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실 사전 인지 ‘특이사항 없음’ 판단…일각 “과연 철저히 조사했을까 의구심”
손혜원 의원이 1월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손 의원을 둘러싼 공방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당청 관계자들은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연말 정국을 거치며 반등 기미를 보이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기업 총수를 청와대로 불러 직접 만나는 등 경제 행보를 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던 때였다. 외교나 안보 부문에서도 굵직굵직한 뉴스가 많았는데 손 의원 뉴스에 가려졌다. 모처럼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상황에서 손 의원 뉴스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 그중에서도 친문을 제외한 의원들은 손 의원과 당 지도부 스탠스에 불만을 털어놓는 모습이다. 사태에 대해 안일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손 의원 문제는 법적 잣대로 논의할 수준을 넘었다. 이 정도로 논란이 커졌으면 당에서 엄격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해찬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 누구도 손 의원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또 다른 의원은 “홍영표 원내대표가 손 의원 기자회견에 나타난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엔 손 의원이 홍 원내대표 어깨를 두드리기까지 하더라. 집권당 원내대표가 마치 손 의원 아랫사람 같았다”면서 “홍 원내대표가 손 의원 보증을 선 셈인데, 만에 하나 손 의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의 민주당 중진 의원도 “진위 여부보다 손 의원과 민주당의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아무리 억울해도 지금은 일단 고개를 숙일 때”라고 했다.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이낙연 총리가 1월 22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손 의원의) 잘못이 확인되면 법대로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 이해된다. 민주당의 ‘손혜원 감싸기’에 대한 국민 여론이 곱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이 총리는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정부여당이 국민 앞에서 더 겸허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손 의원과 민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친문 진영에서도 아쉬움이 묻어나지만 그 결은 조금 다르다.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게 골자다. 사실 손 의원 주변 인물들이 목포 지역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소문은 여의도에선 그리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손 의원이 직접 SNS 등을 통해서도 이를 언급하기도 했다. 손 의원으로부터 목포 부동산 구입을 권유받은 정치권 관계자들도 있었다. 이때 민주당 내에선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기류와 관련해 한 친문 의원은 “청와대가 사전에 관리를 해야 했다”고 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부동산뿐 아니라 지금 나오는 여러 의혹들은 지난해부터 이미 공공연하게 돌았던 내용이다. 따라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체크를 하고, 후속 조치를 하는 게 당연하다. 청와대가 왜 국회의원 개인 문제를 다루느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손 의원은) 단순한 의원이라고 볼 수 없다. 여당 상임위 간사, 주류 실세 의원, 영부인 친구다. 혹시 도마에 오르면 그 후폭풍은 여권 전체를 덮친다. 정권이 흔들린다. 벌써 야당은 청와대를 겨누고 있지 않느냐. 손 의원 정도 되는 의원은 민정수석실 ‘관리 리스트’에 올라 있다.”
과거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한 검찰 관계자는 “여당 주요 의원들은 (민정수석실에서) 특별 관리를 한다. 이번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영부인 친구도 관리 대상이다. 손 의원은 둘 다(여당 의원, 영부인 친구)에 포함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손 의원 의혹들을 몰랐다면 무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랬을 가능성은 낮다. 사정기관 정보가 모두 모이는 곳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다. 또 정무수석실이나 국정상황실에도 정치권 관련 첩보가 들어온다. 따라서 청와대도 분명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청와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살펴보는 게 이번 사태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현 정권 사정당국 고위 인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알긴 알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손 의원과 관련된 여러 풍문들이 돌지 않았느냐. 목포 부동산도 그중 하나였다. 민정수석실이 여러 채널을 가동해 확인 작업을 했지만 따로 보고서를 만들거나 조치를 취하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법적으로 다툴 소지가 있다면 수사기관에 통보했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민정수석실은 수사권이 없다. 그 이상 우리가 파헤쳤다면 월권이자 직권남용”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한 전직 특감반원도 “손 의원은 대통령 특수관계인이다. 민정수석실에서 손 의원 건을 다뤘던 것은 맞다. 누가 맡았었는지,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한 핵심 친문 의원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돌이켜봤을 때 청와대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었더라면 지금처럼 사태가 커지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지난해 손 의원 얘기를 (청와대에) 건넨 적이 있다. 한번 체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이 시중의 여러 정보를 청와대에 전달하는 것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이후 어떻게 됐나 확인을 해보니 민정수석실 쪽에서 들여다보긴 했지만 별 문제가 없어 넘어갔다고 들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황당했던 것은 이를 두고 청와대 몇몇 관계자가 불쾌해 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손 의원을 흠집 내려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손 의원이 무슨 ‘성역’도 아니고….”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대통령 영부인 친구 손 의원에 대해 얼마나 철저한 조사를 벌였을지 의문을 나타낸다. 핵심 친문 의원은 “SBS 최초 보도 후 새로운 의혹이 봇물처럼 터졌다. 청와대가 이것까지 알았으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청와대가 확인 작업을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여러 ‘갑질’을 일삼아 온 손 의원에 대해 청와대, 그리고 당 지도부가 왜 지금까지 침묵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