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7년 A 씨와 남편의 양육권 조정 당시 3세에 불과했던 C 군의 혼란을 막고자 이 부분이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7년 이혼 후 A 씨는 3~4차례 면접을 진행해 두 자녀를 만났지만 그 자리에 C 군은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B 씨 측 지인은 A 씨의 건강상태와 경제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그는 “A 씨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익히 알고 있지만 A 씨는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 질환을 이유로 양육권을 포기했다. 현재는 두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건강한 환경을 갖췄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A 씨가 단순한 건강상태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A 씨는 해당 질문에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경제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만약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다른 가족들에게라도 부탁할 것”이라며 “양육권을 되찾기 위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사고 경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17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경찰은 B 씨가 사건 발생 5시간 전 휴대전화로 ‘아동학대’를 검색한 점, 두 자녀의 진술이 번복되는 점 등의 새로운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