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맥도날드 등 미국의 세계적 햄버거 업체들이 매출 급감 등 경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서울 정동의 맥도날 드 체인점. 우태윤 기자 | ||
지난 80년대 중반 이후 한국시장에 진출한 이들은 피자헛 등 서양 패스트푸드 전문업체들과 함께 국내 외식시장을 사실상 장악해왔다. 간편한 형태의 식생활과 값싼 외식문화를 가져온 이들 햄버거 전문업체들은 서민들과 함께 급성장을 거듭,시장을 석권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소비자들이 비만문제에 대한 각성으로 패스트푸드에서 점차 입맛을 잃어가면서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시작, 매출이 급감하는 등 경영위협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전문가들은 “햄버거 업체들의 ‘위기’는 최근 고객들의 입맛이 급속히 변하고 있는 데다, 업체들간 경쟁이 고객들의 ‘저가 구매’(bargain-hunting) 욕구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낳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3백~4백여개의 매장을 갖고 있던 이들 메이저 3사는 올들어 잇딴 매장철수 및 리모델링에 나서는 등 급격히 사세가 위축되고 있다. 이 틈을 비집고 롯데리아 등 국내업체들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외국계 햄버거업체들의 매출감소와는 반대로 연간 30%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하며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맥도날드 등 해외 메이저 3사들은 이같은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메이저 햄버거회사들끼리 무리한 가격경쟁에 뛰어드는 등 제살깎기 전쟁에 돌입, 경영악화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얘기.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는 본고장인 미국시장에서 매출이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2위 버거킹은 주력 사업부인 아메리킹이 출혈 경쟁으로 인한 실적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주 법원에 파산 보호신청을 내고 말았다.
넘버3인 웬디스 인터내셔널 역시 최근 실적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웬디스 햄버거는 지난 90년대 초 한국에 진출해 막대한 마케팅비용을 쏟아부으며 시장공략에 열을 올리다가 90년대 후반부터 사실상 이를 중단하고 말았다.
특히 버거킹의 영국 모회사인 디아지오는 지난주 버거킹의 매각을 공식 선언, 햄버거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버거킹은 올해 안에 텍사스 퍼시픽 그룹이 이끄는 인수 컨소시엄에 사업체를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매각작업의 전망에 대해 그리 밝게 보지 않는 듯하다.
과거 간편성과 영양성을 가진 것으로 보았던 햄버거를 선호한 고객들은 최근 음식 취향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기존 패스트푸드점 대신 보다 질높은 음식을 제공하는 캐주얼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가 비만의 주원인이 된다는 소비자들의 각성이 작용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체인들은 이 같은 상황변화가 직접적인 경영위기로 연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추락하는 햄버거시장의 위축현상을 막기엔 이미 역부족 상황이다. 지난주 맥도날드는 최고경영자(CEO)인 잭 그린버그의 사임 계획을 발표했다. 계속되는 판매부진과 새로운 메뉴의 실패로 인해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햄버거시장의 추락과 함께 이들 메이저 3사들의 미국 주식시장 주가도 급락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2001년 12월에 비해 41%나 급락해 반토막이 났고, 웬디스 역시 35%가 떨어진 상태다.
햄버거시대가 끝난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주역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내외 식품시장 전문가들은 패스트푸드와 관련한 획기적인 아이디어 상품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당분간 햄버거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주인공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