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에 패션사진 올리는 여자아이 콘셉트…섬세하게 구현한 눈동자 친근함 느껴져”
잡지 표지를 장식한 이마는 CG로 만든 가상 모델이다. 사진출처=이마 공식 인스타그램
“2019년엔 가상 캐릭터가 더 뜬다.” 최근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가상 캐릭터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버추얼 유튜버(가상 유투버)’다. 줄여서 ‘브이튜버(Vtuber)’라고 불리는 이들은 아바타처럼 모션 캡처와 3D 기술 등을 이용해 만들어진 존재다. 일반 유튜버와 마찬가지로 팬들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하면서 교감을 나눈다.
일본 매체 ‘IT미디어뉴스’에 따르면 “게임, 메이크업, 일상잡담 등 다양한 콘텐츠를 주제로 활동하는 브이튜버들이 1000여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에겐 다소 낯선 분야이지만, 일본에서는 대형 연예기획사가 브이튜버를 소속시키려고 할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단다. 그야말로 가상 캐릭터들의 전성시대다.
브이튜버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키즈나 아이는 일본 관광국의 공식 홍보대사로 발탁됐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지도가 높은 ‘키즈나 아이’는 구독자 수가 무려 240만 명을 넘어섰다. 일본 최고 인기 아이돌그룹 ‘AKB48’의 구독자 수가 228만 명이니, 가히 인기를 짐작케 한다. 이러한 열풍에 힘입어 키즈나는 지상파 방송에 출연하는가 하면, 일본 관광국의 공식 홍보대사로 발탁되기도 했다.
‘IT미디어뉴스’는 “일본에서 가상 캐릭터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2019년은 대규모 사업 영역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주목해야 할 캐릭터로, 최근 등장한 가상 모델 ‘이마(imma)’를 꼽았다.
키즈나 아이가 애니메이션 풍의 캐릭터라면, 모델 이마는 실제 사람처럼 매우 디테일하다.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본다면 진짜 ‘소녀’라고 깜빡 속을 정도다. 피부 질감부터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 최대한 근접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컴퓨터그래픽(CG) 모델’의 탄생이다.
이마라는 독특한 이름은 ‘지금’을 의미하는 일본어 ‘이마(今)’에서 파생됐다. “이마의 활동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10~20대의 모습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기획 의도다.
최근 잡지 ‘CGWORLD’ 2월호 표지를 장식한 이마는 단번에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특히 “호감 가는 얼굴에 패션도 세련됐다”며 젊은 여성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한편 일각에서는 “진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무서운 세상이 됐다”며 놀라움의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가상모델 이마는 피부 질감부터 머리카락 한 올까지 매우 디테일해서 진짜 소녀라고 해도 깜빡 속을 정도다. 사진출처=이마 공식 인스타그램
이마를 제작한 곳은 일본의 CG 전문회사인 ‘모델링카페’다. 프로젝트 시작은 2018년 봄. 당시 주류였던 애니메이션 풍이 아니라, 인간과 구별되지 않는 리얼한 캐릭터를 목표로 했다. 향후엔 “AI를 탑재해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가상 탤런트’를 선보이겠다”는 것이 회사 측의 포부다.
모델링카페 대표 기시모토 고이치는 “시대의 아이콘이 될 만한 가상의 여성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모델을 떠올리게 됐으며, 인스타그램에 투고하는 젊은 여성들의 이미지와 트렌드를 분석해 현재와 같은 이마의 모습이 완성됐다. 다만 “처음의 이마는 일본인 체형에 가까운 통통한 실루엣이었지만, 패셔너블한 감각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날씬한 체형으로 수정됐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마의 콘셉트다. 직업모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보통의 여자아이가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패션 사진을 업로드한다는 설정이다. 실제로 이마가 올린 게시물을 보면 길거리, 혹은 거울 앞에서 찍은 평범한 셀카 사진처럼 느껴진다.
이마가 유독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실제처럼 섬세하게 구현한 눈동자 덕분이다. 사진출처=이마 공식 인스타그램
분명 이마는 가상 세계에만 존재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유독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반응도 많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섬세한 눈동자 덕분이다. 이를 위해 회사 측은 “실제 사람의 눈을 3D로 스캔한 다음 모세혈관, 반짝이는 홍채, 눈동자의 초점까지도 완벽하게 구현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 “반투명한 피부를 위해 쉐이더 프로그램을 가동했으며, 일반 여성들이 하는 메이크업 순서와 똑같은 레이어 기법을 적용했다”고 한다. 자칫 “메이크업에 서투른 남성 스태프가 작업을 하면 부자연스러워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얼굴은 여성 스태프들이 전담해 내추럴한 피부 표현을 완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일본 온라인 미디어 ‘그레이프’는 “흔히 CG 캐릭터는 확대하면 허점이 발견되지만, 이마는 오히려 시각적으로 더 설득력을 얻는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앞으로 CG가 만들어내는 가상 캐릭터 분야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며 “실사와 구별을 할 수 없는 시대가 조만간 펼쳐진다”고 내다봤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지난해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돌체&가바나는 모델 대신 드론이 가방을 들고 나오는 색다른 볼거리로 연출했다. AP/연합뉴스 몇 년 전부터 패션업계에서는 “비정상적으로 마른 모델이 무대에 설 수 없도록 하자”는 논의가 오가고 있다. 가상 모델은 일단 이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고 시작한다.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체형을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실과 가상을 융합해 새로운 형태로 상품의 매력을 홍보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가상 모델이 인간 모델의 일을 빼앗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로 첨단 기술이 모델 역할을 대신한 사례가 있었다. ‘허핑턴포스트 재팬’에 따르면 “지난해 밀라노 패션위크 돌체&가바나 쇼에서는 모델 대신 드론이 가방을 들고 나오는 색다른 볼거리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어쨌든 새로운 도전을 위해, 패션업계가 인간 모델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