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예상, 상장설 부각…현대차 “아직 정해진 것 없어”
이처럼 정 부회장은 올해 1월에만 문 대통령을 3번이나 만나면서 사실상 현대자동차를 대표하는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내부에서도 지난해 12월 정진행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세대교체를 단행해 정의선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남은 건 정 부회장의 지분 승계다. 현대자동차의 주요 순환 고리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로 이뤄진다. 여기서 정 부회장이 가진 지분은 현대자동차 2.35%, 기아자동차 1.74%가 전부다.
정 부회장 입장에서 원활한 지분 승계를 위해서는 현대자동차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보유한 주요 지분(현대자동차 5.33%, 현대모비스 6.96%)을 물려받자니 수조 원의 양도세가 예상되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미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은 바 있다. 주요 내용은 현대모비스 일부 사업부분과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한 후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을 지주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 비율을 문제 삼자 현대자동차는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분할 예정 사업부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은 0.61 대 1이었다.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는 정의선 부회장(23.29%)이기에 현대글로비스 가치를 높게 측정할수록 정 부회장에게 유리하다.
한 시민단체 소속 회계사는 “지난해 현대차가 개편안을 발표한 전날인 3월 27일 기준으로 계산하면 현대글로비스의 평균 주가는 15만 4991원, 현대모비스는 23만 7390원”이라며 “이에 따라 계산하면 현대모비스 분할 사업부의 가치는 9만 5242원, 존속 사업부는 14만 2148원으로 분할 사업부 가치는 현대모비스 전체의 4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후 현대자동차는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상황은 현대자동차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정거래법 개편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개편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규제하기 위한 대상 기업의 총수 지분율 기준을 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일괄 20%로 변경하는 것이다.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현대글로비스도 규제 대상 기업이 된다. 2017년 현대글로비스 매출 12조 9861억 원 중 약 66%에 해당하는 8조 6325억 원이 특수관계자로부터 발생한 매출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를 의식해 2015년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31.88%에서 23.29%로 줄인 바 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본사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정리하지 않고 아예 지주회사로 만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정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서는 기아자동차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매각이 가장 확실한 대안이며 인수 주체로 현대글로비스가 중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타 계열사의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은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할 뿐이고, (현대글로비스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관련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 주주총회 통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현대글로비스의 자금력이다. 남정미 연구원은 “현대모비스 시가총액은 2018년 1월 대비 18% 하락했으며 기아자동차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지분 22.5%를 인수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4조 6000억 원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이는 현대글로비스의 현금 흐름 기준으로 약 15년이면 상환할 수 있는 규모”라고 덧붙였다.
그렇다 할지라도 15년에 걸쳐 수조 원을 상환하는 건 회사 입장에서 부담이 되는 일이다. 이에 현대모비스 일부 사업부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가 흡수·합병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경우에는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줄어들어 정 부회장의 추가 지분 매입이 예상된다.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11월 현대오토에버가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것을 의미심장하게 보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지분 19.46%를 갖고 있기에 상장에 성공하면 현금 확보에 도움이 된다. 현대오토에버 측은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상장을 통한 연구·개발(R&D) 투자자금 조달 및 기업 인지도 제고, 우수인재 확보 등으로 디지털 기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자금 마련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정 부회장이 지분 11.72%를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설도 수면위에 오르고 있다. 증권사들로부터 자문을 받고 있다는 구체적인 소문도 들린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상장과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바가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3분기 현대자동차가 ‘어닝 쇼크’를 겪은 후 국내 자동차 산업 위기론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부른 지배구조 개편은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무산된 이후로 특별히 진전된 사항은 없다”며 “현재로서는 지분 승계 계획도 특별히 나온 건 없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전략 성공할까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울산을 방문해 “2030년 수소차와 연료전지에서 모두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하는 것이 목표”라며 “우리는 지난해까지 수소차 1824대를 생산해 935대를 수출했다. 올해는 4000대까지 보급을 늘리고 2022년 8만 1000대, 2030년 180만 대를 거쳐 수백만 대 시대로 빠르게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예전부터 수소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울산테크노파크 내 수소연료전지 실증화 센터에서 시스템 실증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수소차를 생산하는 자동차 업체는 현대자동차 외에 도요타, 혼다 정도가 있고 대부분 업체들은 전기차 개발에 힘쓰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전기차에 투자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순수 전기차인 코나EV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현대자동차는 미래 자동차를 수소차로 보고 전기차보다 수소차에 집중하는 것도 사실이다. 향후 수소차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 선발주자인 현대자동차에게는 큰 이익으로 다가올 수 있다. 반대로 대중화에 실패하면 현대자동차의 그간 투자는 큰 손해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소차의 전망은 증권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수소 파워트레인의 본격화가 예상된다”고 긍정적은 전망을 내놨다. 반면 류연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소차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전기차를 넘어설 수 없다”고 진단했다. 과연 정부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은 현대자동차가 수소차의 상용화를 이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